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민주노총 대선독자후보, 진정성 안 보여

민주노총 정치방침 풀어야

민주노총이 대선 독자후보를 추진을 공식화하였다. 그 동안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이 공식, 비공식 석상에서 민중참여경선제와 민주노총 독자후보 추진을 시사하는 발언을 계속해 왔는데, 5월 4일 상임집행위원회에 민주노총 독자후보선출을 핵심으로 하는 안건을 제출하여 이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하였다.

민주노총 대선독자후보 추진의 이면에는 당원직선제로 대선후보를 결정하기로 한 민주노동당의 대선방침에 대한 이견을 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민주노동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1050명 재석 대의원 중 663표를 얻어 개방형경선제를 부결(찬성 63.14%로 가결조건인 2/3 찬성에 미달)시키고 당원직선으로 대선후보를 선출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직후 이석행 위원장은 언론인터뷰, 민주노총 공식회의 석상에서 독자후보 추진을 언급해 왔던 터였다.

이석행 위원장은 민주노총 조합원이 대선후보선출에 참여함으로써 정치의 주체로 세우고, 100만의 정치투쟁으로 민중참여경선제를 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 당원만이 아닌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해온 단체의 회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자는 주장은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주장은 그 진정성에 의문이 간다.

우선,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선출문제는 이미 민주노동당 전당대회라는 최고의사결정기구를 통해 이미 결정난 사안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이라는 대중조직이 다수의 힘으로 다시 밀어 붙이는 것은 모양새만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비민주적이다. 따라서 조합원의 정치참여를 민주노동당 후보선출 문제로 제한시켜놓고 조합원의 참여를 보장하라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또한, 민주노총의 독자후보 추진이 80만 조합원을 정치의 주체로 세우기 위한 목적이라면 민주노동당 후보선출 문제를 언급하기 이전에 민주노총 내부문제부터 해결해야 수순이 옳다. 현재 민주노총 내에는 여러 정치세력들이 공존하고 있다. 한국사회당과 노동자의힘, 그리고 현장의 여러 정치조직들이 사회주의적 지향을 갖고 진보적인 정치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에는 민주노동당에 참여한 조직들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조직들도 다수 있다.

이 조직들은 민주노총 안팎에서 한국사회의 진보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사회당은 지난 4.25보선에서 대전 서구(을)에 출마하여 2.8%가량 득표하였다. 한국사회당이 민주노총의 지지를 전혀 받지 못한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비록 적은 수이나 의미있는 득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난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조희주 후보조는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의 변경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20%를 넘는 지지를 얻기도 하였다. 이처럼 다양한 진보세력들이 민주노총 내에 존재하고 있지만 이들은 민주노동당의 배타적 지지라는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으로 인해 사실상 정치활동의 발이 묶여 왔다.

이석행 위원장은 “분열주의와 기회주의로부터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지키기 위해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말 또한 순수하게 들리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의 배타적 지지를 대가로 민주노총은 노동 최고위원 추천권, 전체 선출직 중앙위원의 28% 할당, 전체 선출직 중앙대의원의 28% 할당이라는 엄청난 특권을 누리고 있다. 혹시라도 이런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진보진영 내에 공존하고 있는 정당이나 정치조직들의 활동에 발을 묶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분열주의와 기회주의로부터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지키는 것이 다수의 힘에 의한 소수의 입장을 억누르는 것이 아님은 더 이상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또한, 노동자 계급의 이해가 당내 의결기구의 노동 할당제의 몫을 키우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비정규직법 통과과정에서 보여진 민주노동당의 행태를 본다면 아무리 많은 할당제로 노동자가 참여하더라도 노동자의 자주적 권리조차 지키지 못하고 타협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비정규법의 이면합의과정에서 드러난 민주노총의 무기력하고 혼란스러운 모습 역시 마찬가지였다. 민주노동당조차 이제는 노동자의 견제를 받고 비판받아야 할 형편이라면 민주노동당에 대한 일방적인 짝사랑만으로는 노동자의 단결을 이룰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번 대선을 민주노총 80만 조합원의 정치축제로 만드는 것이 이석행 위원장의 진심이라면 다른 무엇보다 민주노동당의 배타적 지지방침부터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면서 얻게 된 28% 할당제라는 특권도 반납해야 한다. 그 대신에 ‘민주노총의 강령과 규약에 부합하는 정치조직에 대한 지지’로 변경하여 민주노총의 원칙과 대의에 걸맞는 상호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진보진영의 대선공동투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민주노총의 위원장이 민주노동당 에 민중참여경선제를 관철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민주노총 독자후보를 추진한다면 일개 정파의 무명소졸이나 할 짓이지, 80만 조합원과 1500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총연맹의 위원장이 할 일이 아니다.

민주노총은 지금이라도 민주노총 내 진보적 정치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조합원들을 정치의 주체로 세우는 가장 빠른 길이며, 대선시기 진보진영 공동투쟁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