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해복투의 2007년 여름, 단식농성과 5보 1배 이야기 (1)

[연정의 바보같은사랑](9)

“돌아가실려고 이러세요”

2007년 8월 3일 오후 여수시 소호동 GS칼텍스 쌍봉사택 입구 천막에서 GS칼텍스 해복투(해복투) 김영복 의장을 만났다. 김영복 의장은 사택 강제 퇴거를 규탄하며 16일 째 단식 중이다. 기력과 목소리 톤이 예전 같지 않다. 그래도 어지럽고 기운 없는 것 말고는 괜찮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GS해복투 김영복의장의 단식농성 16일차 모습

평소 채식을 한 덕분에 잘 버티시는 것 같다고 옆에 있던 해복투 이병만 동지가 설명해준다. 하지만, 쉰 여섯의 나이에 아무 준비 없이 갑자기 시작한 단식이 건강에 좋을 리 없을 거다. 며칠 전에는 진료를 나왔던 보건소 직원이 혈당치와 혈압 체크를 하다가 “돌아가실려고 이러세요” 하며 걱정스레 이야기하기도 했었다.

시원하게 트인 요트장 맞은 편에 있는 사택 주변은 한산하다. 사택 정문 앞에 가서 사진을 찍으니 그 앞에서 보초를 서던 용역 경비가 바로 무전기를 꺼내 부지런히 어디론가 연락을 취한다.


얼마 전 차를 타고 사택으로 들어가던 한 꼬마가 머리와 수염이 허연 김영복 의장을 보더니 “산타할아버지 저 여기 있어요!”하고 외쳤단다. 그는 정말이지 사악한 자본을 응징하는 특별한 사명을 띠고 한여름 여수에 특파된 산타할아버지가 아닐런지.

회사가 준 파업 3주년 선물, 강제퇴거

7월 19일 아침, 김영복 의장과 박성준 동지 두 해고자의 집에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집행관들이 기습하여 강제퇴거를 실시했다. 두 해고자와 그 가족들은 당장 입을 옷 한 벌 변변히 챙기지 못한 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쫓겨났다. 어김없이 경찰 병력도 동원되었다. 두 해고자의 짐은 여수와 광양에 있는 이삿짐센터에 맡겨졌다고 한다. 경찰에 항의방문도 했지만, 경찰에서는 “법적으로 아무 이상 없다”고 했단다.

사측은 150명의 직원들이 살고 있는 신기사택을 매각하면서 1인당 4천5백만 원의 대출을 해주었으나 해고자들에게는 아무런 대책도 마련해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퇴거 소송을 진행해왔다. 사측은‘돈을 더 받기 위해 이사를 거부한다’는 유언비어를 유포하여 해고자의 아이들이 왕따를 당하는 고통까지 겪게 했다. 주거 대책은커녕 1인당 9천만 원의 손배가압류에 퇴직금도 제대로 계산하지 않고 해고를 단행했던 GS칼텍스다.

  강제집행 장면 [출처: 여수닷컴 정송호 기자]

  강제집행 항의집회 중에 사측 특수경비들과 몸싸움하는 장면 [출처: 여수닷컴 정송호 기자]

이것이 고령의 김영복 의장이 소호동 사택 앞에 천막을 치고 보름 넘게 단식을 진행하게 된 배경이다. 회사는 시에다가 이 천막을 불법건축물이라고 가처분 신청을 했다.

강제퇴거 하루 전 날인 7월 18일은 LG정유노조가 파업에 들어 간지 3년이 되는 날이었다. 18일 날 해복투는 GS칼텍스 공장 앞에서 문화제를 진행했었다.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행사를 함께한 것이 배가 아팠을까. 아니면 파업 3주년 기념 선물이라도 주고 싶었던 것일까. GS칼텍스는 해복투 동지들에게 3년 전 파업의 기억을 되새기기도 전에 살고 있던 집에서 쫓겨나는 아픔을 선물로 주었다.

“아내가 그것만은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현재, 박성준 동지의 아내와 3명의 아이들은 다른 해고자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고, 김영복 의장 가족은 아내가 일하는 식당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다.

“오늘, 이삿짐을 찾아와서 이 앞에 강제퇴거에 항의하는 의미로 쌓아놓으려 했었다. 그런데 아내가 그것만은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30년 동안 자기 손때가 묻는 살림들인데, 왜 안 그렇겠나. 결혼할 때 샀던 농을 허름한 채로 지금까지 갖고 있다. 비닐로 덮어서 묶어놓으면 비가와도 괜찮다고 설득을 했는데, 아내는 용납할 수 없는 모양이다.”

