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본질은 '알 권리'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 공방과 미디어활동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의 골자는 정부의 각 부처와 경찰서에 있던 기자실을 정부청사와 경찰청에 통합하는 것, 기자들의 정부 청사 내 출입과 공무원 접촉 제한을 강화하는 데 있다. 정부는 외국 사례와 함께 트레이드마크인 '선진화방안'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의 제도와 관행 하나를 정상화하는 일이고, 선의를 가지고 하는 행위"라며 정상화, 합리화를 강조했다.

그런데 정부가 취재지원시스템을 '선진화'하겠다는 것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취재지원시스템의 선진화-정상화-합리화를 가리는 여부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조치가 이루어지는가 아닌가에 있다. 정부가 사회구성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구성원이 정부의 정책과 정치 전반에 참여하고 감시하고 비판하는 길이 열린다면, 그리고 보수, 친자본언론 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크고작은 인터넷언론과 독립미디어들의 취재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면 선진화방안을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기자실을 통폐합하고, 기자의 공무원 접촉을 제한하는 것 자체는 형식적인 조치인 바, 이것이 곧 국민의 알 권리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면 이는 당연히 문제이다. 그러나 기자실 통폐합이라는 형식만 놓고 문제삼는 것은 피상적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 의도가 정보의 효율적인 관리와 통제 강화 차원에서 '선진화'를 하겠다는 데 있고, 따라서 정보의 독점과 정부 정책 추진 여론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본질로 한다. 그러므로 한나라당이 현 상황을 '언론자유 세력 대 언론독재 세력의 한판 승부'로 정의하고 △기자실 통폐합 저지 △국정홍보처 폐지 △신문.방송법 재개정 등을 당론으로 확정한다는 것은 본질을 비껴간 지극히 종파적 태도에 불과하다. 언론자유와 언론독재의 승부가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와 관계없는 취재지원시스템 적용이 핵심 문제이기 때문이다.

가령 정부가 운영하는 국정브리핑은 지금까지 한미FTA를 찬성하고 홍보하는데 일관했으며, 비판적인 어떠한 의견도 반영하지 않았다. 수많은 거짓 보도를 일삼았고,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훼손했다. 최근 한미FTA 타결 이후 협정문 한글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번역되지 않았다는 거짓말과 함께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행태로 미루어 정부의 이번 선진화방안은 '선진화-정상화-합리화'라는 말만 그럴듯할 뿐, 집권 후반기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시스템을 옹호하고, 비판적인 언론 활동에는 제약을 가하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으로부터 조금도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기자실 통폐합 자체를 언론탄압으로 직결시켜 이해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정부청사와 경찰청 기자실은 정부와 언론간의 1차로비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이해된다. 기자실 출입은 중앙일간지와 방송사, 경제지 등 대규모, 친자본 언론에게는 열려있으나, 군소언론이나 인터넷언론에게는 출입이 사실상 봉쇄되어 있다. 무선 인터넷이 되거나 랜선만 있으면 어디서나 기사 송고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도자료로 대체해도 될 브리핑 자료만 달랑 전달되는 기자실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거듭 강조커니와 기자실 통폐합을 정부가 국민이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반 장치 및 조치와 함께, 모든 미디어가 정부의 정책과 사건사고 일반을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는 지원 방안과 함께 이루어진다면 반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기자실 통폐합에 반발하는 언론과 기자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우리 사회 특권층으로 분류되는 기자들의 취재와 보도 행태는 대체로 체제옹호적이고 자본친화적인 경향을 띤다. 조중동과 한겨레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연합이나 경제지, 방송사 기자들의 취재와 보도 관행 전반이 그러하다. 체제옹호적이고 자본친화적인 보도 관행은 우리 사회구성원의 삶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친다. 황우석 사태 당시 의료선진화위원회와 권경언 유착의 황우석사단이 쏟아낸 자료를 비판 한 점 없이 받아쓰기하던 언론과 기자들, 한미FTA 협상 초기, 협상 진행 두 달이 되도록 단신 하나 쓰지 않았던 언론과 기자들의 모습 따위의 사례를 돌아보면 분명해진다. 우리 사회구성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정부 정책이나 사회 쟁점 보도에 있어 보수적이고 친자본적인 담합 구조의 작동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오늘날 이 땅에서 일어나는 모순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언론과 기자들이라면 기자실 통폐합 따위의 제약에 분개하는만큼, 계급투쟁의 진실을 파헤치는 안목을 갖는 데 얼마나 노력하는 지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현 상황은 인터넷언론과 독립미디어의 분발을 촉구한다. 가령 대안적.독립적 미디어들은 지금까지 한미FTA에 반대하는 민중의 크고작은 저항의 목소리와 실천을 글과 영상에 담고, 컨텐츠 유통 및 네트워크의 확장을 위해 노력해왔다. 정부의 이번 조치의 본질을 짚는 가운데, 대안적.독립적 미디어활동가들이 정부의 정보 독점의 약점을 파고들어 진실을 폭로하고, 이성을 마비시키는 보수, 친자본 언론의 보도에 맞서 사회 진보에 기여하는 미디어활동 전략과 현실화의 구체적 방안을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