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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과 이스라엘의 긴장 고조"

[한상진의 레바논통신](11) - 변화하고 있는 정부군과 헤즈볼라의 관계

최근 들어 레바논과 이스라엘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번 달(2월) 들어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군 사이에 충돌이나 충돌 직적까지 간일이 네 차례나 있었습니다. 약 2주 전에 이스라엘군이 국경을 넘어 들어와서 임무를 수행하자 레바논 정부군이 발포하면서 교전이 있었고, 2월 22일에는 저공으로 레바논 영공을 불법으로 넘어 들어와 순찰비행을 하던 이스라엘 항공기에 레바논 정부군이 대공사격을 한 바 있으며 23일에는 약 레바논 군과 이스라엘 군이 약 30여 분간 총을 겨누면서 대치하였고, 레바논에서는 전 군에 비상경계 태세가 발동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25일에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측 농수로에서 물을 빼내가는 수로를 만들어 놓은 것을 레바논 정부군이 막아버리자, 군의 호위를 받는 불도저를 보내서 이를 다시 연결하려고 하다가 양측이 약 50여분 가까이 서로 총을 겨누고 대치하기도 하였습니다. 레바논 측에서는 역시 전 군에 경계령이 내려졌었고, 레바논 주둔 유엔 평화유지군(UNIFIL)이 출동한 다음에야 이 갈등 상황이 해소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바에 의하면 이스라엘이 정체불명의 가스가 담겨있는 풍선들을 레바논 쪽으로 날려 보내서 주민들이 가스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이스라엘과 레바논간의 갈등 양상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갈등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군 사이의 갈등양상을 보인다는 것이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그간 이스라엘군의 도발에 대해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던 레바논 정부군이 불충분하나마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대 이스라엘 전선에서 헤즈볼라와 협력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남부 레바논 이스라엘 국경 근처의 한 지역에는 레바논 정부군이 독자적인 관할권을 강하게 주장하여 UNIFIL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 있습니다. UN의 임무는 레바논 정부군을 지원하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기에 레바논 정부군의 이런 요구는 UN이 거부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은 헤즈볼라의 군사시설이 있는 지역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즉 헤즈볼라의 군사시설물을 레바논 정부군이 이스라엘 뿐 아니라 UN으로부터도 보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결정이 레바논 정부군 최고위층이나 레바논 정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레바논 내에서 헤즈볼라의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변화하고 있는 레바논 정부군과 헤즈볼라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헤즈볼라 군사조직은 UNIFIL의 관할지역인 리타니강 남부지역을 피해서 그 북부지역에서 다시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국경 순찰 등의 임무 등 UNIFIL 관할지역 내에서의 활동도 여전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레바논 정부군은 이들의 활동을 묵인하고 있고, UNIFIL도 어쩔 수 없이 이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레바논 정부에서도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시니오라 총리가 반정부 시위를 피해서 사우디에서 한동안 돌아오지 않고 있는 사이 레바논 내각에서 이제 그만 헤즈볼라의 요구를 받아들이자는 이야기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러자 시니오라가 급거 귀국을 했고 앞으로의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레바논 정부의 최고 의결 기구는 내각회의이기에 시니오라 개인의 입장보다 내각 관료들의 의사가 더욱 크게 작용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은 시니오라의 입장보다 내각의 이러한 분위기 변화는 레바논 정국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단서는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레바논 사람들은 내전보다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다시 일어날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헤즈볼라는 공공연히 무장 완료를 선언하고 만약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다시 침공한다면 그것은 이스라엘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이스라엘도 이번 여름 레바논 재침공 설 등을 흘리면서 양측에 긴장이 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레바논 정부군의 동향으로 볼 때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재침략 한다면 이번에는 헤즈볼라 뿐 아니라 레바논 정부군과도 싸워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헤즈볼라만으로도 그토록 혼이 났는데 헤즈볼라와 레바논 정부군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재침공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의 여러 차례 전쟁을 경험한 주민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전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주민들은 식량을 사재기 하고 있기도 하고 (물론 대규모는 아니고 그래서 생필품 파동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파괴된 집을 다시 짓는 일을 미루는 주민도 있습니다. 만약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재침공 한다면 이는 지난 여름전쟁처럼 제한된 전쟁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레바논간의 전면전이 될 것 같습니다.

남부 레바논에서 UN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이제는 이스라엘 편을 든다는 의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름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유엔의 블루라인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국경선을 바꿔버리는 바람에 농토 중 일부가 이스라엘 영토로 넘어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들 영토가 이번 전쟁에서 자기들이 포획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농토를 잃은 농민들은 UNIFIL등에 호소를 해 보지만 UNIFIL은 하다못해 블루라인을 지키라는 성명하나도 발표하지 않습니다. 또한 몇 차례에 걸쳐 레바논과 이스라엘 군이 충돌 직전까지 가거나 충돌을 했을 때도 UNIFIL은 뒤늦게 나타나서 뒷수습만을 할 뿐 충돌 예방을 위한 어떤 조처도 취하지 않습니다. 이런 충돌의 대부분은 이스라엘측의 도발이나 불필요한 행동으로 인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직접적으로 강제력을 동원하여 헤즈볼라 무장해제를 시도하지는 않고 있지만, 순찰 도중에 헤즈볼라 측에서 만들어 놓은 벙커나 참호 등을 발견하면 폐기하는 등 간접적인 헤즈볼라 무장해제를 시도하고 있어서 헤즈볼라 측의 불만도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방민들은 점차로 UNIFIL에 대한 기대를 접어가고 있고, 급기야 헤즈볼라 구성원 중 일부는 만약 UN이 불필요한 행위(이스라엘 편을 들거나 헤즈볼라 무장해제를 하는 등)를 할 경우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를 하고 나서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덧붙이는 말

한상진 활동가 후원계좌 하나은행773-910053-98605, 제일은행250-20-440303, 국민은행063301-04-054340, 농협205035-56-033336 예금주: 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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