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때아닌 단식 행렬, 풍찬노숙의 비밀

한미FTA로 국론 분열시키고, 반신자유주의 정치로 수렴해야

단식이 줄을 잇는다. 천정배 의원이 26일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데 이어 오늘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임종인 무소속 의원도 '한미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 채비를 마쳤다. 천정배 의원은 "협상을 중단하고 지금까지 결과를 따져본 후, 더 철저한 준비와 국민적 공감대를 거쳐 차기 정부에서 추진"하자는 주장이고, 김근태 의원은 "무조건 한미FTA 반대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지금 우리의 협상은 성공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 '한미FTA 반대' 대열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의원은 '은근하게 우려하는 근엄한 우려'와 '풍찬노숙.. 아스팔트를 달구는 현장의 우려'라는 두 전선을 거론하며, 헛폼 잡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집권여당의 당의장과 당직을 두루 지낸 의원들이 '헛폼'을 잡다 '풍찬노숙' 현장으로 내몰린 사태는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김근태, 천정배, 정동영, 최재천 등 개혁의원들은 한때 한미FTA 협상을 추진한 집권여당의 지도 주체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뒤늦게나마 '한미FTA 중단'에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은 그 자체로 유쾌한 일이다. 적진의 수장들이 싸움의 정점에서 백기투항 해온 셈인데 한미FTA 저지 운동진영이 이를 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집권여당 출신 의원들의 행보를 무턱대고 환영할 것만은 아니다. 짧게는 지난 1년, 치열했던 한미FTA 저지 과정에서 근엄한 우려로 시종일관하다 이제사 돌아선 건, 대선 국면에서 열린우리당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고, 협상 막바지 반대 여론이 높아진 데 편승하겠다는 인상이 역력해 보이기 때문이다.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이들이 말하는 '철저한 준비', '성공하지 못한 협상' 운운은 한미FTA를 반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열린우리당을 반대하는 계급적 언사일 뿐이다. 언젠가 보다 집요한 '자유무역협정'을 집행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고, 여론이 돌아서면 언제든 한미FTA 추진 대열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범국본을 비롯한 한미FTA 저지 운동진영은 이들의 행보를 환영하지만 과잉 반응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십분 활용할 것이나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주지하듯 한미FTA는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완성판이고, 그런만큼 한미FTA 저지 투쟁은 신자유주의 정치 일반에 맞선 싸움이다. 따라서 '철저한 준비', '성공하지 못한 협상' 따위의 생각은 한 치도 허용하지 않아야 할 문제다. 자유무역협정 반대 투쟁은 속성상 반자본(주의) 투쟁의 성격을 갖는만큼 졸속협상 반대가 아니어야 하고, 한미FTA 저지가 최종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금 명심해야 한다.

한미FTA에 대한 찬성과 반대는 바야흐로 전국민적인 문제가 되었다. 국론은 더 분열되어야 하며, 반대는 찬성을 압도해야 한다. 한미FTA 저지 싸움은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정치의 종언을 고하는 싸움으로 발전해야 하고, 누가 하더라도 신자유주의정치를 하겠다는 주체들에게 근저에서부터 위협을 가하는 민중운동의 성과로 수렴해야 한다. 그러므로 한미FTA 저지에 나선 정치세력들의 향후 운동 재편 구도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가운데, 국민적 한미FTA 저지 운동을 반신자유주의, 반자본 전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한편 한미FTA 저지 이슈는 이미 대선 국면 깊숙이 자리잡았다. 현 시점에서 한미FTA 저지에 나선 정치세력은 반한나라당, 반열린우리당 개혁세력부터 신자유주의정치에 반대하는 좌파운동까지 망라된, 사실상 국민적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당장 한미FTA를 저지하는 실천에 몰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 실천의 성과를 대선 투쟁으로 이어가는 의식적인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한미FTA 저지 싸움의 연장에서 반보수 진보대연합을 이루자는 주장은 이미 상당한 호소력을 얻고 있다. 미래구상은 김근태, 정동영, 천정배 등 투항 의원과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함께하는 토론회를 준비중이고, 민주노동당은 민중참여 진보진영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미FTA 저지 싸움은 하반기 국회비준 시기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는 남북정상회담, 북미수교 등 남북 이슈와 함께 대선 시기 가장 큰 이슈로 자리잡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관건은 좌파운동이 반신자유주의 정치운동을 세우기 위해 얼마나 구체적인 대선전략을 내고 실천하느냐의 문제로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