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의 해고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 5.18 정신계승

[연정의 바보같은사랑](5) - 5.18 27주년, 광주시청 비정규직 투쟁

“지금 생각하면 자존심도 없이 그걸 먹고 왔어”

“한 번은 시장 관사에 갔는데 시청 여직원 둘이 파견되어 있더라고. 그이들이 토마토를 썰어주면서 먹으라고 하는데, (광주시청 총무과 직원)○○○이 10층 아파트 밖에 유리 안 닦았다고 먹지 말고 그냥 가라는 거야. 근데 여직원들이 먹고 가라 그래서 먹고 왔어. 지금 같으면 그냥 오겠는데 왜 먹고 왔나 몰라. 그때는 간식 하나 안주고 밤까지 일시키는 데도 말도 못하고. 점심에 밥 한 끼 먹은 게 다니까 그걸 먹고 온 거야. 지금 생각하면 자존심도 없이 그걸 먹고 왔어. 지금 같으면 토마토를 ○○○ 얼굴에 던져버렸을 텐데...”

하루 12시간씩 일해도 특근 잔업수당이며 연월차 생리휴가도 안주기, 공무원들의 반말과 욕설, 하수도 들어내기, 청사 외벽 유리 닦기, 시장 관사 청소와 외벽 유리 닦기 요구, 공무원 개인차 세차, 시청직원 체육대회 때 천막 치기, 비정규직 줄 일당 떼먹기... 노조를 만들기 전에 일상적으로 이루어졌던 부당한 업무지시와 비인격적인 대우, 시도 때도 없이 불러서 일 시켜먹고 밥 한 끼 주지 않았던 광주시청에 대한 조합원들의 성토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투쟁하기에도 취재하기에도 그리 좋지는 않은 땡볕이 내리쬐던 5월 4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공공서비스노조 광주전남지부 광주시청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만났다. 점심 식사하고 잠깐 쉴 시간인데, 염치불구하고 앉아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광주시청건물


행정동 18층과 시의회 5층 건물이 나란히 있는 광주시청은 그런 일들이 있었으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깨끗하고 웅장했다. 그 모습이 배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보니 정말 그렇다. 선장 역할을 해야 할 시의회도 제 역할을 못한다고 한 조합원이 얘기한다. 2004년 이 곳에 새 청사가 들어섰고, 조합원들은 시청 직원들이 들어오기 전부터 건물 안에 있는 똥을 치워가며 열심히 일했었다.

“노조 만들고 솔직히 말해서 행복 했어요”

“노동조합을 민주화한 거죠. 중간 중간 임금․단체협약 투쟁도 했고 지역 연대투쟁도 했습니다. 작년에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총파업 투쟁도 결합했고, 2005년도 전남대병원 원내 하청노동자들의 계약만료 해고 투쟁이며 민주노총의 각종 투쟁을 함께 했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은 비정규직 법안 투쟁이며 광주마사회 투쟁 등 비정규직 투쟁을 항상 모범적으로 해왔어요. 작년에 FTA 반대 투쟁도 우리가 열심히 했죠. 우리가 막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공공서비스노조 광주전남지부 전욱 지부장이 시청비정규직지회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조합원단합대회 [출처: 공공서비스노조 광주전남지부]

[출처: 공공서비스노조 광주전남지부]

“저희는 시청 직원들이 들어오기 전부터 여기서 일을 했어요. 너무 힘들게 고생 했어요. 내 권리를 찾고 싶어서 노동조합을 만들게 됐어요. 그 후 말투부터 달라졌고, 일도 해야 될 일 안해야 될 일 구분을 하게 됐죠. 노조 만들고 솔직히 말해서 행복 했어요. 내 권리 내주장 찾아서 했던 것이 자랑스러웠어요. 그게 보기 싫었나보죠.”

“내 권리를 찾고 싶어서”
라고 이매순 조합원이 또박또박 힘주어 이야기한다. 그것이 2004년 8월, 조합원들이 광주시청과 용역업체가 만든 유령노조를 뒤집어엎고 민주노조를 만든 이유다. 그래봐야 겨우 최저임금과 8시간 근무, 정상적인 업무지시 등 근로기준법을 초과하지 않는 소박한 노동조건이었지만, 그래도 노조를 만들고 나서 조합원들은 행복했다고 이야기한다.

“진짜로 엿 같은 세상이어라우”

“우리가 그런 일(부당한 업무지시로 이루어지는 일) 안 해주니까 노조 만들고 일 안한다고 했어요. 자기들이 시킨 데로 들어야 되는데 안하니까. 진짜로 엿 같은 세상이어라우. 고을의 사또가 잘못하면 암행어사 출두 시켜서 바로 잡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억울해.”

