[논평] 사회적일자리 창출 전략, '빈 수레가 요란하다'

2010년까지 일자리 80만 개 창출 발표에 부쳐

정부가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나섰다. 보육, 간병, 방과후 활동, 문화․환경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2010년까지 80만개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는 현재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더욱 악화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특히 가사, 보육, 간병 등의 부담은 가족이나 개인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고, 향후 노인 인구가 급속히 불어나고, 경제활동 참가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사회적 차원의 대책 수립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에 처해 있다. 따라서 턱없이 부족한 사회서비스를 공급하고, 보육, 간병 등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도 사회서비스 공급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일단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계획에서 언급하고 있다시피 민간시장에서는 이미 자생적으로 이 분야에서의 일자리와 고용이 늘어나고 있으며, 2010년까지 40만 개 이상의 고용창출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제출한 계획을 보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거나, ‘빈 수레가 요란하다’란 속담이 떠오르게 된다. 우선 정부의 계획은 일자리를 80만 개 늘린다는 양적인 확충전략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제도 개선의 내용이 제시되었을 뿐이다. 전략 자체도 그렇고, 실질적인 내용도 알고 보면 민간시장의 활성화와 경쟁을 통해 ‘자생적’으로 늘어나게끔 보조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가 재정지원을 통해 직접적으로 창출하는 일자리는 초기 2년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대략 늘어날 것이라 예상되는 80만 개의 일자리 중 약 10만 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현재 정부가 ‘사회적 일자리’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자리 창출사업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굳이 새로울 것이 없다.

또한 이번 계획에서 보다 솔직하고 노골적으로 드러난 전략이라면 ‘시장활성화를 통한 민간공급 창출’에 중점을 두겠다는 점이다. 노인수발보험 실시와 확대, 요양서비스 건보수가 포함, 바우처 제도 활성화, 복수의료기관 설립 허용, 보육료 상한제 철폐, 공급인력 양성, 자격제도 정비 등의 제도개선은 ‘민간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고 지원하기 위함이며. 정부는 일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에 국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민간 시장은 이윤추구가 목적일 수 밖에 없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으로 포장해도 이윤을 남기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게 ‘시장’의 근본적인 속성이다. 사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혜택을 확대하며, 수혜대상자의 부담을 축소하는 것은 ‘이윤’보다는 뒷전이기 마련이다.

일 예로 우리 사회는 지난 몇 십년간 의료영역에서 ‘생명보다 돈’이 우선시되는 현실을 겪어 왔으며, 이에 따라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인 보건의료체계로 바꾸기 위한 노동자 민중의 투쟁과 저항 또한 지속적으로 전개해 온 현실을 알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간병이나 보육 등 공급과 수요가 초기 단계인 현 시점에서 시장 중심의 전략을 채택한다는 것은 잘못된 전철을 밟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현재 간병, 가사, 육아, 중증장애인 활동 도우미 등의 일자리는 최저임금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이 일자리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노동자’로 인정을 받고 있지도 못하다. 따라서 ‘반숙련 노동’으로도 고용이 가능하다는 미명하에 앞으로 창출되는 80만개의 일자리를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로 채우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 우려된다.

중요한 것은 일자리 창출의 갯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의 ‘질’의 문제이며, 어떠한 방식으로 만드냐 하는 점이다. ‘민간시장’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창출된다면 최종적으로 서비스의 수요당사자의 부담은 늘 수 밖에 없으며, 그에 따라 서비스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범위는 늘어나고, 공급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권과 노동조건은 후퇴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역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사회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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