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담을 건네며 웃고 있는 커틀러 대표 / 최은정 기자 |
그러나 이어지는 강경 발언들. 이번 협상의 쟁점은 ‘자동차 협상’ 이라며 “김종훈 수석 대표가 개선안을 들고 오길 바란다”고 압박한다.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서는 미 의회의 입장이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임을 강조한다. 여전히 개성공단은 의제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한 틈의 여지도 없다. 언제나 그렇듯 미국 협상단은 초강경의 자세로 협상의 포문을 열었다.
핵심은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가 말하는 내용은 철저히 미국 의회와 미국 협상단의 입장이란 점이다. 협상에서 내용을 담보했다는 주장은 결국 미국 협상단이 실리를 챙겼다는 얘기다. 진전이 있다는 의미는 미국 협상단의 요구가 반영됐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과연 어떤 내용으로 8차 협상이 한미FTA 협상의 '마지막 협상'이 될까.
3월 내 협상 종결 .. 가능하다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는 지난 주 센프란시스코에서 김종훈 수석대표를 만나 남은 한미FTA 협상의 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한 구상을 같이 했음을 강조한다.
커틀러 수석대표는 (그간 진행된 모든 고위급회담과 회의를 언급하며) "이 모든 회의와 만남들이 이번 8차 협상이 보다 성공적일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이번 마지막 협상이 (한미FTA) 협상에 있어서 가장 집중적인 협상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무게를 실는다.
미 협상단 대표 답게 미 의회 일정에 맞춰 내용들을 분명히 한다. ‘마지막 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TPA(무역권한촉진법)의 시한을 의식한 것이다. 또한 (미 협상단의 입장에서) 성공적일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것은 그간 밝혀졌던 대부분의 분과에서 미국 협상단의 요구들이 반영됐다는 것과 8차 협상에 앞서 고위급 협상과 미 의원들의 서신(자동차)으로 인해 분위기 조성및 협상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가야할 길에 대한 구상을 같이 했다’는 강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협상단과 대표는 3월 내 ‘협상 종결’의 구상을 끝냈다는 것이다.
USTR(미 무역대표부) 관련 대표들이 대거 같이 동행하고, 외교통상부가 ‘2+2’라고 언급한 수석대표와 각 분과장들의 회의에 대해서 동일하게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지치기도 끝나고, 몸통 정리도 끝났으나 향후 고위급협상을 위해 이번 8차 협상에서는 최종 선 긋기를 하는 셈이다.
▲ 커틀러 대표는 '자동차 협상'이 난관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최은정 기자 |
최근 미 의원들의(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에 대해서는 미 의회의 입장을 강조하며, 같은 내용을 되풀이 했다.
커틀러 대표는 “(협상단은) 의원들이 요구하고 있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번 서한이 자동차 시장에 있어서의 양국의 평등하고,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서한의 내용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이번 주 김종훈 수석대표와 만나 한국의 자동차시장 개방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들어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커틀러 대표는 질의 응답 과정에서 “자동차 부분이 이번 FTA 협상의 핵심요소로 남았다”고 강조했다.
그간 매 협상마다 쟁점 분과들이 등장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8차 협상에서는 ‘자동차 작업반’이 막판 총 공세를 당하는 지경에 처하게 됐다.
한국의 경우는 그동안 자동차 세제 개편안에서 배기량 기준 5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는 안을 내 놓은 바 있다. 미 협상단은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 세제 개편과 관세 즉시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한국 협상단의 경우 자동차와 반덤핑 등 무역구제를 연계해 오늘(8일) 협상에 임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도 마찬가지다. 커틀러 대표는 한국이 내놓은 뼛조각이 발견된 상자만 반송조치하고, 나머지는 수입을 재개하겠다는 ‘부분반송’의 양보안에 대해서도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커틀러 대표는 “(한국 정부) 제안의 핵심인 '제로 톨러런스'(크기나 숫자에 관계없이 어떠한 뼛조각도 유통시킬 수 없다) 정책은 전혀 융통성이 없으며, 그와 같은 제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주장이 “과학적인 근거에 의한 게 아니고, 상업적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고, 다른 나라의 사례도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엄밀히 이번 논의는 FTA와 별개의 문제이기는 하나, 미국 의회에서 우리에게 강조한 것은 한국 쇠고기시장의 완전한 재개방 없이는 FTA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미 의회의 입장을 여전히 되풀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수입된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검토해 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을 듣고 있는 웬디 커틀러 미 수석대표/ 최은정 기자 |
개성공단은 한미FTA 의제 아니다
6자 회담 타결 등 국면전환 시기임을 강조하며, 개성공단을 의제화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단호히 '불가'의 입장을 밝혔다.
커틀러 대표는 “북한의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상품이 한미 양국 간의 교역과 투자를 증진시키기 위해 체결되는 한미FTA에 포함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한국 협상단의 경우는 지난 6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한미FTA 협정문에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를 포함시킨 뒤 매년 개최되는 한미FTA 이행위원회를 통해 북미관계 진전 등을 고려,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여부를 확정짓고 인정 수위를 높이는 방안으로 추진하자’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개성공단이 FTA 협정문에서 배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내 놓은 카드이지만, 커틀러 대표는 ‘논의 제외’로 쐐기를 박았다.
반면, 의약품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했다.
이 같은 강경 발언 속에서도 커틀러 대표는 “7차 협상 이후로 많은 협의가 있었고, 고품질의 균형적인 협정을 만들어낼 준비 태세가 돼 있다”고 자평하며, “시한이 다 됐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고, 시한이라는 것을 분명히 맞출 수 있기 때문에 기한에 맞추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했다.
커틀러 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협상단과 의회의 강경한 입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럼에도 8차 협상이 '마지막 협상'이고 시한내에 끝내겠다면 과연 어떤 내용의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