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시절은 잊고 새롭게 시작할 것입니다”

[연정의 바보같은사랑](6) - 7백일 승리 결의대회 최일배 위원장 삭발식

“지치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 의지를 다지고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로 삭발식을 했습니다. 이제 37명이 남았습니다. 이마저도 생계 때문에 20여 명 만이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에 처음으로 생계비 2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12월에 30만 원을 지급하고 1월에는 일일호프를 해서 4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2월에는 그마저도 지급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지노위 중노위 모두 졌습니다. 공장 안에는 유령노조 집행부가 우리를 기만하고 있습니다. 정말 잘 나가는 단사의 노조를 방문하면 ‘저 사람들 또 뭘 도와달라고 방문했을까?’하는 것을 때로는 느낍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투쟁을 ‘대단하다’고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갑갑하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코롱투쟁 갑갑합니다. 해고자 신분으로 당당하게 위원장에 당선되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 갑갑합니다. 이제 머릿속에서 모든 것을 지우기로 했습니다. 이제 좋았던 시절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이 정리해고 당한 첫 시점이라 생각하면 갑갑할 것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이제는 좋았던 시절은 잊고 새롭게 시작할 것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해준 동지들을 생각하며 앞으로의 싸움을 이어 나가겠습니다. 더 당당하게 싸워나갈 것입니다.“

최일배 위원장님의 글을 읽으면서 겨울에 썼던 수첩을 뒤적였습니다. 2월 2일, 코오롱 투쟁 7백일 승리 결의대회.



점심 때, 서초동 법원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는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을 만났을 때는 햇살이 제법 따스하더니 광주 마사회 해고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는 과천 경마장 앞에 오자 옷깃을 여미게 되더군요. 그러다가 코오롱 본사 앞에 오니 손가락이 시려 수첩에 메모를 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 날, 오랜 만에 최도은 씨의 <꽃다지2>를 들었습니다. 경마장 집회를 마치고 코오롱 집회에 함께 한 광주마사회 노동자들이 자원해서 ‘내일의 노래’ 율동 공연을 했습니다. 얼마 뒤, 이 노동자들의 복직 합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날, 곧 싸움이 시작될지도 모를 광주시청 노동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최일배 위원장님이 삭발을 하기 위해 무대차 위에 올라가자 코오롱 동지들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몽글몽글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조합원들은 위원장이 삭발을 하는지 몰랐다고 합니다. 7백일 동안 삭발이며 단식, 고공농성 등 안 해 본 투쟁이 없습니다. 하지만 많이 아프고 슬펐을 것입니다. 그 추운 날 거리에서 또 다시 머리카락을 잘라내야 하는 동지의 모습이 아프고, 자신의 머리카락 잘라내는 일 말고 할 게 없는 현실이 슬펐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연대왔던 동지들이 떠난 농성장에서 또 다시 희망의 그림을 그렸을 것입니다. 벌써 120일이 지났습니다. 어느덧 계절은 겨울에서 봄을 지나 여름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번 위원장님의 글을 읽으니 “좋았던 시절은 잊고 새롭게 시작할 것”이라고 했던 말 뜻을 알 것 같습니다. 코오롱 동지들과 전국의 모든 장투 동지들, 힘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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