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의 정책소연합

국민연금 수정안, 호랑이 피하려다 늑대 만난 꼴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정책연합을 했다. 열린우리당과 정부의 국민연금개혁안을 대신해 수정안을 동시에 제출한 것이다. 65세 이상 전체 노령인구의 80%에게 2008년 평균소득 5%에서 시작해 오는 2018년까지 10%(현재 기준 약 18만 원)로 상향하는 기초연금을 도입하고, 소득비례연금의 소득 대체율은 2008년 50%에서 2018년까지 40%로 낮추되 보험료는 현행 9%를 유지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 내용은 지난 3월 30일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가입자 단체들의 호소를 받아들인 것이라 한다. 당연하게도 양 노총, 전농, 여성단체연합 등 7개 단체는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기간 밝혀온 재정안정화와 사각지대 해소라는 국민연금 개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마지노선이라고 제시한 이 수정안이 과연 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연금제도를 올바르게 바꾸기 위한 대안이라고 보기엔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 수정안은 그동안 ‘개악’이라고 비판해온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국민연금개혁안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오십보 백보’이거나 절충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먼저 기초연금안을 보면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안에 비해서 대상자수가 20% 늘어나고, 액수가 5%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이는 애초 민주노동당이 최소한의 기초연금 수준이라고 주장했던 15%에서 5% 줄어드는 것이다.

또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는 것은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50%와 차이가 없다. 기초연금액이 정부와 열린우리당 안보다 5% 더 인상된 것이기 때문에 소득대체율에 있어서 줄어들지 않는다고, 실질적으로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변하지만 이를 두고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차이를 강조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연금급여액에서 소득재분배를 달성하기 위해 도입한 균등지수를 1에서 0.75로 감축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기초연금액수를 늘리고 실질 가입기간을 고려하더라도 저소득계층의 급여액수는 감소되고, 고소득계층의 급여액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소득비례 부분의 비중을 올리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향후 국민연금제도 설계와 관련한 논란시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수정안은 현행대로 보험료 부담을 유지하는 것 말고는 제대로된 국민연금 개혁과는 크게 관련성이 없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최악’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호랑이를 피하려다 늑대를 만나는 꼴이다. 더군다나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름으로 이러한 내용을 요구하는게 적절한 것인지는 진실로 곱씹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