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금속노동자의 총파업투쟁은 정당하다

정부의 엄포와 언론의 선동은 위기의식의 발호

전국금속노조가 한미FTA 저지 총파업 성사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금속노조는 25-27일 각각 호남권, 수도권, 영남권 권역별 파업을 거쳐 28일 4시간, 29일 6시간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정부는 노동부,법무부,산업자원부 등 3부 장관의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파업 강행시 노조 집행부는 물론 파업주도 세력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에 따른 불이익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조가 파업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으름장이다.

금속노조의 한미FTA 저지 총파업 결정은 지난 4월 25일 제19차 대의원대회에서 이루어졌다. 재석 대의원 460명 중 271명이 찬성함으로써 한미FTA 타결에 반대하는 금속노동자의 의지가 확인되었고, 한미FTA 타결 이후 찬반 논란이 펼쳐지는 가운데 이루어진 금속노동자의 총파업 결정은 마른 날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금속노조는 지난 19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노동자의 일자리와 노동권을 지키고 국민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한미FTA 체결저지 투쟁을 노동자와 무관한 정치파업으로 매도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총파업 투쟁 의지를 피력했다.

금속노조의 이같은 총파업 결정과 추진은 지금까지 전개된 한미FTA 저지 싸움의 맥락에서 볼 때 남다른 의미가 부여된다. 우선 한미FTA 저지 싸움 과정에 노동자의 실천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한미FTA 저지 싸움의 실질적인 동력은 농민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범국본의 주된 동원투쟁에서도 노동운동은 대체로 기대에 못 미치는 형편이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산별노조의 첫 정치파업으로 한미FTA 저지를 내걸었고,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모든 지부 지회가 노력하고 있다는 데 대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현장의 총파업 열기는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현차지부가 21일 대의원대회를 갖고 총파업 결의를 높였다고 하나, 사측의 방해 공작과 신노동연합과 같은 우익의 반발 등은 모처럼 한미FTA 저지에 나선 노동자의 발걸음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언론은 대의원 1-2명과 극소수 조합원으로 이루어진 신노동연합의 목소리를 마치 현장 조합원의 목소리인냥 떠들어대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협박과 언론의 선동은 현장의 총파업투쟁 준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실로 과잉 침소봉대라 아니할 수 없다.

자본은 한미FTA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겪어온 과잉중복투자에 따른 저투자-저성장의 구조적 문제를 풀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과, 이를 기회로 산업구조의 고도화, 규제의 선진화, 노동유연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러니 이는 노동의 재편을 바탕으로 사회 전반에 효율과 경쟁체제를 강요하는 것으로, 사회구성원 일반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문제다. 한미FTA 협상 결과를 놓고 일부 산업 피해와 자동차 섬유 등에서의 이익을 따지는, 이른바 협상 성과론은 아직 아무 것도 검증된 것이 없다. 설령 일부 산업의 이익이 예상된다 하더라도 이는 자본의 이익이지 사회구성원 누구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간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특정 산업의 피해의 규모나 영향 평가 문제를 떠나 사회구성원의 중핵이라 할 노동자가 한미FTA 저지를 위해 벌이는 크고작은 투쟁은 어느 하나 정당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지금 준비중인 금속노조의 한미FTA 저지 총파업 투쟁을 명분없는 정치투쟁이라거나, 임단투를 의식한 노동자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식의 자본과 언론의 선동은 모두 왜곡이다. 금속노동자가 한미FTA를 저지하는 투쟁을 벌이는 것과 임단협을 준비하는 투쟁은 모두 자신의 삶과 생존을 위한 실천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한미FTA 저지가 가까운 미래 도래할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그리고 사회 전부문에 걸쳐 강요될 반사회적 경쟁체제를 거부한다는 정당성을 갖는다면, 임단협은 당장 노동자로서 삶을 영위할 최소한의 요구를 두고 자본과 벌이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따라서 한미FTA 저지 투쟁이 마치 노동자의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벌이는 정치투쟁으로 오도하거나, 한미FTA 저지가 노동자의 이해와 관계없는 정치적인 사안이라는 주장은 공권력을 배경으로 한 반사회적, 반노동자적 참주선동에 불과하다.

파업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공격하는 논리도 잘못이다.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결정한 총파업 투쟁을 불법파업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산별노조의 정치활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미FTA 추진 과정이 최소한의 민주적 법적 절차도 밟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는 점을 상기할 때 파업 절차의 불법 논란 여부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총파업 투쟁 열기가 높지 않는 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다. 한미FTA 저지 총파업과 산별 중앙교섭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 지도부가 갖는 현실적 어려움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단 한 번의 총파업 투쟁으로 정부와 자본이 집요하게 추진해온 한미FTA를 저지할 수 없다는 것을 금속노동자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미루어볼 때 정부의 엄포와 언론의 과잉 참주선동은 두 가지 위기의식의 표출로 보인다. 하나는 금속노동자가 한미FTA에 대한 집단적인 저항을 구체적인 일정에 올려 정치총파업을 성사시킴으로써 향후에도 지속적인 노동자의 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예봉을 꺾어야 한다는 의지, 그리고 총파업 투쟁의 정당성을 훼손함으로써 찬반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의지가 맞물려 있는 것이다. 도적질이 탄로날까봐 전전긍긍 횡설수설하는, 정부와 자본의 위기의식의 발호인 셈이다.

금속노조는 한미FTA 저지 총파업투쟁과 산별 중앙교섭을 분별정립해서 대응함으로써, 이번 총파업투쟁 과정과 이후 예상되는 자본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정갑득 지도부는 안팎의 여러 교란 요인을 가려내어 산별노조 첫 정치파업의 기세가 꺾이지 않도록 내부의 단결을 도모하고 총파업 투쟁의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렵고 힘들게 만들어온 이번 금속노동자의 총파업투쟁이 한미FTA 저지 싸움의 새로운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범국본 등 모든 주체들도 공동투쟁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