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명박이든 누구든 한반도 평화 할 거면

파병과 한미FTA는 한반도 평화 해치는 암적 요인

한나라당이 대북 정책을 바꾸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북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그 책임자로 정형근 최고위원을 임명했다. 매파, 햇볕저격수로 명성을 날린 정형근 의원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언급하고, "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이 개방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라면 (북미수교도) 반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등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도 나서서 대북 지원에 대한 적극적인 발언을 하였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열어놓는다는 분위기다. 당내 일부 반발이 있지만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북에 대해 취해온 태도와 비교할 때 전향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 방향 선회를 정세적으로 바라보는 입장도 있다. 2.13 합의 이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수교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냉전적 대북 태도를 유지하다가는 대선 이슈의 주도권을 빼앗길 것이라는 정략적 판단의 경우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입장 변화가 일시적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나라당의 대선 전략의 핵심은 '좌파에게 빼앗긴 10년'을 되찾는 것이다. 올 초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와 참정치운동본부 대선전략 토론회 등에 따르면, 보수온건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이념과 정체성 문제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국가경영능력을 어떻게 발휘할 것인가라는, 즉 '미래지향적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주장까지 다양하게 제기되었다. 한나라당 내부의 정체성 논란이야 계속된다 치더라도, 며칠 전 이명박 출판기념회를 통해 보여진 분위기는 분명 후자 쪽으로 흐른다고 볼 수 있다.

이명박 출판기념회에는 한나라당 의원 70여 명이 참석했고, 2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으며, 이미 20만 명의 사회주도층이 줄을 섰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다. 이명박 전 시장이 밝힌 '대한민국747비전'은 민주화 이후 선진화 담론과 미래지향적 실용주의가 맞물려 만들어진 것으로, 실현 가능성 여부와 관계없이 가공할 위력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전 시장은 부산-목포-서울-신의주를 연결하는 한반도 내륙 운하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고, 박근혜 전 대표는 U자형 국토 개발과 한중 열차페리 연계 기획을 내놓고 있다. 모두가 남북 관계의 변화를 염두에 둔 공약이다. 더군다나 개성공단과 평양 진출 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데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2.13 합의 이후, 남북정상회담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한반도 평화협정과 북미수교가 제기되는 것은 그 자체로 고무적인 일이다.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와 함께 열린우리당의 대북 정책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그동안 남북 문제를 놓고 '보수냉전'과 '개혁평화'로 나뉘었던 변별점도 점차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세력과 개혁세력간 북을 바라보는 이념적 편차는 당분간 온존되다 하더라도, '미래지향적 실용주의'와 '6.15정신'은 결국 한 길에서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평화무드에 휩쓸려, 남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의 의도와 초국적자본 운동의 본질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의 북에 대한 태도 변화가 한미FTA 협상과 동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라크, 팔레스타인 전쟁이 계속되고, 이란 공격 예고 등에서 보이듯 지금도 미국의 대외 전쟁정책은 이렇다할 변화가 없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 태도 변화에 따라, 북과 미국간 관계 변화에 따라 한반도 역시 언제든지 냉전 분위기가 재형성될 수 있다는 걸 간과할 수 없다.

한반도 평화는 조건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햇볕정책을 계승한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점은 높이 살 만 하고,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이 냉전적 틀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점 역시 나쁠 게 없다. 한나라당이 하든 열린우리당이 하든 한반도 평화를 추동하는 노력은 그 자체로 얼마든지 의미있는 일이다. 현실에서 남북 민중간 자유로운 교류가 봉쇄되어 있고, 따라서 한반도 평화 실현의 키는 노무현 정부와 다음 집권세력이 쥐고 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부는 한반도 평화 실현의 장도를 마련함에 있어, 지금이라도 미 제국주의의 구상과 초국적자본 운동의 맥락과는 결을 달리 하는 한반도 평화노선의 전향적인 재검토 작업에 착수하길 바란다.

한나라당 조차 대북 태도 변화를 공언하는 시점이다. 이제 우리 사회구성원들은 정부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려 하는지, 차기 대선 주자들은 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보다 엄밀한 잣대를 갖고 추이를 살필 것이다.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는 미 제국주의의 전쟁정책에 맞서는 지구적 반제운동과, 정부 차원만이 아니라 남북 사회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합의가 따라야 온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형성되는 평화무드와 대선 주자의 공약에 가려 소홀히 다뤄질 수 있는 두 위험요소는 반드시 제거하고 가야 한다. 하나는 미 제국주의의 전쟁책동에 동참하는 파병정책이고, 또 하나는 초국적자본의 동아시아 구상을 실현시켜줄 한미FTA 협상이다. 한반도 평화를 말하는 한, 노무현 정부든 이명박이든 평화무드 안에 내재한 전쟁의 암적 요인은 꼭 제거하고 가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