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자존심마저 팔아버린 노무현 대통령

노 대통령의 한미FTA 담화문 발표에 즈음하여

최악의 황사에 이은 최악의 협상이 타결되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 USTR 부대표가 4월 2일 오후 4시 한미FTA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오후 9시50분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였다.

노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이번 협상은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원칙과 선례에 따른 협상이며, 농업과 제약산업 외에 피해는 미미할 것이고, FTA에 따른 손실은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서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개성공단의 원산지 인정 근거를 얻었고 서비스 시장은 법률과 회계시장만 개방되어 오히려 불만스럽다고까지한 그런 협상이라 했다. 한편, 한미FTA반대론자들에 대해서도 논리와 근거를 갖지도 못한 비판이었으며, 정부는 민족적 감정이나 정략적인 의도를 배제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으로서 한미FTA를 추진하였다고 발표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런 노무현 대통령의 담화는 그야말로 위선과 기만으로 가득 차있다.

우선, 이번 협상은 철저한 미국중심의 협상이었고 굴욕적 협상이었다. 애초부터 협상과정에서 지렛대로 삼아야 할 핵심이슈들을 4대선결과제의 형태로 먼저 들어 주었고 협상과정에서 시종일관 미국의 의도에 끌려 다녔다. 마지막 8차 협상은 굴욕협상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 진행하면서도 미국시간을 기준으로 진행되었다. TPA(무역촉진권한법)의 스케쥴에 따라 협상일정이 정해진 상태에서 미의회의 인준에 따라 협상시간이 고무줄처럼 왔다갔다하였다. 미의회의 업무시간에 맞춰 협상을 하느라 협상단이 낮에는 자고 밤에 협상을 하는 기이한 모습까지 연출하게 되었으니, 어떻게 이런 협상을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원칙과 선례에 따라서 협상을 진행했다”고 할 수 있는가? 만약 이 말이 맞다면 노 대통령은 미국의 의도대로 협상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원칙과 선례라는 얘기이다.

노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농업과 제약산업 이외의 피해는 미미”할 것이라 했다. 나아가 “법률과 회계시장만 개방되고 나머지 서비스 시장은 협상단이 협상을 너무 잘 막아서 불만스럽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사실이 그러한가? 전산업의 피해는 세세하게 따져봐야 할 일이지만, 서비스 시장만 하더라도 정부는 이른바 ‘자발적 개방정책’으로 한미FTA가 아니라 국내법으로 개방하고 있다. 자본시장, 교육, 의료 시장이 국내법으로 완전개방 상태로까지 가고 있는데 구태여 FTA의제로 다룰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법률과 회계시장만 개방해서 불만이라는 너스레를 떨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어찌되었건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과 미처 예상하지 못했지만 손해를 본 부분에 대해서는 제도적 보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피해가 있으면 지원해주고, 폐업을 해도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말을 선의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보조금 지급은 그 자체가 국제적인 쟁점사안이다. 만약 어떤 투자자가 농업 보조금이 위반이라고 주장하면 꼼짝없이 걸려들게 되어 있고 이번 한미FTA가 그 길을 열어 놓았다. 정부의 보조금마저 정부의도대로 될지, 미국 투자자와 미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한미FTA 체결의 진정한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한마디로 개방에 따른 시간을 주었으니 구조조정을 단행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구조조정을 위해 한미FTA를 추진했다는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구조조정의 방향은 농업말살이고, 그 대신 자동차, 섬유, 철강, 전자 등 재벌들의 이해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또한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강도 높은 내부 구조조정, 노동시장 유연화를 더 확대하라는 주문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한미FTA가 양극화를 심화시키지 않는다고 강변하며 근거를 대라고 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개방과 세계화로 인한 공공서비스의 파괴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인가, 노 대통령은 아직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한미FTA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 심각한 것은 미의회의 요구에 따라 추가협상이 진행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협상문이 5월은 되어야 공개가 되기 때문에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내용도 문제겠지만, 6월말까지 미의회의 요구에 따라 추가개방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에 따른 피해는 더 커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번 끌려간 협상을 다시 되돌리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개방철학을 갖고 어려운 협상때마다 버팀목이 된 대통령께 감사드린다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이 모든 사태가 다른 누구보다도 대통령의 결단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자면, 우리 정부가 줏대도 없고, 애국심도 자존심도 없는 그런 정부가 아니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부분적으로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을 죽음으로 모는 대통령은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노무현 정부 들어서 군사정권보다 많은 노동자 농민들이 분신을 하거나 스스로 운명을 달리하셨다. 노동자, 농민, 이주노동자는 물론 연예인부터, 학생과 노인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자살율이 OECD 국가 1위에 달하는 동안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책임있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이번 일도 자국민이 분신까지 했는데 이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대통령이다, 이런 대통령이야말로 자존심까지 팔아치운 대통령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