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강우근의 들꽃이야기

미국쑥부쟁이와 신자유주의

[강우근의 들꽃이야기](41) - 미국쑥부쟁이

가을 들녘이 꼭 흰눈이라도 내린 듯 하얀 미국쑥부쟁이 꽃으로 덮여 버렸다.

미국쑥부쟁이가 춘천 중도라는 섬에서 처음 발견된 게 70년대 말이었다. 중도에서 발견되어 '중도국화'라고도 불렸던 미국쑥부쟁이라는 이름은 몇 년 전만 해도 여전히 낯선 이름이었다. 그러던 것이 요 몇 년 사이 점점 귀에 익숙해지고 있다. 꽃꽂이용으로 미국에서 들여온 미국쑥부쟁이가 들꽃으로 퍼져 나간 지 불과 이십 여 년 만에 가을 풍경을 바꾸어 버린 것이다.

미국쑥부쟁이를 보면 지난 십 여 년 사이에 바뀌어 버린 우리 삶의 모습이 드러나 보인다. 사람 사는 둘레에서 사람들 사는 것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잡초 모습에서 사람들 모습이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우리 삶과 더불어 우리 둘레 풀과 나무 풍경까지 눈 깜짝할 사이 바꾸어 버렸다.

해가 다르게 번져 나가는 미국쑥부쟁이를 보면 덜컥 겁이 나기까지 한다. 정말 온 세상을 덮어 버릴 기세다. 미국쑥부쟁이 옆에서 자라는 붉은서나물이나 빗자루국화, 돼지풀, 미국가막살이, 망초, 개망초 따위가 모두 다 북아메리카 원산이니 이쯤이면 서울 변두리 모습은 미국의 어느 변두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미국쑥부쟁이나 서양등골나물 따위 외래종이 주변 토종 식물의 생장을 저해하는 화학 물질(타감 물질)을 일반 식물보다 다섯 배에서 많게는 열 배까지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항상 되풀이되는 이야기다. 이런 뻔한 이야기는 여전히 되풀이되어 토종 보호를 위해 외래종 씨를 말려야 한다는 이야기로 발전하고, 바로 이어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잡초를 제거하는 작업으로 나아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잡초는 베어내고 뽑아낼수록 더 악착같이 타감 물질을 뿜어낼 것이다. 풀들의 성질을 이렇게 독하게 만든 것도 사람들이다. 이런 잡초들이 자라는 것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자연을 착취하는 우리 삶을 바꾸는 것이다. 미국쑥부쟁이도 환삼덩굴이나 돼지풀처럼 토종 보호를 위해 언젠가 뽑혀지는 수난을 당할지 모르겠다. 그나마 미국쑥부쟁이는 풍매화인 돼지풀처럼 꽃가루 피해를 주지 않고, 게다 꽃꽂이용으로 쓰일 만큼 꽃이 예뻐서인지 아직까지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추석 즈음에 가장 많이 보이던 미국쑥부쟁이 꽃도 이제 한풀 꺾인 것 같다. 씨앗까지 바람에 날려 버리고 꽃받침만 앙상하게 달고 있는 것들도 눈에 많이 띈다. 옆에서는 노란 산국이 무더기로 피고 있다. 미국쑥부쟁이는 씨앗이 떨어지고 난 꽃받침도 참 예쁘다. 언뜻 보면 꽃받침이 꼭 꽃 같아 보이기도 한다. 미국쑥부쟁이는 꽃대 끝에 꽃 같이 예쁜 꽃받침을 달고 말라갈 것이다.
태그

강우근 , 들꽃이야기 , 미국쑥부쟁이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강우근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