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

멸종위기종 '대추귀고둥' 고사 위기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37) - 새만금 갯벌 서식 신종, 미기록종도 고사 위기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완료 이후 새만금 방조제 내측에 살고 있던 멸종위기종인 ‘대추귀고둥’과 신종, 미기록종이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

  대추귀고둥이 서식하고 있는 김제 학당마을 앞 갯벌을 찾은 관계자들.

특히 대추귀고둥(학명은 Ellobium chinense)은 담수가 들어오고 바닷물이 가끔씩 들어왔다 나가는 상부 조간대 갯벌에서 서식하는 종이다. 특히 이 종은 1속 1종인데다,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어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종으로 지정해 놓았다. 또한 이 종은 연체동물로서 크기는 높이 3.5cm 정도, 지름 1.5cm 정도의 원추형으로 껍데기가 대추모양을 띠며, 주둥이는 귀 모양을 하고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껍질이 두껍고 갈색의 각피로 덮여 있어 벗겨지면 회색이 드러나며, 껍데기 안은 하얀색을 띤다. 주둥이는 좁고 아래위로 긴 반면에 항문이 있는 쪽은 좁고 앞쪽이 둥글며 넓다.

이렇게 특이한 생태적 특성을 지닌 이 종은 전남 영광과 강진만 등 아주 일부 제한된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1년 전까지만 해도 다른 지역이 대개 3-4마리만 보인 것과는 달리 새만금지역에선 많게는 한 장소에서 20여 마리가 발견되기도 했다.

  커다란 나무토막과 널빤지 아래에서 힘겹게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대추귀고둥 21마리.

이미 7년 전, 새만금갯벌 살리기 운동을 해 오던 환경운동가들과 일본에서 찾아온 전문가들이 새만금지역에서 이 종을 비롯해 몇몇 신종을 발견했었다. 그동안 이 종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기적인 방문 조사활동과 함께, 이들 종과 서식지 보호를 위해 환경부가 적극적인 노력을 해 줄 것을 촉구한 바 있었다.

하지만 방조제 물막이가 완료되었고, 이들이 서식하던 장소까지 1년 넘도록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먼저 만경강 하구 화포지역과 부안 백천내 하구에서 서식하던 대추귀고둥이 죽은 채 앙상한 껍질만 나뒹굴게 되었다. 김제 학당 앞 갯벌에 서식하던 대추귀고둥은 다행히도 주변에 판자와 나무토막이 있어 그 밑으로 들어가 강한 햇빛을 피한 채 힘겹게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방조제가 다시 터져 해수유통이 확대되길 기대하면서 서식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자주 해 왔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라 날씨가 일찍 무더워지는 등 서식조건이 더욱 열악해지면서 곧 죽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환경부에 이식을 요구하게 되었다.

  대추귀고둥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길현종 박사(국립생물자원관 연구혁신기획과)와 전주지방환경관리청 담당자.

그래서 지난 6월 18일엔 환경부의 위임을 받은 전주지방환경관리청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본인을 비롯해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의 저서생물팀 실무위원을 맡고 있는 여길욱(서천환경연합 사무국장)씨와 길현종 박사(국립생물자원관 연구혁신기획과), 장현영(전주지방환경관리청 자연환경과), 한국농촌공사 새만금사업단 관계자, 그리고 현지취재를 위해 전주MBC, 전주KBS, 전북CBS 기자가 현장을 찾은 것이다.

제방에 차를 주차하고 서식지로 향했다. 칠면초, 나문제 등 염생식물 들이 더 이상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는 지역을 뒤덮고 있었다. 목선(나무로 만든 배)도 덩그러니 오도 가도 못하고 그 위에 걸쳐 있었다.

수로 옆을 따라 돌로 만든 제방 옆에 도착하니, 커다란 나무토막과 널빤지가 놓여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며 얘기를 나누다가 주변을 확인하니, 대추귀고둥 한 마리는 주둥이를 갯벌에 꽂고 껍질을 절반 정도 드러낸 채 죽어 있었다. 미처 나무토막과 널빤지 밑으로 들어가지 못한 모양이다. 드디어 커다란 나무토막을 한쪽으로 밀어내자 무려 21마리의 대추귀고둥이 한곳에 뭉쳐있었다. 모두 움직이지도 않고 주둥이를 바닥에 부착한 채 움츠리고 있었다. 대추귀고둥 주변엔 1-2cm 길이의 가는 흙 알갱이가 흩어져 있었다. 이는 대추귀고둥이 갯벌표면에 있던 먹이를 먹고 흙만 버린 것들이다. 손으로 껍질을 건드리자 조금씩 움직인다. 다행히 살아있다.

전주지방환경관리청 관계자는 “이번 현장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해서 앞으로 추가 조사를 할 것인지, 아니면 몇몇 대체 서식지를 조사해서 이식할 것인지를 판단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커다란 나무토막으로 덮어주고 이식할 때까지 살아남기를 기대하면서 현장을 빠져 나왔다.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자 드러난 나대지에 서식하고 있는 칠면초 군락지와 방치된 목선.

이처럼 대추귀고둥만이 고사위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2006년 3월 9일, 환경부 기자실에서 일본 측 전문가들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새만금갯벌에서 서식하던 신종과 미기록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때 주름기수우렁이, 갯벌기수우렁이, 개맛살이조개를 ‘신종’으로, 대한둥근입기수우렁이, 야베가와모치(일본명)을 ‘신종의 가능성이 높은 종’으로, 구슬우렁이과의 Glossaulax sp., 송곳고둥과의 Terebra sp., 새알조개과의 Glauconome sp., 띠조개과의 Laternula(Exolaternula) sp.을 ‘미기록종(신종의 가능성이 있는 종)’으로 제시했다. 이들 신종과 미기록종도 고사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생물 한 종 한 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결국 인간도 지구상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이들이 우리와 함께 지구상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올해 3월 20일에 부안 하서면 백천내에 서식했던 대추귀고둥이 죽어서 껍질만 나뒹굴고 있는 모습.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