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한국 기업 현지 직원들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어오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16일 “아프리카 케냐 뭄바사를 출항해 예멘으로 향하던 한국 원양어선 2척이 15일 12시40분(한국시간 오후 6시40분)께 소말리아 해안에서 180km 떨어진 해역에서 해적으로 추정되는 무장단체 의해 납치됐다"고 밝혔다.
이 원양어선 2척에는 총 30명이 승선하고 있으며, 이중 한국인 선원이 4명이라고 파악된다고 한다. 이 원양어선의 선장과 선주는 한국인이라고 한다.
지난 해 4월에도 이 지역에서 동원호가 납치되어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다.
여러 언론에서는 소말리아의 분쟁과 불안한 정치적 상황을 언급하며, 이 지역에는 해적이 자주 출몰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런데, 이 ‘해적’이라고 이름 붙여진 사람들의 정체는 무얼까? 이들은 왜 ‘해적’이 되었을까?
지난 해 태국에서 열린 한 사회운동간의 FTA전략회의에 참석했던 활동가는 정말로 기가 막힌 이야기를 해 주었다. 칠레의 어부들이 해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칠레 정부가 바다를 사유화해서 외국 기업에 다 내준 후, 그 곳에 살던 어부는 오히려 고기잡이를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남은 선택은 '약탈'일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해적질’을 하는 어민들에게는 오히려 자기네 바다에 들어와 고기를 퍼가는 원양어선이 오히려 그들에게는 ‘해적’일 수 있겠다 싶다.
한국 자본이 오히려 '해적'은 아닐까?
최근 들어 한국 기업의 직원들이 “무장괴한”, “해적”에 납치되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1월과 5월 나이지리아에서 대우 직원이 납치되었고, 지난 주말에는 인도 포스코 현지 직원이 3명이 납치되어 1명은 바로 석방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현지 납치 단체는 “석유를 팔아 벌어들인 돈이 도대체 어디로 갔냐”며 외국 기업의 수탈에 대해 분노했다. 인도 주민들은 20개월이 넘도록 땅을 한국기업 포스코에 팔지 않겠다며 “죽음을 불사한” 싸움을 했다. 부족 대대로 내려온 땅을 결코 팔 수 없다며 저항했는데, 오히려 오리사 주 정부를 등에업은 포스코의 압력이 더 거세지자 마지막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되면 주민들이 “무장괴한”이고 “해적”인지, 아니면 현지에서 주민들의 땅 위에 공장을 짓고, 앞 바다에서 고기를 쓸어가는 사람들이 “무장괴한”이고 “해적”인지 선이 모호해진다.
한국 국적을 가진 자본들이 거대해지고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언론에서는 “기대수익이 얼마다”는 식의 장밋빛 환상을 펼치기에 바쁘다.
그러나 그 환상 이면에 이윤에 눈이 먼 한국기업들도 공장을 짓기 위해 또는 댐을 짓기 위해, 항구를 짓기 위해 거기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땅과 바다를 억지로 빼앗는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는 사실도 동시에 기억해야만 한다.
천연자원을 가지고서도 가난해야만 하는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이 가지는 박탈감과 그 원인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한국기업의 현지 직원 납치 소식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