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세 개의 전선

반(反)한미FTA전선에서 고려해야 할 일

“두 개의 개혁, 두 개의 전선”. 평소 해오던 개인적인 주장이다(손호철, “두 개의 개혁, 두 개의 전선”, 손호철, 󰡔해방 60년의 한국정치󰡕, 이매진, 2006 참조). 우리가 개혁, 개혁하지만 두 개의 개혁을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그것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같은 민주개혁과 경제개혁, 즉 관치경제의 폐해를 극복한다는 시장주의적 신자유주의개혁이다.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 두 개의 전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민주개혁을 둘러싼 민주개혁전선인데 이를 놓고는 한나라당, 뉴라이트 같은 냉전적 보수세력이 노무현 정부, 시민단체 같은 자유주의세력과 민주노동당, 노동자의힘, 민중연대 같은 진보세력의 연합에 대립하고 있다. 소위 반수구전선이라는 것이 바로 이를 말한다. 또 다른 하나는 반신자유주의 전선인데 여기에서는 진보세력에 대해 냉전적 보수세력과 자유주의세력이 손을 잡고 대치하고 있다. 한마디로, 노무현 정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조중동, 재벌이 연대한 ‘노.열.한.조중동.재 대연합’이다. 그리고 노무현정부는 한나라당에 대해 대연정을 제안하기 이전에 이미 신자유주의를 위한 ‘노.열.한.조중동.재 대연합’을 추진해 오고 있었다.

최근 들어오는 대선과 관련해서도 이 같은 두 전선 중 어느 전선을 중심으로 놓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진행된 바 있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낡은 반(反)수구전선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간의 신자유주의적 폐해를 생각할 때 중심적인 전선이 반(反)신자유주의전선이어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와 관련, 최근 들어 일어난 두 개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미래구상의 움직임이다. 미래구상은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한 반수구대연합을 주장하다가 필자를 비롯한 진보세력의 비판을 받은 뒤 노선을 수정해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반신자유주의 노선을 비판하면서 반수구 반(反)양극화 노선을 주장하고 나섰다. 반양극화노선은 반신자유주의전선의 신자유주의라는 것이 일반 국민들에게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개념화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라는 것이 양극화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양극화가 신자유주의 핵심적인 폐해라는 점에서 반양극화노선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정부가 신자유주의에 앞장선 양극화의 주범이라는 점에서 반양극화노선을 우리의 현실에 제대로 적용할 경우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는다는 이름하에 범여권의 신자유주의적 자유주의세력에 대한 비판적 지지로 나갈 수는 없다.

결국 반수구 반양극화노선이란 한나라당, 범여권과 같은 보수세력은 모두 안 된다는 이야기로 결과적으로는 반신자유주의 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반양극화를 엉뚱하게 해석하거나 반수구 반양극화중 반수구에 방점을 찍어 반한나라당전선으로 귀결되어 버리는 경우로서 이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을 가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대선을 둘러싼 한나라당과 범여권의 내분으로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국회비준을 놓고 한 바탕 격돌할 수밖에 없는 한미FTA 문제이다. 결국 앞으로 우리사회는 반수구, 반신자유주의라는 기존의 두 전선 이외에 한미FTA를 둘러싼 반(反)한미FTA전선이 더해져 세 개의 전선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어떻게 보면 반 한미FTA전선은 반신자유주의전선과 일치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한미FTA에 반대해 단식농성을 한 김근태, 천정배 의원 등이 보여주듯이 신자유주의적 자유주의세력 내에도 반한미FTA 세력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하여 우려되는 것은 일부 진보세력들이 한미FTA 저지의 중요성을 내세워 대선을 포함한 올해의 주전선을 반한미FTA전선으로 삼으려고 하는 경우이다. 물론 한미FTA 저지는 중요하다. 그리고 한미FTA 저지를 위해서는 김근태, 천정배와 같이 한미FTA에 반대하는 자유주의세력과도 연대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 진보세력이 한미FTA를 주전선으로 삼는 것, 그리고 이같은 전략에 기초해 오는 대선에서 김근태, 천정배와 같은 한미FTA반대 신자유주의세력에 대해 비판적 지지를 하는 사태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덧붙이는 말

손호철 님은 서강대 교수로, 본 지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