노조를 만들고 난 이후, 시청은 조합원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노조가 생기기 이전에는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부려먹었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으니 노조와 민주노총이 얼마나 미웠겠는가.

일설에 의하면, 작년 11월 FTA 반대 광주시청 진격투쟁 때 조합원들이 보도블록을 깨서 유리창을 깨라고 줬다고 박광태 시장에게 보고가 들어갔는데, 이 보고를 받은 박광태 시장이 “짤라~!” 해서 이번에 조합원들이 계약해지 된 것이라 하는데... 광주시청에서 낸 호소문을 보면 사실일 것 같기도 하다.


“지난 3월 7일 민주노총소속 시청사 청소용역업체 직원과 공공서비스 노조대표 등 29명이 용역업체 직원의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하며 시장실 앞 복도를 불법 점거 농성한데 대하여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의 이러한 강경투쟁은 그동안 온 시민들이 힘들여 쌓아온 민주성지의 명예를 더럽히고 자긍심을 짓밟는 행위가 아닐 수 없으며, 어렵게 다져온 경제 기반이 일순간에 무너져 버리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142만 광주시민에게 드리는 호소문 中에서>

5천 명 되는 광주 기아자동차에서 파업을 해도 성명서 하나 낸 적 없는 광주시청이 3월 8일 이후 ‘142만 광주시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 호소문에서 박광태 시장은 기껏해야 최저임금과 8시간 노동에 행복해하던 시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광주 민주성지의 명예를 더럽히고 지역 경제를 무너뜨리는 불순 세력으로 비난했다. 그리고 광주시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승계 할 아무런 권한과 책임이 없다고 했다. 박광태 시장은 민주노총을 없어져야 할 집단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진짜로 엿 같은 세상이다.

“언론이 너무 차별을 해서 그것이 젤로 억울해요”

“언론이 너무 차별을 해서 그것이 젤로 억울해요. 시청 얘기만 하고 우리 얘기는 안 해줘요. 언론이 시민의 소리가 되어주고 귀가 되어주고 우리 얘기를 퍼트려 줘야 하는데 비정규직은 너무나 억울 하더라구요. 하소연할 데가 없어. 인권위 조사는 6개월이 걸린다는데, 우리 조사하다가 늙어서 죽겄어. 그나마 우리 소리를 대변해주는 언론사도 탄압해서 중단됐다가 5월 1일 날 다시 발간됐어요. 어디다 얘기할 데가 없어. 우리가 가서 촛불 선전전전도 해보면 사람들이 안 모아져요. 하기는 꽤 여러 번 했어요. 시청 앞은 허허벌판이라 시내 쪽에 가서 했는데도 관심이 없어. 그리고 방송에 나가면 시청말만 나와요. 우리 얘기가 옳다고 얘기하는 데가 없어요. 우리가 직접 얘기해도 곧이 들을라고 안 해요. 우리가 직접 얘기해도.”


현재 인권위에서 고용 문제와 3월 8일 광주시청의 폭력 건으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조합원들은 광주시청도 밉지만,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전해주지 않는 언론도 밉다고 했다. 지역의 언론들이 기껏 취재해가면 시청 측 얘기만 보도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이 광주시청의 압력에 의한 것임을 조합원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일은 우리 하나로 그쳐야 돼”

99번째 세계여성의 날은 광주시청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3년 동안 열심히 일해 온 일터에서 쫓겨나는 날이었다. 나는 지난 겨울, 광주 마사회 투쟁 때 전욱 지부장으로부터 “광주시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계약해지가 이루어질 듯 하니 관심 가져달라.”는 말을 들었다. 1년 동안 문제 해결을 위해 광주시에 대화를 요구했지만, 광주시는 외면했다. 얼마 뒤, 광주마사회 문제가 타결되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광주시청 문제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3월 7~8일 조합원들이 광주시청 시장실 앞 복도 농성에 들어가고, 조합원들이 감금과 폭력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광주시청은 8일 오전 술을 먹은 시청 공무원들을 동원하여 옷을 벗고 있는 조합원들을 이불을 씌워 밖으로 들어냈다. 당시 청사에 두고나온 조합원들의 개인소지품들은 아직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직원들이 술을 먹고 달려드는데, 우리는 무기가 없잖아요. 순식간에 벗자 그러니까 벗은 거에요. 설마 옷을 벗는데 손을 대겠냐 했는데... 이불을 씌울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런 일은 우리 하나로 그쳐야 돼. 맨 정신으로 할 수 없으니까 다들 술을 먹고 온 거죠. 3년을 같이 마주쳤던 사람들인데, 알죠. 지그들도 맨 정신으로 할 수 없었던 모양이죠. 동료들이 개처럼 돼지처럼 끌려 나가는데. 그거는 다시는 상상하고 싶지 않아요. 그거는 우리로서 끝냈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이 그런 피해 안 봤으면 좋겠고. 설마 광주시가 그렇게 잔인하게 할 줄은 몰랐어요.”



