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잎 클로버, 코오롱 동지의 선물

[연정의 바보같은사랑](3) - 낡은 수첩 갈피 속 복직의 꿈을 나눠받다

2006년 12월 13일, 민족춤패 '출'과 노래패 '희망새' 동지들의 합동공연 '고공' 공연이 있었다. 기륭과 코오롱 동지들이 함께 관람을 했다. '고공'은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가 해고된 노동자들이 고공 농성을 하다가 다시 내려오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공연이다.

코오롱 동지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어서일까.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데, 코오롱 동지들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황인수 사무국장의 눈동자가 불그스름한 것이 울었던 것 같다. 물어보니 공연을 보다가 두 번 울었다고 한다.

  코오롱 동지에게 선물받은 네잎 클로버

근처 술집에서 출연자와 관객이 함께하는 뒤풀이가 진행되었다. 소주 몇 잔을 마시고 난 황인수 사무국장이 뒤적거리더니 꼬깃꼬깃한 종이 한 장을 꺼내서 보여준다. 정리해고통보서다. 또 잠시 후, 그가 수첩을 뒤적거린다. 투쟁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있는 낡은 수첩 사이에서 무언가를 꺼내는데 보니 네 잎 클로버다. 수첩 몇 장을 넘기니 또 하나의 네잎 클로버가 나오고, 또 몇 장을 남기니 또 하나의 네잎 클로버가 나온다.

그는 그 자리에 함께 했던 기륭동지들과 나에게 네잎 클로버를 하나씩 선물로 주었다. 그의 것을 남겨두지 않고 준 것 같아 돌려주려 하니 한사코 됐다고 한다. 그가 누려야 할 행운을 내가 빼앗는 것만 같아 미안하다. 네잎 클로버를 하나하나 따서 수첩 갈피에 꽂으면서 그가 꾸었을 복직의 꿈을 생각한다. 그 소중한 꿈과 희망이 담긴 클로버를 동지들에게 나누어주는 그의 손길이 따스하면서도 마음 아프게 한다. 그가 동지들에게 나누어준 꿈과 희망이 더 큰 사랑과 연대를 만들어 하루 빨리 이들이 땀 냄새 물씬 나는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말
며칠 전, 황인수 사무국장이 네잎 클로버가 하나 더 있었다며 수첩을 꺼냈다. 그는 진짜 마지막 남은 네잎 클로버를 내게 주겠다고 했다. 나는 정색을 하며 손을 내저었다. 그래도 그는 자꾸 주겠다고 한다. 급기야 나는 이거마저 주시면 상반기에 투쟁 승리 못하신다는 말까지 하고야만다. 그제서야 황인수 사무국장이 멋쩍게 웃으며 네잎 클로버를 집어넣었다.

자신들이 일하던 공장에 가서 일하겠다는 너무도 소박하고 정당한 소망을 안고 8백일 가까이 거리에서 투쟁해온 이 동지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기원한다. 교섭 한 번 하기 위해 동맥을 끊고, 머리를 깎고 밥을 굶고 15만 4천 볼트가 흐르는 송전탑에 올라갔던 이 동지들에게도 한번쯤은 정말 한번쯤은 행운이 함께 하기를.
덧붙이는 말

진보생활문예 '삶이보이는창' 55호에 실린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 이야기2 : 적들보다 하루 더 길게 싸우는 투쟁"을 출판사와 저자와의 협의 하에 부분 발췌해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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