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겐 ‘자유’, 민중의 삶엔 ‘족쇄’인 한미FTA 타결

[진보논평] 한미FTA 타결이 가져올 미래

진보전략회의(준)는 한국사회 주요 전략아젠다에 대한 진보적 정책생산을 목표로 모인 연구자, 활동가들의 전략네트워크이다. 사회운동의 통합적 활동이 가능하도록 운동과 운동을 이어주고 지역, 부문, 현장에서 운동기획을 자극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표방하고 있다. 진보전략회의(준) 회원들이 주요한 사안에 대해 발표하는 '진보논평'을 민중언론참세상에 게재한다.- [편집자 주]


허세욱 택시노동자가 한미FTA 중단을 외치며 자신의 몸을 불사르고, 4월 첫날의 지독한 황사에 뒤이어 4월 2일 한미FTA협상이 마무리되었다. 작년 2월 협상개시를 선언한 이후 14개월 만이다. 협상결과를 놓고 협상대표로 참석했던 미국과 한국의 대표는 스스로 ‘A' '수’라는 최고의 점수를 매겼고, 노무현 대통령은 ‘FTA는 도전’이라며 도전은 성공할 것이라고 타결 직후 담화문에서 언급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졸속협상, 퍼주기협상, 매국협상, 참여봉쇄협상 등 정부와 협상단의 입장과는 정반대의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전경련과 무역협회 등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는 미국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호기를 마련했다고 호평을 내리고 있고, 다른 한편 농축산 단체와 농민들은 국내 농축산업의 절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협상무효를 선언하고 나섰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지난 몇 년간 대통령을 못씹어서 안달났던 것과 180도 달라져 ‘집념의 리더쉽’라는 등의 노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다. 독설로 유명한 어떤 정치인도 대통령을 도와줘야 할때라고 강변한다. 한미FTA 타결이 기간 정치세력간의 대립과 반목의 양상을 바꿔놓고 있는 셈이다.


‘FTA는 정치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라고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한미FTA는 정부가 밝힌대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선진국으로 진입할 초석을 마련하고, IMF 경제위기 이후 심화되어온 양극화 해소의 전기가 될 것인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빈곤층의 빈곤탈출을 도울 수 있는 일자리는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인가? 아니면 거꾸로 양극화는 더욱 확대될 것이며, 빈곤층은 늘어나고 빈곤은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것인가? 사실 한미FTA에 대한 찬반은 이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반영되어 나타난 것이다. 협상비준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고, 협정 발효 후 그 효과가 5-10년이 지나서야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에서 한미FTA가 가져올 효과에 대해 단정적으로 확언하기에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IMF이후 진행되어온 과정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와 자본의 전략방향을 보면서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특히 타결된 협상내용에 대한 검토는 이러한 유추의 구체성을 확보하는 유력한 근거이기도 하다.

정부공식통계상으로 이미 700만을 넘어선 빈곤층의 양산과 빈곤의 대물림 구조의 고착화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결과임은 이미 밝혀져 있다. 여기에 덧붙여서 노동시장유연화로 인한 노동의 불안정 심화, 노동조건 악화, 그리고 사회보장의 미비 등은 빈곤을 더욱 확대심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른 소득불평등은 현재 어느 시기보다도 최고수준에 도달해 있다. 개방화, 유연화, 시장화는 이를 추동하는 ‘3각 편대’이다. 이는 극소수 독점자본의 이익을 보장하는 ‘선의 축’이지만, 빈곤층의 입장에서 보면 ‘악의 축’인 셈이다. 현 시점에서 개방화는 한미FTA 타결로 정점을 이루고 있으며, 유연화 조치는 작년 비정규악법과 노사관계로드맵 관련 법안의 통과로 일단락이 맺어진 상태이다. 그리고 시장화 전략, 다른 말로 ‘자발적 자유화’ 조치는 정부에서 기존의 경제자유구역 등의 신설에 뒤이어서 ‘서비스산업경쟁력강화방안’과 ‘사회서비스 일자리대책’ 등을 통해 관련 법과 제도의 정비를 2007, 2008년에 이루어낼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만약 이러한 조치가 취해지면 1997년 이후, 아니 더 멀게는 1980년대 초반, 1987년 이후 취해져온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완성되어 새로운 사회적 시스템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는 ‘미국식 생활방식과 시스템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한미FTA타결은 이러한 삼각편대의 꼭지점을 이루는 것으로서 미국과 한국의 경제시장의 통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통합이기도 하다. 소위 ‘낯선 식민지’의 사회가 열리는 셈이다. 자본을 대변하는 언론은 이를 ‘제3의 개국’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는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국가’가 미국이라는 ‘국가’에 통합되거나 전통적인 의미의 식민지로 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 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 민중의 삶이 소수 한국자본과 미국자본이 추구하는 이윤의 ‘덫’과 ‘뫼비우스의 띠’에 갇히게 됨을 의미한다.

