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해물과 배뚜사이 마르고 다또록~"

[집중이슈 : 맹세야, 경례야 안녕](8) - 학부모 안병주 님

매주 월요일, 아침 10시만 되면 솔재(5살), 솔찬이(2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꼭! 어김없이! '애국조회'를 한다. 태극기를 어린이집 앞마당에 걸어놓고, 아이들을 옹기종기 반별로 줄을 세우고 애국가를 부르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 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듣는다.

이제 태어난 지 18개월인 솔찬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가슴에 손을 얹는 시늉을 하고, ‘우워우어’ 중얼거리기만 한다. 어엿한 5살 어린이 솔재는 제법 의젓하게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 ‘애국가’를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른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30년이 넘게 이어져온 지나친 관행이다.

한번은 부모면담 시간에 선생님께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선생님, 애국조회 안 하면 안 되나요?”

선생님, 참으로 황당한 표정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교육과정의 하나인 ‘애국조회’에 대한 문제제기가 참으로 기막히다는 표정이다. 돌아온 선생님의 답변은 그런 문제는 원장선생님과 의논해보란다. 결국 나는 이 문제를 원장선생과 의논하지 않았다. 돌아올 답변도 뻔하거니와 지루한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돌아섰다.

국기에 대한 맹세나 애국조회 이따위 것들을 아직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이유는 무얼까. 꼭 필요한 교육과정인지도 의문이다. 애국조회 안하는 어린이집도 있으니까.

국기에 대한 맹세 달달 외운다고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하게 되나? 애국가 1절부터 4절까지 부른다고 당신들이 원하는 애국자 되나? 개뼉다구 같은 소리 좀 그만하시오, 다들. 난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바쳐 국가에 충성’하기보다 친구들과 이웃들과 즐겁고 평화롭게 놀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국기에 대한 맹세 수정한다고 책상머리에 앉아 고민하고 국민들 세금 쓰는 거 대신 아이들 좀 안전하고 편하게 놀 수 있는 놀이터 좀 제대로 만들 고민을 하지. 제기랄!

여하튼 당신들의 ‘애국’을 더 이상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말았으면 한다. 아무 의미도 없는 유치찬란한 국기에 대한 맹세도 더 이상 아이들이 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른들의 위선을, 당신들의 그 무모한 애국주의를 더 이상 아이들에게 가르치려 들지 마라. 아이들은 당신들보다 충분히 평화롭기 때문이다.

요즘 솔재는 아빠를 골려주는 방법을 발견(?)했다. ‘애국가’를 부르면 싫어한다는 것을 안 것이다. “도해물과 배뚜사이 마르고 다또록~” 이렇게 부르곤 자기혼자 킥킥대는 게 나를 골려주는 방식이다. 나도 굳이 싫다는 말을 이제는 안한다. 대신 이 노래를 불러준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근데 이 녀석 이 노래는 절대 따라하지 않는다. 얄밉다.^^;
덧붙이는 말

안병주 님은 솔재, 솔찬 두 어린이의 아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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