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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UN 사무총장, 이스라엘 방문과 레바논 방문 대조적

[한상진의 레바논통신](12) - “헤즈볼라 무장해제 하러 왔나”

반기문 사무총장, 헤즈볼라 비난
일방적 결의안 이행 촉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레바논을 다녀갔습니다.

유엔 사무총장답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양측에 유엔 결의안의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더군요. 하지만, 그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대부분을 헤즈볼라를 비난하면서 레바논에 거의 일방적으로 결의안 이행을 촉구했더군요. 그가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는 이 문제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의 기자회견은 마치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위해서 레바논을 방문한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스라엘에는 마지막에 단 한마디 더 이상의 영공침해를 중단하라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결의안을 무시하는 행동은 거의 이스라엘에 의해서 발생했습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서구의 NGO들이나 기자들 그리고 레바논 상황을 연구하기 위해서 방문한 학자들이나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 헤즈볼라만이 레바논의 미래를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는데 개인적으로 동의합니다. 헤즈볼라의 최근 행태를 비판하는 사람들조차도 이러한 시각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면서 단지 헤즈볼라가 대안세력으로서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에 대한 비판입니다.

물론 헤즈볼라에 대한 레바논 내의 여론은 정치적 종교적 배경에 따라서 엇갈리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확실한 것은 헤즈볼라와 그 동맹세력이 레바논 민중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또한 기자회견에서 반총장은 헤즈볼라가 “납치”한 두 명의 이스라엘 병사를 석방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요구 역시 사실에 기반하지 않고 있습니다. 레바논과 이스라엘 국경지역을 단 한번이라도 돌아본 사람이라면 이스라엘 병사가 국경을 넘어와서 작전을 하다가 체포를 당한 것이란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언론도 역시 이들이 국경을 넘어와서 군사작전을 벌이다가 퇴각하는 과정에서 헤즈볼라와 교전이 벌어졌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여 보도한 바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 도발한 적군을 나포한 것은 체포이지 납치가 아닙니다. 그래서 포로 처우에 관한 제네바 협정을 지키도록 촉구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양국이 아직도 실질적인 분쟁상태(아직도 결의안의 완전 이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일부 지역에서 지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영토 점령과 영공침해 그리고 불법적인 레바논 국민 납치 등이 자행되는 등 결의안 불이행은 이스라엘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을 한 대 이스라엘 저항세력입니다.)에 있는 상황에서 체포한 포로를 일방적으로 석방하라는 것은 레바논이 이스라엘에 일방적으로 백기를 들고 항복하라는 주장으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레바논(헤즈볼라)과 이스라엘 양국이 납치 혹은 체포한 포로나 수감자들을 교환할 수 있도록 협상을 중재하는 것이 UN사무총장의 임무에 더욱 합당한 일인 것으로 보입니다.

고등학생들이 벌인 어처구니없는 해프닝 하나

최근에는 조금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을 했습니다.

얼마 전에 베이루트의 아메리칸 대학(AUB)에서 폭발물이 발견된 적이 있습니다. 같은 날 한 고등학교 인근에서도 폭발물이 발견되었다는 전화가 경찰로 걸려왔다고 합니다. 곧바로 출동한 폭발물 제거반이 폭발물 탐지견까지 동원하여 근처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경찰은 전화번호를 추적하여 전화를 건 사람을 찾아낼 수 있었고, 인근 고등학교의 학생으로 밝혀졌습니다. 두 명의 학생이 물리 시험이 너무 어려워서 공부할 시간을 더 확보하고자 시험이 취소되기를 기대하면서 전화를 건 것입니다.

레바논에서는 이스라엘 침공으로 인한 불발탄, 정적을 제거하기위한 폭탄 테러용 폭탄, 내전기간 중에 남겨진 불발탄 등 아직도 수많은 폭발물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시험이 닥친 고등학생들이 난관을 피해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이런 전화를 하도록 만든 배경입니다.

레바논의 복잡하고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 낸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해프닝이었습니다.

FTA나 파병이나 국익논리 앞세우는 건 마찬가지

드디어 한미 FTA가 체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미국의 선진 자본주의 체재를 받아들여 국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그럴듯한 말로 표현하고 있지만, 본질은 지난번 메일에서도 잠시 언급을 했지만, 미국에 일부를 내주고 미국의 신자유주의 착취 기법을 학습하여 다른나라에서 착취하여 미국에 내준 것을 충당할 수 있고 그러면 전체적인 국익에는 도움이 된다는 의식이 정부와 재계 일부 사람들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FTA반대 진영에서도 미국과의 FTA는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논리를 사용합니다.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여도 된다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라크 파병논쟁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군의 피해가 없고,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미국의 범죄행위에 동참하는 것은 별 문제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논쟁들이 겉도는 것 같습니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레바논 파병도 추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레바논 파병지가 확정되었고 주둔지 조성 작업에 들어가기 위한 선발대가 파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래저래 우울한 소식들뿐입니다.

