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파국의 파병정치를 중단하라

윤장호 씨 죽음, 미 제국주의에 굴복한 신자유주의정권의 죄과

제국주의 전쟁은 대한민국 청년의 목숨도 예외로 하지 않았다. 2006년 9월 자신의 미니홈피에 "라덴이형 잡으로 간다"는 글을 남겼던 윤장호 씨, 그러나 최근 보내온 "여기 위험한 게 하나도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구 6개월 동안 건강하게 있다가 갈 테니까 그때 봐요"라는 편지글이 공개되면서 사회구성원 모두의 가슴을 쓸어 내렸다.

2년 전 김선일 씨가 사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제2, 제3의 불행으로 이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과 지배세력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윤장호 씨의 죽음의 책임은 전적으로 제국주의 전쟁에 동참한 노무현 대통령과 신자유주의정권에게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동의,다산부대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의 하나로, 신자유주의정권의 제국주의 전쟁 참여정책의 맥락에서 이루어진 파병이다. 숨진 윤장호 씨가 소속된 다산부대는 147명 규모로 2003년 2월에, 동의부대는 58명 규모로 2002년 9월에 각각 파병되었다. 다산,동의부대가 주둔하던 바그람기지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북쪽 방향 50Km에 위치, 미군 주력부대 7천여 명을 비롯 17개 다국적군 1만여 명이 집결한 곳으로 알려졌다. 강성주 주아프가니스탄 대사는 "(현지에) 근로자가 50여 명, NGO 종사자 및 가족이 100명이 넘는다. 이들은 부대와는 멀리 떨어진 비교적 안전한 곳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치안이 부족해)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라며 현지 상황을 브리핑했다. 전쟁터에 군인을 내보낸다는 것 자체가 불행을 예고하는 것이다. 안전한 파병은 없으며, 전투 비전투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아무리 치안과 경비가 삼엄하다 해도, 전쟁터란 총알과 포탄, 화염이 그치지 않으며,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 곳이다.

주지하듯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미 제국주의의 침략정책의 일환이다. 2001년 9.11 사태가 벌어지자 미국은 한 달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2003년 3월에는 이라크를 침략했으며, 올해는 다시 이란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수많은 젊은이가 전쟁터로 끌려갔고, 수많은 여성과 어린이와 노인이 포화 속에 죽음과 부상을 당했다. 미 국방부는 이에 아랑곳 않고 올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비용으로 997억 달러를 추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전쟁 비용으로 약 1천700억 달러 규모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전 비용으로만 최고치였던 작년보다 약 500억 달러 증가한 규모다.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라크전 비용으로만 3천500억 달러, 아프가니스탄과 다른 지역 '대테러전' 비용은 모두 5천억 달러가 지출될 것으로 추산된다. 미 군산복합체제의 위기는 끊임없는 전쟁 추동으로 이어지고, 전쟁을 통한 미 제국주의의 세계질서 재편 전략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형무소 발언의 맥을 잇는 신자유주의정권의 이라크 파병 결정은 미 제국주의에 대한 개혁 정치세력의 굴복을 의미한다. 이를 계기로 한미동맹 흐름은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해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직 도장은 안 찍어줬다며 으시대기는 하나, 미군의 신속기동군화에 발맞춘 전략적 유연화 합의는 이미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 없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돈 들어갈 일만 남은 자주국방론과 맞물려 있을 따름이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전투군 파병 요청설이 나돈 데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아쉬울 때마다 미국의 격전지에 한국군의 추가 파병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이라크 추가 파병, 파병 연장, 레바논 파병 결정은 미 제국주의 전쟁정책을 승인하는 파국의 신자유주의정치에 다름 아니며, 윤장호 씨의 죽음은 그 파국의 전조에 지나지 않는다. 고인의 죽음을 막지 못한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죄인일 따름이다.

비극은 계속될 것이다. '인도적 지원', '국익', '평화재건'은 허상에 가깝다. 바그람의 동의,다산부대나 아르빌의 자이툰부대는 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는 모든 저항세력의 표적일 뿐이다. 미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노무현정권의 파병정치는 중단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가. 국방부는 오늘 테러행위를 규탄하며 "이런 테러행위에 굴하지 않고 아프간의 평화정착과 안정을 위한 인도적 지원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인터넷언론과의 회견 중에 "전략적 유연성 도장 안 찍어줬고, 이라크 파병 1개사단 요청했는데 1개여단 보냈다"고 말했다. 개그였을까. '진보'를 이야기하는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미국이 1개사단을 요청해왔지만 1개여단만 보냈다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장면이란... 봄은 오는데 등골이 오싹한 이유, 이 끝 모를 두려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