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나라, “잘하고 있습니다”?

[고길섶의 쿠바이야기](2) - 쿠바는 자유롭다

  /고길섶


쿠바의 호세 마르티 공항에서 아바나 시내를 향해 진입해 들어가다 보면 인상적인 선전판이 하나 설치되어 있다. “잘 하고 있습니다”라는 뜻의 문구다. 이 문구는 1959년 혁명 당시 혁명군들 사이에 주고받은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이쪽 혁명군이 저쪽 혁명군에 “잘하고 있나?”하고 물으면 저쪽 군은 “잘 하고 있다”라고 답변하면서 전투의 기세를 드높였던 것이다. 최근의 “잘 하고 있습니다”는 소련이 붕괴되면서 소련의 지원이 끊겨 ‘비상시기’에 처했던 1990년대 이후 나라가 잘 되고 있다는 메시지이다. (비상시기에는 닭 한마리로 가족이 4일 동안 먹는 법이라는 요리법이 나올 정도로 식량과 물자의 부족이 심각했으나 이제 경제는 회복이 많이 된 상태다. 쿠바인민공산당은 지난 22일 2005년의 경제성장이 중남미 최고수준(12.5%)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러한 슬로건들이 존재한다고 해서 국민통합을 사회주의적 목적의식으로 일사분란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매우 자유롭다.

  쿠바의 호세 마르티 공항에서 아바나 시내를 향해 진입해 들어가다 보면 인상적인 선전판이 하나 설치되어 있다. “잘 하고 있습니다”라는 뜻의 문구다. /고길섶


내가 쿠바에 간다고 하니 어떤 사람은 ‘공산국가’에 어떻게 가냐고 의심스러워 했다. 그 사람이 국제정세에 그만큼 어두웠던 탓도 있겠으나 냉전시대의 적성국가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 있는 반응이다.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이다. 그러나 북한과 같이 폐쇄된 사회주의체제는 결코 아니다. 북한에 실제 가보지는 않았지만 언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매우 경직된 사회로 표상된다. 북한에 유학을 다녀온 쿠바의 한 현지인도 북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애정을 가지면서도 외국인들과 사적인 대화의 장들을 통제하고 기피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도 북한 대사관 사람들과 접촉하기는 해도 친구가 없다고 토로한다. 이는 쿠바가 사회주의 국가일지라도 매우 열려 있으며, 물론 인터넷 통제와 같은 국가권력 행사는 존재하나, 쿠바 사람들에게 사회주의적으로 목적의식화되지 않는 독특한 문화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쿠바 청소년들-춤과 음악속으로 /고길섶


사실 1959년의 쿠바혁명은 애초부터 사회주의혁명은 아니었다. 부패한 바티스타 정권을 심판하려는 사회정의의 혁명이라 할 수 있다. 쿠바로 하여금 사회주의를 택할 수밖에 없도록 한 것은 바로 미국이었다. 혁명 후 피델 카스트로는 미국의 경제침략에 맞서 대기업들을 국유화하고 1960년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미국과 독점자본주의, 제국주의자들을 비판하는 연설을 하면서도 미국과의 관계가 우호적이길 바랬다. 그러나 미국은 경제봉쇄정책으로 카스트로 정권을 무너뜨리려 하였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련이 원조를 제공하며 후원국으로 등장하였다. 1961년에는 미국이 피그만 침공을 기도했으나 실패하였고 쿠바는 그에 반격하여 1961년 공식적으로 사회주의 국가건설을 천명했다. 그렇게 해서 쿠바는 혁명 이후 사회주의 국가체제를 유지해왔다. 1990년대의 비상시기 때 개방조치를 취하긴 했어도 2006년 오늘의 쿠바는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이되 특이하게도 사람들의 생활문화에는 사회주의적 목적의식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아바나, 비날레스, 마탄자스, 산티에고 데 쿠바, 트리니다드, 바라코아, 산타 클라라, 시엔푸에고스, 피나르 델 리오, 관타나모, 카요 산타 마리아 등 쿠바의 전역에서 마주치는 쿠바 사람들을 볼 때 적어도 나의 시선으로는 그렇게 보였다.

나는 애초 쿠바 문화를 탐사할 때 전제하고자 했던 것은 사회주의 국가체제라는 거시적 공간의 직접적 관련성을 애써 무시하려 했다. ‘사회주의’ 국가체제라는 것이 전제되면 문화적 양상들이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도 그에 종속되고 상상력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이러이러하다 라는 고정된 틀로 바라보려 하지 않은 것이다. 문화적 생활양식을 자율화된 공간으로 전제하면서 접근해 들어가려 했다. 사회주의를 의식하면 일단 여행의 재미가 없다. 이렇게 전제하게 된 근거는 쿠바 특유의 춤과 음악 등 문화적 양상들이 상당히 활력있다고 봤고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적 생활양식이 자율화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에 있었다.

  호세 마르티(1853-1895) /고길섶


바로 이 특이점이 나로 하여금 쿠바로 향하게 만들었는데, 나의 이 전제는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그러나 그럼에도 사회주의 국가체제라는 것으로부터 완전히 자율화된 공간으로서 문화일 수는 없다는 것을, 쿠바 여행을 통해 확인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문화적 자율성을 인정하되 사회주의 국가체제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요소들도 있음을 읽어내면서, 이러한 연관관계를 염두에 두면서 쿠바를 여행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하나의 사례로, 아무리 수준높은 공연일지라도 쿠바인들은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책은 사회주의적 문화복지정책으로 가능한 일이다. 쿠바에는 혁명가 체 게바라보다 더 영웅적인 인물이 존재하는데 그가 바로 호세 마르티(1853-1895)이다. 마르티는 시인이자 사상가이며 독립운동가로 활동하였다. 그는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문화다, 라고 말한 바 있다. 아마 쿠바 사람들은 문화적으로 자유를 만끽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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