  강제퇴거당시 박성준씨 부부가 입구에 앉아있던 장면 [출처: 여수닷컴 정송호 기자]

박성준 동지와 그 가족은 지난 4월부터 직원들이 모두 이사하여 아무도 없는 신기동 사택에서 살아왔다. 밤에는 인기척도 없는 암흑 같은 곳이었다. 뿐만 아니라 저녁이 되면 아파트 입구 현관 안쪽에서 자물쇠로 걸어 잠가 아무도 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했었다. 박성준 동지 가족은 아침마다 아파트 보수공사 작업자를 깨워서 문을 열어 달라고 해야 하는 전쟁을 치루어야 했었다. 관계자는 “공구 도난 우려”때문이라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되는가. 화재를 비롯한 위기 상황 발생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공포스런 감금이었다. 이러한 감금생활조차 해고자에게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나 보다.

“여수에서 제일 큰 집에 살아요.”

강제집행 얼마 전에 촬영한 방송에서 자물쇠 하나로 세상과 단절된 칠흑 같은 아파트로 들어가던 박성준 동지의 아내 마리아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감시카메라 설치를 위해 나무를 베어낸 환경친화기업 GS칼텍스”

해복투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하고 나서 회사는 사택 앞 천막이 잘 보이는 곳에 CCTV를 두개나 달았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나무에 가려 해복투 동지들과 연대하러 오는 동지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제대로 안 찍힐까 봐 CCTV 앞에 있는 나무 가지들을 베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3그루나 손을 댔다. 환경친화기업 운운하는 대기업에서 하는 행동치고는 몹시 치졸하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눈도 있을 텐데, 오히려 대범하다고 해야 하나.


  CCTV촬영을위해 나무가지를 베어냈다

CCTV로 해고자들을 감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걸핏하면 GS칼텍스 직원들을 천막으로 보내 갖은 협박과 폭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밤 사이 사택 앞에 걸어놓은 현수막 십여 개를 훔쳐가기도 했다.

몇 주 전부터 여수MBC <전국시대>에서는‘이 사람이 사는법’이라는 코너를 통해 매주 금요일마다 해고자 1명의 생활을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 이와 함께 요즘 연일 뉴스에는 GS칼텍스의 비자금 문제와 해고자문제, 생색내기식 지역 기부금을 비판하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GS칼텍스는 무엇이 두려운지 직원들을 동원하여 시내에서 해복투를 비방하는 유인물을 배포하고 있다 한다.

“돈을 더 받으려고 하느냐!”

며칠 전에는 천막에서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사택으로 들어가던 음주운전자가 “돈을 더 받으려고 하느냐!”며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욕을 하고 차 창문에 손을 대고 있던 해고자를 치고 사택 안으로 뺑소니치는 일이 발생했다. GS칼텍스는 그 음주운전 직원을 보호했다.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역시나 경찰은 해고노동자들의 편이 아니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한 해고자 아내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한다. 심지어는 해고자의 아이들에게까지 욕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다.

어제는 김영복 의장 혼자 천막에 있는데, 10여 명의 GS칼텍스 직원들이 몰려왔다 한다. 그 직원들은 김 의장에게 “복직하려는 사람들이 좋게 풀어가지 왜 싸우냐?” “불매는 왜 하냐?”는 등의 질문을 퍼부어댔다고 한다. 김 의장은 보름간의 단식으로 어지러웠으나 현재 노조가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는 부분과 불매운동을 하는 이유 등에 대해 상세한 답변을 해주었다 한다.

또 한번은 한 직원이 술에 취해 “존경하는 영복이형!” 하며 술 주정을 하고 가기도 했다 한다. 그는 2004년 파업 당시 노조를 탈퇴하고 구사대 역할을 했던 사람인데, 그렇게 했음에도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해 승진을 하지 못한 사람이라 한다. 그는 김영복 의장에게 부럽다는 말도 하고 갔단다.


“아빠 뒤에 저희들이 있다는 거 잊지 마세요”

물론, 고마운 이들도 참 많다. 지나가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힘내라고 격려하는 주민도 있고, GS칼텍스의 파렴치한 행동을 규탄하고 가는 시민도 있다. 또, 꼭 이기라며 음료수와 과일을 사들고 오는 이들도 있다. 텔레비전으로 박성준 동지의 이야기를 접했다는 한 시민은 둘째 예찬이의 생일을 축하한다며 피자교환권 두 장을 선물로 주고 가기도 했다. 사택 근처에 사는 할머니 한 분은 서울에서 직장 다니는 아들 생각이 난다며 음료와 빵을 주고 가기도 했다.

