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의 앞날에 진보의 등불을

‘미국, 북핵 그리고 한반도 평화’ 토론회 열려

2006년도 어느덧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 중 하나는 한미FTA, 평택, 전시작통권 등 한미관계를 둘러싼 문제였고, 또 하나는 북핵실험 문제였다. 지난 7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미국, 북핵 그리고 한반도 평화’ 토론회는 두 문제에 대해 진보진영의 목소리가 담긴 자리였다.

토론회는 ‘2006년 제2회 한반도 평화주간’의 행사 중 하나로,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 주제는 ‘미국의 세계전략과 한반도 평화’로 이해영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집행위원, 이준규 평화네트워크 정책실장, 유영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사무처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2부 주제는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로 장혜경 노동자의힘 중앙집행위원,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팀장, 임필수 사회진보연대 집행위원장, 김하영 다함께 운영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사회는 정택상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과 배성인 민교협 집행위원이 각각 1부와 2부를 나눠 맡았다.



“한미FTA 결렬에 ‘낙관 아닌 낙관론’을”

1부에서 미국 중간선거 이후 한미FTA에 대해 발제한 이해영 민교협 집행위원은 “한미FTA가 결렬될 가능성이 높다는 ‘낙관 아닌 낙관론’을 가지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FTA에 대해 보수적인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하게 되면서 통상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 민주당은 사실상 보호무역주의인 ‘공정무역’을 내세우며 한국에 ‘불공정한 요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쇠고기와 자동차.

민주당의 ‘Mr. Beef(쇠고기)’ 맥스 보커스 상원 재경위원장 내정자는 쇠고기 수입에서 40% 수준의 관세를 완전철폐하고 위생검역을 금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관세가 철폐될 경우 미국산 쇠고기의 가격은 한우에 비해 3분의 1 수준까지 낮아진다. 위생검역이 금지되면 이미 세 차례나 뼛조각이 발견된 미국산 쇠고기를 한국 내에서 걸러낼 안전망은 사라진다.

전통적인 민주당원인 찰스 랭클 하원 세입세출위원장 내정자와 존 딩겔 하원 에너지 상무위원장은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철폐에는 반대하지만 미국 자동차 수출에서 한국의 관세 및 비관세장벽은 전면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디트로이트 출신으로 미국 자동차 노조를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해영 집행위원은 “한미FTA가 타결되려면 한국의 ‘치명적인 양보’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이는 국내정치적으로 수용 불가능한 수준을 의미하고 내년 대통령선거를 포기해야 하는 선택”이라고 밝혀, 협상 파기의 가능성을 전망했다.

“한미FTA-평택 투쟁 함께 가야”

유영재 평통사 사무처장은 한미동맹과 관련해 “군사적으로 전략적유연성을 통한 침략동맹화, 경제적으로 한미FTA라는 두 개의 축을 통해 한미동맹이 근본적인 재편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대북방어적 성격의 한미동맹에서 미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모든 국가에 대해 침략적 성격으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한미동맹 재편의 이유는 미국의 세계전략이 유럽에서 아시아 지역방위전략으로 바뀐 데 따른다. 냉전 종식 이후 남북관계의 진전과 중국의 부상에 대응해,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가 사라진다는 위기의식과 중국의 포위 공략을 위한 공세적 수단으로서 재편을 추진하게 되었다는 분석이다.

유영재 사무처장은 “이라크 파병은 한미동맹이 침략동맹으로 들어서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북핵실험 이후 참여 여부를 두고 찬반논쟁을 일으켰던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역시 침략동맹의 일환으로 한미간 이미 논의가 됐던 사항이며 북핵실험은 하나의 빌미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한미동맹과 함께 미국 세계지배전략의 핵심축인 나토(NATO) 글로벌 파트너쉽 참여 △한미상호군수지원협정 등 법제도 마련 △F-15K를 비롯한 공격용 첨단무기 도입 등이 한미동맹의 침략동맹화 실행 과정에 해당한다.

유영재 사무처장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한미동맹이 불평등하고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지만 행동에 옮기고 있지 못하다”며 “투쟁의 집중점을 잡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FTA와 같은 경제 투쟁과 평택 등 한미간 군사동맹 재편에 대한 투쟁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앞으로 투쟁의 과제”라는 발언에 토론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6자회담, 일괄타결이 해결책 아니야”

“6자회담은 문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 2부에서 김하영 다함께 운영위원은 “북핵실험 이후 3주만에 6자회담이 재개됐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고 전망하며, 이 같이 말했다.

동아시아 내 미국의 중국 견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실험은 미국에게 동맹 강화와 군비 증강의 ‘기회’였으며, 북핵이 아니더라도 미국은 얼마든지 북한 내 다른 문제를 끌어낼 수 있다는 분석.

김하영 운영위원은 “한반도 평화는 북핵폐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며, 패권 경쟁에 놓여있는 6자회담의 당사국들 사이에서 진정한 지역 평화의 대안이 나오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민중진영이 반전평화운동을 적극 건설하고 국제적 차원의 연대를 도모해야 한다”며 민중의 역할을 강조했다.

임필수 사회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역시 “북핵문제의 대안으로 제기되는 ‘북미간 일괄타결’은 제한적 타결일 수밖에 없다”고 밝히며 “전략적 유연성 등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전략이 지속되는 한 북미관계 정상화는 어렵다”고 단정내렸다.

북핵문제에 대한 진보진영의 딜레마

‘북핵 문제가 한미FTA에 비해 적극적인 투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임필수 집행위원장은 “통일연대 중심으로 실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나, 단체 간 입장 차이가 해소되지 않아 응집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또 “폭넓은 실천을 위해 입장 간 토론을 통해 구심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혜경 노동자의힘 중집위원은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문제에 있어서 대중들이 얼마나 심각한 사안으로 여기고 투쟁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핵은 생명의 문제와 직결되고, 군비경쟁은 민중복지에 쓰여야 할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 참여를 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팀장은 “싸우기에 어려운 조건과 입장이 있다”고 말하며 입장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문제 해결의 방안이 북한과 미국의 손에 놓여 있는 현실에서, 한국의 사회단체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한계가 있다는 설명. 박정은 팀장은 “한국 사회단체는 전쟁위기에 대한 과잉여론을 잠재우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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