전쟁범죄 조사 작업, 정보 수집 어려워
병원마다 돌아다니며 자료수집 중


현재 전쟁범죄 조사 작업이 지지부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레바논 정부가 하는 일이 거의 없다보니 정보를 수집하는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가령 예를 들어서 이스라엘의 화학무기 사용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서(이미 언론에서는 여러 차례 보도된 사실입니다.) 관련될만한 레바논 정부 기관들을 모두 돌아봤지만, 전쟁 피해 사망자나 부상자들의 정보를 종합해 놓은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또한 레바논 군당국의 군비통제관은 전쟁 기간 중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어떤 무기들을 사용했는지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들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레바논 남부지역의 병원들을 한군데 한군데 일일이 모두 순회를 하고 있습니다. 거의 한 달 동안을 이일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또한 보수적인 이슬람 공동체의 분위기도 작업을 하는데 걸림돌입니다. 이스라엘 군인에 의한 성폭력 사례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구체적인 자료 수집을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2주를 돌았지만, 단 한사람의 피해자나 피해사례를 증언해줄 증인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발생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만, 특히 성문제에 보수적인 이슬람 공동체의 분위기가 피해자나 피해를 증언해줄 만한 피해자 지인들이 증언을 나서지 못하도록 막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폭력 부문에 관해서는 "소문은 있으나 확인된 바 없음."으로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간 너무 정치적인 이야기들만을 메일로 보내드린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도 함께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혹독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에서는 평범한 삶이 있습니다. 일상의 이야기가 서로의 이해를 돕고 상황을 이해하는데 더 큰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레바논에 들어올 때 많은 분들이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만, 제대로 된 재정 보고를 드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후원 감사드리면서 수일 내로 메일을 통하여 재정보고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레바논 NGO 및 청소년을 위한 컴퓨터 지원 필요해

잊은 게 있어서 다시 메일 드립니다.

먼저 레바논의 NGO 상황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드립니다.

레바논에는 크게 NGO들이 두부류가 있습니다. 먼저 종교 정치단체에서 그들 조직을 선전하기 위한 도구로 설립한 단체들이 있습니다. 이들 종교 정치 조직들은 대부분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주체들이기에 이들이 NGO를 설립해서 구호사업에 쏟아 붓는 돈과 시간 인력으로 정부조직을 강화하고 정부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치인의 자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러한 일들이 정부의 치적으로 돌아가기 보다는 자신의 치적으로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이들을 정부에서 빼돌린 돈으로 이들 NGO들을 설립하고 그들의 정치 기반이 특정 그룹을 지원합니다. 기독교 구호단체는 가난한 기독교 마을에서 구호사업을 하고, 이슬람 구호단체는 이슬람 마을에서 구호사업을 벌이는 식입니다. 그래서 이들이 설립한 단체들이 제대로 된 구호사업을 벌일 리 없습니다.

실제로 전쟁 직후 한 정치조직에 속한 구호단체가 연 청소년 캠프를 참관한 적이 있습니다. 명분은 전쟁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의 심리치료를 위한 캠프였습니다만, 청소년들을 모아놓고 전쟁 직후 파괴되어 잔해로 뒤덮인 도시의 거리를 청소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고 있더군요. 물론 청소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파괴된 잔해로 뒤덮인 도시에서 거리 청소를 한다는 것이 그토록 급한 일이었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청소를 한지 30분 이내에 거리는 다시 파괴된 잔해에서 날아온 먼지로 뒤덮이더군요. 경험 없는 이들이기에 뭐를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만들어낸 해프닝이었습니다.

반면 레바논에서 이들 정치조직과 연계를 맺지 않고 정말로 사회 발전과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일하는 NGO들이 소수이긴 하지만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치조직과 연계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대단히 열악한 상황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대부분 외부 세상의 지원에 의존하여 활동을 벌입니다. 그래서 이들 단체들의 재정 상황은 대단히 열악합니다. 많은 단체들이 아직도 펜티엄 II 급의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들 단체들에게 한국에서 쓸 만한 중고 컴퓨터를 지원할 수 있는 단체나 개인을 찾고 있습니다. 혹시 컴퓨터를 바꿀 계획을 갖고 계시거나 주위에 컴퓨터를 교체할 계획을 하고 있는 단체나 회사가 있으면 레바논의 NGO들에 컴퓨터를 지원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일단 급하게 컴퓨터가 필요한 현지 NGO들과 레바논의 팔레스타인 난민 청소년 교육용으로 사용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말

한상진 활동가 후원계좌 하나은행773-910053-98605, 제일은행250-20-440303, 국민은행063301-04-054340, 농협205035-56-033336 예금주: 김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