“의장님, 저 용꿈 꿨당께요!”

천막 사수를 함께 하던 조원주 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이 이야기한다. 그는 간밤에 해복투 동지들이 복직이 되어 승리보고대회를 하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복권을 사면 운이 그리로 다 가버릴 것 같아 못 사겠다는 그의 따뜻한 동지애에 의장님도 나도 웃는다.


눈치도 없이 의장님에게 너무 많은 말을 하게 했다. 어느덧 5시가 넘었다. 6시에 여수시청 앞에서 전남본부 결의대회와 5보 1배가 진행될 예정이다.

  연정 르뽀작가. 민중언론참세상에 르뽀기획 '연정의 바보같은사랑'을 연재한다
차에 올라타자 김영복 의장이 빙그레 웃으며 아이들이 보낸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보여준다.

“아빠! 힘내세요!! 아빠의 신념이 옳다고 믿어요 아빠 뒤에 저희들이 있다는거 잊지마세요.”

아이들이 이런 메시지를 보낸 것이 처음이라 한다. 김 의장은 자신이 해고되기 2개월 전에 군에 입대했던 아들이 아빠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했었다는 이야기를 하며 씁쓸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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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 해복투 , GS칼텍스 , 김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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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깡아파

    동지 한분이 수천만 노동자의 몫을 다하고 계신것 같아 맘이 많이 아픕니다. 힘드시더라고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과 동지들을 보고 힘내시고 건강한 몸으로 승리할 그날까지 투쟁!!

  • 광주에서

    GS칼텍스해복투 동지들의 투쟁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한번 달려가야지, 달려가야지 했지만 막상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너무 죄송합니다. 천막농성장을 지나는 길에 잠깐 들렸는데...말이 제대로 안나오더라구요.... 해복투 동지들!! 정말 힘내세요... 꼭 승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너무 죄송합니다. 투쟁!!

  • 힘내세요

    동지들 힘내세요.. 언제나 동지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항상 힘내시길 바랄께요.. 동지들의 투쟁이 승리하길 바랍니다.
    힘내세요.. 투쟁!!

  • 계속전진

    너무나 소중한 동지들의 투쟁입니다.
    동지들 힘내세요.
    그리고 연정님의 발로 뛰어 취재한 기사 넘 좋아요.

  • 거짓말을 해봐

    거짓말도 어느정도지~~~
    저게 기사냐? ㅋㅋ

  • 어이없군

    어떠한 분인지 함 보고 싶군요.....
    진실과 사실을 알고 기사를 쓰던가...
    역시 언론은 무섭다니까.. 글귀하나로 죽일놈 살릴놈을 자기들
    멋데로 바꿔놓으니...

  • ㅋㅋ

    어이없군 / 언론 무서운 줄 알았으면 앞으로 조심해.

  • 순천

    연정 기자님, 5보1배 때 헌신적으로 5보1배 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가방(쌕)까지 메시고 그 더운날 땀 뻘뻘 흘리시면서
    온몸으로 취재하시는 모습을 보고 감명 받았습니다.
    기자수첩에 몇자 끄적거려 쓰는 기사가 아니라
    직접 온몸으로 부대끼며 취재하신 기사라 더욱 감동적이군요.
    좋은 기사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순천

    연재기사라 5보1배 기사는 다음에 나오겠군요.

  • 그만하세요

    웃기지도 않네요...진짜...동정에 호소하지 마세요.
    이런 결과는 자기자신이 만든겁니다.
    끝까지 복직을 요구하는 오기와 끈기가지고
    새직장 잡아서 새출발하시는게 빠를듯하네요.

  • 안올

    왜 안써지냥

  • 여수

    이거 뭐죠 참 염치 없는사람들이군요 이젠 지방방송까지 동원하는군요 먹고 살만하시분들 그냥 남자답게 포기 하시죠 당신들을 동정 할사람들은 몇 안될겁니다

  • 정재영

    의사는 사람을 살릴 의무가 있고, 기자는 사실대로 기사를 쓸 의무가 있다. 사실확인을 고의로 안한것도, 일부 주장만 펼친것도 사실이 아닌것이다. 나는 거짓이 아닌 사실을 듣고 싶다.

  • 정재영

    거짓은 듣기 싫다. 사실대로 써라.. 거짓언론은 언론을 가장한것 뿐이다.

  • 민들레

    위원장님 32일째 금식중이시겠군요....
    해복투도 직장으로 우리 스머프도 매장으로..
    하,루,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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