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좋은 날” - 기아차비정규직지회 사무실 개소식 하던 날

[연정의 바보같은사랑](12) -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의 파업투쟁을 지지하며

2006년 12월 15일 12시 30분, 화성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사무실 개소식에 갔다. 기아 비정규직지회는 천막 두 동을 업무와 조합원 만남의 공간으로 써오다가 노조설립 550일 만에 공장 내에 노조 사무실을 마련하게 되었다. 기아 비정규직지회는 24개 하청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원청회사와 ‘고용안정협약서’를 체결하는 등 비정규직 노조로서는 보기 드문 성과를 쟁취해냈다.


회사 정문에 도착할 무렵, 빗방울이 날리기 시작한다. 도착하니 사무실 밖에서 투쟁결의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나온 노동자들이 속속 결합하더니 결의대회가 끝날 무렵에는 줄이 제법 길다.

신성원 직무대행이 투쟁사를 한다. 오늘은 함께 투쟁하고 연대했던 두 동지가 1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된 날이어서 마음 한편으로는 슬프다고 했다. 국회일정 변경으로 민주노총 총파업이 연기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고 했다.

“우리도 지난 투쟁과정 속에서 싸우고 깨지는 쓰라린 경험을 했고, 계약해지의 고통도 경험을 했었다. 하지만 내부 단결 속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웠던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정규직과의 연대, 라인을 세울 수 있는 조직력과 파업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신성원 직무대행에게 밖에서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하자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연다. 안타까움이 밀려오는 듯 했다.


결의대회가 끝나고, 본격적인 개소식이 진행된다. 한 시간, 밥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한숨 돌리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이 시간에 투쟁결의대회와 개소식까지 참여하려니 조합원들은 여간 바쁜 것이 아니다. 새마을금고 옆 좁은 복도에 조합원들의 줄이 이어져있다. 사무실도 구경하고, 절이라도 하고 가려는 게다.

사무실은 대략 5.5평 정도. 1,400명 조합원들이 활동하기에는 턱도 없이 좁은 공간이다. 확대간부 대소위원까지 하면 60명이다. 이 공간에서 대의원회의는 가능하나 소위원 회의는 권역별로 진행을 해야 할 상황이다. 돼지머리에 시루떡, 화성탁주 몇 병 준비해놓고 고사를 지내는 것이 전부인 개소식, 절 한 번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개소식. 그래도 조합원들은 싱글벙글이다. 시루떡을 16말을 했다는데, 아무래도 부족할 것 같다 한다.


“아이구, 안되겠네. 밥 먹고 와야지.”

줄이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식당으로 발길을 돌리는 조합원들이 보인다. 사무실 안에 들어가자 책상을 뒤로 다 밀고, 행사를 준비하는 간부들 몇 명만 서있는데도 공간이 꽉 차 보인다.

업체별로 다양한 작업복을 입은 조합원들이 돼지 입에 돈을 물리고 절을 한다. 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이 와서 절을 하고 가기도 한다. 한참 바쁘게 일하고 있는 식당 여성노동자들이 들어오지는 못하고 밖에서 빼꼼히 사무실을 들여다보고 간다. 노조 창설 멤버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연세 지긋하신 한 조합원이 “뭉쳐있으니 대우가 틀리다. 노조가 있어 든든하다. 우리 지회 간부들, 다 똑똑한 사람”이라며 뿌듯해한다.

“너 뭐라 그랬어?”
“많이많이 번창하게 해주세요.”
“오늘은 좋은날”

웃음 소리 넘쳐난다.

2시가 되자 식당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이 온다. 돈은 내지 말라는 간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오천 원, 만 원 짜리를 꺼내놓는다. 빨갛게 고춧물 들은 장화를 잠시 벗어놓고 절을 한다.



기아 비정규직지회는 이번 총궐기 때, 정규직들도 쉽지 않은 총파업에 3번 모두 동참했다.

“서울 명동이랑 국회의사당 앞에도 갔었다. 텔레비전에서나 봤지, 내가 명동 거리를 누비고 다닐 줄은 몰랐다.”

“아줌마들의 활동 범위가 크지는 않다. 처음에는 사소한 것으로 시작했다. 우리 생활 환경을 개선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건데, 이렇게 큰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지금은 조리사와 아줌마 간의 관계도 개선이 되고, 근무조건도 예전보다 좋아졌다.”

그렇지만 2교대 고단한 근무. 하루 한 시간 쉬는 시간, 그나마도 제대로 지켜지기 힘든 그 시간을 이용해서 노조 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라인 조합원들도 곧 있을지도 모를 구조조정 때문에 내심 불안한 마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오늘은 좋은날이니까.
덧붙이는 말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의 파업투쟁을 지지하는 마음을 담아 진보생활문예 <삶이보이는창> 제55호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 이야기2: 적들보다 하루 더 길게 싸우는 투쟁> 중 일부를 발췌하여 싣습니다. 이 날, 사무실이 생겨 너무 좋다며 작업복 차림으로 절을 하고, 돼지 머리에 돈을 끼우며 기뻐하던 조합원들의 환한 웃음을 빠른 시간 내에 다시 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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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파업 , 기아자동차 , 사내하청 , 비정규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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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아맨

    너희집으로 꺼져주삼

  • 선전담당자

    2007년 8월 31일은 조직통합 합의 후 점거농성 해제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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