이런 까닭에 한미FTA의 득실을 따지는 것은 산업간 유불리, 수출입액의 증감 여부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만약 여기에 국한된다면 덧셈-뺄셈의 산수에 국한되어버리거나, 자본이 쳐놓은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대통령이 계산한 셈법이 바로 이것이다. 농업과 의약품은 어려울 것이지만 다른 산업은 크게 어려울 것이 없으므로 손익계산을 따져보니 국익을 관철시켰다고 총평을 내리는 이유이다. 물론 이조차도 제대로 산수를 했다고 보기 힘들다.

따라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한미FTA 타결 내용이 노동자, 민중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공공영역 등 모든 산업과 영역에 걸쳐 더 강력하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의 위협에 놓여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구조조정은 지금도 다방면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 IMF 이후 기업, 금융, 공공, 노동 등 4대 영역에 걸쳐 행해진 구조조정은 그 초반기를 거쳐 이제는 안정화 시기를 경과하고 있다. 한미FTA 체결은 구조조정의 제3시기를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피해를 볼 것이라 예상되는 농업분야는 관세철폐가 시작되는 10-15년 시기사이에 가장 급격하게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며, 특허기간연장, 의약품 산업도 마찬가지이다. 흔히 손해를 보지 않는 분야라고 일컬어지는 자동차, 섬유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기계부품, 화학산업 등 제조업의 다른 산업, 신발·고무·가죽 등 중소기업 등도 관세를 없애 얻게 되는 가격 우위라는 장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일상적인 구조조정이 더욱 강화될 것임은 필연적인 경로일 것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결과는 익히 겪어온 바대로 너무나 뻔하다. 실업자의 양산-정부와 관련산업계의 예측으로도 6-7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든다-, 농민층의 도시로의 유입을 통한 빈곤층의 확대, 노동의 불안정성의 심화로 인한 삶의 후퇴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흔히 얘기되어지는 ‘노동빈곤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둘째, 각종 사회적 권리와 보편적 가치의 후퇴가 지속적으로 자행될 것이다. 지금보다 아주 싼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달콤함 유혹에는 광우병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섬유제품을 더 팔기 위해서 유전자조작농산물(LMO)에 대한 전면개방을 허용함에 따라 국민들의 생명안전은 뒷전으로 미뤄졌다. 또한 투자자의 경제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투자자-국가제소권(ISD)의 도입은 아무리 예외 조항을 두었다 하더라도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공공영역에 대한 정책 등을 시행하는 데에 항시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근거를 허용해 버렸다. 아울러 자동차 세제개편 허용은 대기오염의 증대와 세수의 감소로 이어져서 수출증대(이것도 불확실하지만)로 얻게 되는 자본의 이익 대신에 국민들은 악화된 환경과 그만큼의 세금부담을 지게 되어 버렸다. 쌀을 제외한 농업의 개방은 비단 관련 작물의 절망에 국한되지 않는다. 의약품에 대한 특허기간 연장과 약값결정에 다국적 제약회사가 관여할 수 있게 되면서 1조원 이상의 약값을 더 부담하게 되었으며, 이는 연쇄적으로 건강보험재정에 부담을 주게 되어 그만큼 국민의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또한 비위반제소 조항이나 앞에서 언급한 ISD의 조항은 향후 건강보험시스템과 보건의료시스템에 관여할 수 있는 길 또한 열어 주어 의료급여를 포함한 국민의 건강권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환경주권, 건강권, 생명안전권 등 사회적 권리의 후퇴는 경제적 장벽까지 더해지는 빈곤층에게 더욱 심한 위험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셋째, 빈곤의 악순환을 낳는 사회적 시스템은 점점 더 견고해진다. 정부의 한 연구기관에서는 현 정부정책이 지속될 경우 2030년까지 한국사회 빈곤층은 25%(1천2-300만)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 바가 있다. 앞서 언급한 개방화, 유연화, 시장화라는 전략의 현재적 실현태인 한미FTA가 정부나 자본의 바람대로 성공적으로 실현되어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그것의 이득은 빈곤해결이나 탈출의 과정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반증해 주는 자료이다. 왜냐하면 한미FTA는 기존 정책의 수정이 아니라 기존 정책을 한층 더 강화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구조조정을 통해 피해를 입는 산업이나 국민들한테는 실업급여, 고용지원, 소득지원 등의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누기’이거나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일 뿐이다.

이처럼 한미FTA는 자본에겐 무한한 자유일지 모르지만 노동자, 민중의 삶은 빈곤과 삶의 권리의 후퇴를 강요하는 족쇄일 뿐이다. 한미FTA가 양국 의회의 비준을 거치고 발효가 되기까지에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어쩌면 이 시간은 IMF구제금융이 10년에 걸쳐 끼친 지대한 영향보다 향후 20년에 걸친 한국사회의 향방을 가늠하는 주요한 시간일 것이다. (진보전략회의(준))
덧붙이는 말

강동진 님은 사회복지와노동 편집위원장으로, 진보전략회의 회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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