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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을 어찌 받아들일까?

[한상진의 레바논 통신](15) - 레바논인들, 거듭된 전쟁에 자포자기

오늘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한지 일년이 되는 날입니다. 작년 오늘(2006년 7월 12일) 이스라엘군이 국경을 넘어 정찰 활동을 하던 중 몇 명이 헤즈볼라 전투요원에 의해서 사살을 당하고 두 명의 이스라엘군이 체포당하면서 레바논 전쟁은 시작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략 1년
레바논인들 “다시 파괴될 집 뭐하려 짓나” 자포자기


이후 지난 일년간 국제사회는 엄청난 금액의 지원을 약속하였고, UN은 추가파병을 결정하는 등 수선을 떨었지만 레바논의 상황은 별로 나아진 게 없습니다.

물론 일부 재건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레바논 사람들은 아직도 파괴된 집을 새로 짓기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또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다시 파괴될 집을 지어서 뭐하느냐는 게 이들의 생각입니다. 레바논에서 만났던 한 친구는 “나는 집을 두 번을 새로 지었다. 이번이 세 번째다. 만약 당신이라면 새로 집을 지을 마음이 생기겠느냐? 나는 의욕도 용기도 그리고 집을 다시 지을 돈도 아무것도 없다.”라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파괴된 집에서 살고 있는 노인들 [출처: 한상진]

[출처: 한상진]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군의 레바논 파병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 파병은 어찌됐건 유엔의 결의안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기에 이라크 파병과는 다른점들이 많이 있지만, 파병을 결정하는 한국 정부의 자세나 태도는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레바논에 파병하며 이스라엘과 협의는 왜 하나
레바논인들이 받아들일지 의문


이라크에서 ‘이라크 재건을 위한’ 한국군이 '이라크를 파괴'한 미국의 편일 부 밖에 없는 것과 비슷하게 레바논에서는 ‘레바논의 평화를 위한’ 파병에 레바논 평화의 가장 큰 적인 이스라엘과 협의를 하면서 군대를 보내고 있습니다.

또한 현지 상황 조사를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국방부는 파병할 지역의 정확한 지명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예전에 보내드린 메일에서 이미 말씀 드렸습니다. (현지의 UNIFIL 사령부에 문의한 파병지의 이름과 국방부에서 발표한 파병지의 이름이 달라서 한동안 혼란이 있었고, 국방부에서는 현지인들이 그 지역을 그렇게 부르기 때문에 생긴 혼선이었다고 나중에 발표하였지만, 제가 확인한 바로는 국방부에서 발표한 이름을 아는 현지인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타이르 딥바라는 지역은 헤즈볼라와 함께 이스라엘과 싸우고 있는 ‘아말’이란 조직의 주요 지지기반 중 하나로, 아말은 한때 시아파를 대표하던 무장, 정치 조직이었습니다. 내전 기간 중에 반대파에 대한 잔혹한 응징으로 유명했고, 그 잔혹성 때문에 결국은 헤즈볼라에 시아파의 대표 자리를 내주고 군소 정당으로 몰락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규모는 줄었지만, 아말의 전투 조직은 여전히 건재하고, 또 헤즈볼라에 가려져서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난 전쟁에서도 이스라엘과 싸워서 상당한 전과를 올렸고 또한 상당한 수의 희생자(순교자)를 내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조직이 장악하고 있는 도시에 이스라엘과 협의하면서 군대를 보내는 한국을 레바논의 평화를 위해 파병을 한 나라라고 이지역의 주민들이 받아들일지 의문입니다.

국제적 분쟁에 군을 투입하는 게 현명한 일일까?

국제사회가 수선을 피우면서 UN의 추가파병이 이루어져 처음에는 혹시나 이번에는 하면서 약간의(물론 UN에 레바논 사람들이 큰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수십 년간 이스라엘과 미국 앞에서 무기력한 UN의 모습만을 봐왔기 때문입니다) 기대를 한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역시나... 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자제했던 UN을 적대시 하는 발언들도 지금은 거침없이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가령 한 한국 언론에서 보도했던, ‘만약 한국군이 이스라엘을 돕는다면 한국군도 우리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던 발언이 그 좋은 실례입니다. 전쟁 직후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이 파병을 결정하고 파병을 하던 때에는 이런 발언을 듣기는 어려웠습니다.

기본적으로 국제적인 분쟁을 해결하는데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방법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수단의 다르푸르와 같은 지역은 민간인 보호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군대를 파견해야만 한다지만, UN은 이런 지역에 대한 파병에는 미온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반면 레바논의 경우는 미국이나 유럽연합이 마음을 먹으면 이스라엘에 대한 정치 경제적인 압력만으로 충분히 충돌의 재발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백번 양보하여 유엔 평화군의 파병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레바논이 아닌 이스라엘에 파병이 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평화유지군의 이스라엘이 아닌 레바논 주둔을 문제 삼는 조직이나 나라라 언론을 본적은 없습니다.

비록 당장은 현실성이 없는 주장일지 모르지만, 국제사회가 모든 침략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침략자를 제제하고 규제하고 처벌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만 국제 정의가 확립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이는 바로 UN헌장에 규정되어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침략을 당한 나라가 아닌 침략을 한 나라에 UN 평화유지군 파병을 강제하여 이들의 군사적인 동태를 감시하고 이 나라에 압박을 보내며 이들이 다시 수상한 움직임을 보일 때는 신속하게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의 마련이 시급하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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