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7월 31일 새벽, 이랜드-아프간 두 개의 사건

노무현정부가 흔들리고 있다

노무현정부가 흔들리고 있다. 뉴코아-이랜드 노동자의 저항과 아프간 피랍 사태 등 현안에 뾰족한 해결책을 못 내놓고 있다. 2003년에 잉태한 원죄가 4년이 지난 지금 일시에 폭발하는 양상이다. 2003년 4월 결정한 한미동맹에 기반한 파병과 그해 9월에 던진 선진노사관계로드맵 및 이후 비정규법 개악의 후과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오늘, 우리 사회를 벌집 쑤시듯 발칵 뒤집어놓았다. 당시에는 각각의 정책이고 또 별도로 기획된 일이었는지 모르지만, 지금 아프간 피랍자의 잇따른 죽음과 뉴코아-이랜드 노동자의 저항은 노무현정부와 신자유주의지배연합이 공모해온 지배계급의 비밀을 일거에 폭로하고 있다.

오늘 새벽 노무현정부는 뉴코아-이랜드 노동자의 농성을 다시 강제 해산하고 194명을 연행했다. 뉴코아-이랜드 노동자의 요구는 '성실교섭-고용보장'이 핵심이다. 비정규법 개악 철회와 비정규직 철폐 등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요구를 내거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비정규법 시행은 뉴코아-이랜드 노동자의 고용보장 요구조차 수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의 계급적 속성이 무엇이지, 비정규법에 내포된 지배계급의 구상이 무엇인지 낱낱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랜드 사측은 노동자의 요구를 외면한 채 시종일관 힘으로 밀어부쳐왔고, 총자본과 정부는 이러한 이랜드 자본의 선방을 통해 비정규법 시행의 안착을 노리는 공통의 계급적 이해를 보여준다.

칼날 위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법 시행의 정착 과정의 문제이고, 제3자인 민주노총이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사태의 본질을 은폐.왜곡하는 것일 뿐이다. 비정규법의 문제를 축소하여 이랜드 자본이라는 개별 자본가의 문제로 소급해 노사 간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시도가 계속되지만, 다행히 뉴코아-이랜드 노동자의 단결된 투쟁은 이랜드 자본 뿐 아니라 거듭되는 공권력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뉴코아-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가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의 근간을 한번에 뒤흔드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시간 외신은 또 한 명의 피랍 한국 사람의 죽음 소식을 알려왔다. 외교부는 오늘 오후 피랍자의 두 번째 죽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탈레반은 아프간정부와 노무현정부에게 반군 포로 석방을 요구했지만, 포로 석방에 열쇠를 쥔 아프간정부와 부시정부는 이를 수락하지 않았다. 협상 시한 아홉 번째, 이틀 재연장이라는 소식이 알려지기 바쁘게 또 한 명의 피살 소식이 전해졌다. 노무현정부는 특사 파견으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만나 아프간정부의 결단을 요청한 것 외에 어떤 해법도 갖고 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사건 초기에도, 배형규 씨 피살 소식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이란 공문구에 불과했으며, 미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동참한 파병국으로서의 노무현정부의 주체적인 방안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노무현정부는 두 번째 피살 소식 이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부시 대통령과 카르자이 대통령 회담 등을 통한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대한 전향적인 판단이 없는한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없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뉴코아-이랜드 노동자 2차 강제 해산과 아프간 피랍자의 두 번째 죽음은 전혀 다른 두 공간에서 전혀 다른 맥락에서 벌어진 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사건은 2007년 7월의 마지막 날 새벽이라는 같은 시간에 벌어졌고, 노무현정부가 지난 4년간 주력해온 정책에 의해 빚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동안 이러한 결과가 예고된다고 누차 지적된 바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한다. 노무현정부의 노동정책이 선진노사관계 구축과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이윽고 한미FTA 타결로 이어진 노동유연화 정책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파병정책은 한미동맹에 근간을 둔 친제국주의적 정책으로, 애초에 불행과 비극을 예고했던 정책이었다. 두 정책을 골조로 지난 4년간 신자유주의지배연합의 안정적 재생산을 꾀해온 노무현정부, 그러나 비정규법 시행 첫 달 첫 날부터 시작된 뉴코아-이랜드 노동자의 저항 앞에, 미국의 3대 대테러 전선 파병 동참 결과 잇따르는 피살 소식 앞에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두 손을 들고 있다.

공권력은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를 위협하지 못하고, 외교력은 남은 21명의 피랍자의 안전 귀환을 보장하지 못한다. 자본의 편을 들어 노동자를 배격하고 한미자유무역협정에 올인한, 계속되는 비판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국주의 전쟁에 참여해온 참여정부가, 그리고 이를 공모하며 대선 시기 권력 재편에 돌입한 신자유주의지배연합이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것이지 주목되는 7월의 마지막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