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한미FTA 비준은 신자유주의 기획의 종합선물세트

가진 자에겐 삶의 풍요, 못가진 자에겐 삶의 재앙

지난 6월 30일 한미 양국은 워싱턴에서 한미FTA 협정문에 서명했다. 2006년 2월부터 17개월에 걸친 협상이 종결된 것이다. 속도에서 역사상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된 한미FTA 협정과정은 뜬금없는 협상 개시, 4대 선결과제 문제, 정부의 정보독점과 뻔뻔한 말 바꾸기, 반대 입장에 대한 철저한 탄압, 수많은 독소조항,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내용, 재협상 등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쿠데타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게다가 민주주의 질서를 부정한 심각성만큼 우려스러운 것은 한미FTA가 지향하는 한국경제의 미래이다. 정부의 ‘과대망상적인’ 자화자찬과는 달리 한미FTA는 한국경제에 심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협상 내용의 ‘비용-편익적 분석’에서 조차도 한국이 유리하다는 근거는 없어 보인다. 또한 의약부분, 지적재산권 부분,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등 국민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내용이 앞으로 가져올 ‘후폭풍’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장기적으로는 한국경제가 미국식 모형으로 수렴되는 상황은 이 협정이 가진 본질적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한미FTA는 지배계급의 ‘위기의 산물’이자 ‘위기에 대한 대응’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도 자본과 이를 대변하는 지배계급의 안정과 번영을 확보해 주지 못했다. ‘선진화 담론’이니 ‘3만 불 시대’니 거창한 구호 속에서도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은 확보되지 못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니 ‘세계로 진출하는 기업’이니 하는 요란한 선전이 있었는데도, 자본은 이윤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점차 떨어지는 활력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무능한 청와대, 식물국회, 사법화된 정치 등으로 상징되듯 지배계급의 안정을 확보해 줄 정치도 파편화 되었다.

오히려 지난 10년간의 신자유주의적 기획이 양산해 낸 것은 한편으로는 대량의 비정규직, 신용불량자, 악화되는 소득분배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광적인 부동산 투기, 주식시장의 버블이다. 한마디로 사회적 양극화를 넘어선 ‘사회적 해체’이다. 이러한 해체는 광범위한 민중의 불만, 불평, 반항, 저항을 낳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은 광범위한 민중적 저항이 폭발직전에 이른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과 지배계급은 한미FTA를 통해 위기에 대응했다. 확고한 미국식 신자유주의적 기획만이 이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미FTA는 ‘계급적 이해’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한미FTA는 다음과 같은 구호로 요약될 수 있다. “가진 자에겐 삶의 풍요를, 못가진 자에겐 삶의 재앙을.”

이제 남은 과정은 국회 비준이다. 국회 비준은 ‘한미FTA의 최종적 완결’이며 ‘자본과 지배계급의 기획의 결정판’이며 ‘신자유주의적 기획의 종합선물세트’이다. 다른 한편 노동계급과 민중의 입장에서 비준 과정은 자본과 지배계급의 적나라한 계급적 도전에 맞서 승리할 것인가 패배할 것인가를 가르는 갈림길이다. 다시 말해 이 과정은 노동자와 민중의 미래의 운명을 판가름할 결정적 계기인 것이다.

따라서 이 갈림길에서 투쟁은 필연적이다. 한미FTA로 계급적 이해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위기에 처한 자본, 우기기만 하는 정부, 식물이 되어버린 국회와 합리적 토론이나 대응만으로는 승리를 달성할 수 없다. 이 투쟁에서 승리는 지난 10년간 신자유주의적 기획과 이에 따른 자본과 지배계급의 위기를 청산할 수 있는 광범위한 민중적 저항의 조직화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나아가 신자유주의적 기획으로 인해 나락으로 빠진 민중의 삶을 복원하고 자본과 지배계급의 위기로 인해 열린 공간을 확보하여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힘을 결집할 때 가능해 질 것이다.
덧붙이는 말

장시복 님은 서울대 경제학 박사과정으로, 본 지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