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시행령 개정이 아니라 폐기 위해 힘모아야

5-6월 비정규법 폐기 싸움에 주목하자

노동부는 비정규직법 시행령을 오늘부터 입법예고했다. 기간제법 시행령, 시행규칙과 파견법 시행령, 시행규칙은 지난 해 국회에서 통과된 비정규법안의 본질인 노동유연화를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정부는 5월 25일까지 규제심사를 거쳐 6월 19일 국무회의 결정에 따라 6월 중 공포할 예정이고, 공공운수연맹,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등은 7월 시행을 앞두고 5-6월 집중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기간제법 시행령, 시행규칙에 따르면 △박사학위를 보유하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 △기술사 등급의 국가기술자격을 갖춘 자가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 △변호사.의사.한의사.공인회계사 등 전문자격을 갖춘 자가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해도 무기계약으로 전환되지 않는 '기간제 특례'로 분류된다. 또 다른 법령에서 기간제 사용기간을 달리 정하는 경우와 한국표준직업분류 대분류0, 1, 2의 직업에 종사하는 자중 근로소득이 노동부장관이 고시하는 소득수준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도 함께 적용된다. 정부의 복지정책, 실업대책 등에 의해 제공된 일자리의 경우에도 무기한 계약직화 예외도 포함되었다. 파견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파견허용업무가 기존의 138개 업무에서 187개로 늘어나게 된다.

노동부의 시행령에 대해 경총은 "파견근로 허용업무를 명목상 다소 늘린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종전과 거의 다르지 않은 것"이라며 불평을 터뜨렸다. 그러나 비정규직 당사자의 목소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는 19일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비정규법안, 벌써부터 현장은 짤리고, 불이익 당하고, 아웃소싱·용역외주화 되는 등 전쟁터를 방불"한다며 수십 개의 피해사례를 거론하며 비정규법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또한 KTX승무원노조는 승무원 외주화를 통해 철도노동자 전체의 구조조정을 예고한다고 지적했고, 노동부 산하 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노사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기계약 전환을 꾀하고 있으며, 과학기술부 산하 정부출연기관에 최근 5년간 신규 채용된 연구인력 중 비정규직은 67.7%였고, 박사는 49.2%, 석사는 78.1%가 비정규직이라 보고한 바 있다. 비정규법이 아직 시행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노동현장에서 나타나는 사례와 각종 통계 보고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안이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 비정규법안이 다양한 이름의 비정규직을 늘릴 뿐 아니라 상시화, 구조화 함으로써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법적 근거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행령은 대통령령으로 자유롭게 파견을 확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비정규법에 근거해서 입법예고 되었다. 비정규법은 파견과 도급의 구분기준을 임의로 적용할 뿐 아니라, 불법파견을 합법용역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2년마다 해고와 계약으로 계약직을 영구 구조화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차별시정위원회를 통해 노동자가 차별 당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 제소할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차별의 합리화를 위한 방편으로 작용할 것이다. 시행령은 예고된 일이고, 또 앞으로도 얼마든지 개정될 수 있다. 결국 비정규법안이 원죄이고, 비정규법을 폐기하지 않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현실에서 받을 고통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들이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고, 비정규법안 폐기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한 일이다.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비정규악법은 수정이 아니라 폐기 대상이므로 6월 투쟁전선을 만들자고 호소했고,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일부 대의원들도 개악안 폐기를 위한 안건을 발의하였으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노동법 개악 폐기를 위한 1천인 선언을 준비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에서 시행령 저지와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쟁취 특별결의문을 제출했으나, 그동안 노사정 협의에 공식 논의 없이 참여하였고, 시행령 개정 중심으로 재개정 투쟁을 접근하는 등의 문제를 노출하였다. 아울러 비정규직 당사자의 요구를 적극 받아안지 않는 가운데 이후 실질적인 투쟁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불거졌다.

시행령 입법예고는 한미FTA 타결 이후 자본이 구상하는 맥락, 즉 산업구조의 고도화, 규제의 선진화, 노동유연화 문제와 떨어져 있지 않다. 비정규법 통과에 이은 시행령 입법예고는 노동유연화 관련 법제도의 전면 시행을 앞둔 마지막 손질인 셈이다. 따라서 비정규법에 대해서는 힘닿는 대로 폐기하는 싸움을 이어가야 하며, 시행령을 앞둔 5-6월은 시기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통과된 비정규법안을 폐기하는 싸움이 쉬운 일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작은 싸움을 하더라도 원칙을 잃지 않아야 하고, 시기와 방식에서 민주노조운동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운동이든 사회운동이든 반자본의 저항의 연속성과 리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