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한국시간)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는 비군사적 제재만 허용하는 7장 41조를 적용해 시기, 절차, 방법, 범위 등 유연성과 해석의 여지가 넓은 대북 제재안을 채택했다.
국제 공조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북을 압박하려는 미국은 이 유엔 결의안을 바탕으로 주변국들의 PSI(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구상)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이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PSI는 유엔 결의안 이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고 말했고, 19일 한국을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도 미국 주도의 PSI에 한국 참여를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북핵실험, 미-북 모두 책임 있다
16일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민교협)은 내부 간담회를 갖고 현재 진행되는 북핵 국면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참가자들은 북핵실험은 ‘무시전략’으로 일관한 미국의 책임과 더불어 1991년 12월 채택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파괴란 측면과 대량살상 무기 비확산체제의 위기를 몰고 온 북의 책임, 양측 모두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판단에 의견을 같이 했다.
또한 11월 코 앞으로 다가온 미 중간선거 전으로 북이 2차 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해상충돌->유엔탈퇴->추가 핵실험 등을 북이 단계-전략적 방식으로 미국을 압박하려 할 경우 한국 주변 해상에서 긴장감이 높아질 것으로, 경우에 따라 국지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주 발제를 한 이정철 숭실대 정외과 교수는 “지난 7월 북이 쏘아올린 대포동 2호는 위장이었고 5발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의 과시가, 북의 2격 능력의 실체를 과시하는 군사적 모험주의였다는 주장이 있음을 고려할 때 미국의 무시전략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북핵실험이 ‘현대적 핵무기 실험’으로 2격 능력을 보인 이후 진행된 핵실험 인 만큼 대포동 미사일과 연관해 보면, 직접적으로 미국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지속적인 무시 전략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발제자인 배성인 한신대 외래 교수도 “미국이 계속 무시 전략만을 사용하기 어려운 지형이 있음"에 뜻을 같이하며, "시간은 북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은 이미 클린턴 정부 당시 "보복능력을 키우면 미국이 나온다"는 경험을 가지고 있음을 덧붙였다.
PSI 참여...한반도 긴장 몰고 온다
PSI는 2003년 6월 핵무기·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국제적 확산을 막겠다는 목표로 미국 주도로 발족한 국제 협력체 이다. 기구 특성상 정보공유, 필요한 경우 가입국의 연합 군사훈련 및 작전도 가능하지만 국제적인 구속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현재 PSI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일본·러시아·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호주·캐나다·네덜란드·노르웨이·포르투갈·에스파냐·싱가포르 등 14개국 이다.
배성인 교수는 "한국이 현재 '북'을 위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PSI에 참여한다는 것은 한국 정부가 북 고립과 제재 압박을 위한 군사적 전술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는 결국 한반도의 긴장을 더욱 고조 시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경우에 따라 '서해교전'과 같은 국지전도 몰고 올 수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더욱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사무총장, 지금 한국정부에겐 ‘독’이다
북의 핵실험 발표날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사무총장으로 지명된 날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내에서는 북제재 유엔 결의안 이행과 관련해 직접 당사국인 한국 정부가 '한국인 사무총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정철 교수는 "사실상 외교부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힘실어줘야 한다며 UN 결의사항 이행하자는 주장은 ‘오류’일 뿐만 아니라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성인 교수도 “한국 정부가 사실상 시기를 놓쳐 북에 사용할 카드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유엔의 대북제재 방안을 적극적으로 이행하자고 하는 것은 대북 제재에 적극동참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주장을 공공연히 할 필요가 뭐 있는가"를 반문했다.
이어 "특히 반기문 신임 사무총장의 경우 국제주의적 입장에서 북 핵실험 문제를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노무현 정부의 입장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 그대로 반기문 사무총장은 한국, 노무현 정부의 입장에서 북 문제를 접근해 풀어가기 보다, 유엔 중심의 국제 관계 속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노무현 정부의 선택의 폭이 좁아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사업은 계속 유지해야
한국 정부의 역할과 관련해 이정철 교수는 “유엔 결의안을 최대한 소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대북 제재에 한국 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함을 강조했다.
여기서 나아가 배성인 교수는 “한국이 북과 특수관계라는 것을 국제사회에서 용인을 받아야 한다"며 "유엔 결의안은 최대한 이해하나 동참은 어렵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배성인 교수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긴장을 높이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개성, 금강산 관광 등의 대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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