  미술치료를 진행중인 조합원들 [출처: 공공서비스노조 광주전남지부]

한 조합원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했다. 그래도 아침에 출근하면 “아주머니들 있어서 청사가 깨끗해서 너무너무 좋다.”고 말했던 사람들까지 진압에 동원되었다.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구둣발에 짓밟히고 끌려 다니면서 다친 것은 조합원들인데, 되려 광주시는 조합원들을 상해죄로 고소했다. 광주시는 집시법과 업무방해 등으로 계속해서 고소를 하고 있다.

문이 잠긴 채 감금당하는 악몽에 시달리는 조합원들도 있다. 벌써 숱하게 이야기했을 그 날의 기억을 묻고 듣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조합원들의 정신적 고통을 조금이나마 치유하고자 미술치료를 진행하기도 했었다한다.

“지금은 악으로 버티고 있는데, 시청 원직복직 되면 긴장 풀어져서 입원할 사람 많이 나오지 않을랑가. 마음 풀어지면 아파져버려.”

“젊은이들을 위해서 꼭 해야 되요”

광주청사 건물 벽에 “경축 통계청 발표 광주 고용률 5년 만에 최고치 경신”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박광태 시장은 광주시청 내 노동자 20여 명을 일터에서 쫓아내면서 13만 4천 개의 일자리 창출 운운하며 투자유치를 하러 유럽 까지 돌아다니고 있다.

“청사 내 일자리가 사라진 일자리가 아니다. 있는 일자리마저 빼앗아 가는데 일자리 창출이 말이 되느냐. 창출한다는 그 일자리는 100% 비정규직 일자리이고, 비정규직을 주기적으로 해고 하겠다는 말이다. 일년마다 해고하겠다는 말이다. 그래서 광주시가 13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은 곧 13만 명을 해고하겠다는 것과 같다. 실제로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기존 일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

전욱 지부장이 박광태 시장이 한 ‘13만4천 개 일자리 창출’ 공약의 허구성을 지적한다.

  광주시청 앞에서 7보1배를 하고 있는 해고노동자들 [출처: 공공서비스노조 광주전남지부]

광주시청 해고 노동자 20여 명은 5월 14일~18일 까지 총 35시간 동안 시내에서 망월동 묘역까지 7보 1배를 진행했다. 7보 1배는 광주시에 5.18 정신을 생각하며 노동자들에게 지난 잘못을 사과하고 원직복직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된 투쟁이다. 5.18 기념식이 끝날 즈음, 조합원들은 마지막 목적지인 망월동 묘역에 도착했다 한다.

“우리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비정규직 확산하는 법이 7월부터 적용된다고 하잖아요. 앞으로 우리 젊은이들이 다 비정규직으로 갈수 밖에 없는 시대가 될까봐 그게 제일 안타까워요. 우리는 그래도 나이가 들었으니까 괜찮지만... 우리가 조그만 힘이라도 된다면 열심히 투쟁할거에요. 진짜 할 거에요. 끝까지. 우리도 억울해서 들어가야 되지만 젊은이들을 위해서 꼭 해야 되요.”

그동안 당했던 억울함과 서러움을 토로하던 윤옥주 조합원이 여러 번 강조하며 이야기한다. 무릎과 허리가 성치 않은 50대 이상 되는 노동자들이 뜨거운 아스팔트에 엎드리며 품었던 마음이 바로 이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느덧 70일을 넘겨버린 광주시청 비정규직 투쟁, 5.18 광주민중항쟁 27주년을 앞두고 겨우 대화의 물꼬를 열어놓은 상태다.

5.18 광주민중항쟁 27주년을 맞아 주말까지 많은 이들이 광주를 찾을 것이다. 20일 오전 11시에는 광주시청 앞에서 ‘광주시청 비정규직 투쟁 승리를 위한 전국노동자 결의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5.18 정신 계승은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다.

23명의 광주시청 해고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5.18 정신 계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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