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조직화 비상(非常)? 비정규운동의 비상(飛上)!

[사회운동포럼]비정규운동의 비상을 위한 원탁토론

대한민국 비정규직 노동자 880만 명!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훌쩍 넘은 지 오래다. 노동운동이 '비정규 운동'의 중요성을 말한지도 꽤 되었고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굵직한 투쟁들 중 비정규직 관련한 투쟁이 대부분이었지만 정작 조직된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 조직율의 13%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비정규직 조직화 방식에 고민이나 반성할 점은 없을까? 그리고 현재의 상태를 넘어서는 대중적인 조직화 방안은 무엇일까?

사회운동포럼에서 2일 마련된 '비정규운동의 비상을 위한 원탁토론 - 비정규직 조직화,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는 비정규직 노조는 물론 비정규직 조직화에 힘써 온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그간의 고민을 털어 놨다.

  사회운동포럼에서 2일 진행된 '비정규직 조직화, 어떻게 할 것인가' - 비정규운동의 비상을 위한 원탁토론'에서 참가자들이 논의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은 김주환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소장의 사회로, 정의헌 전국일반노조협의회 의장, 김승환 전국건설노조 정책국장, 임성훈 전국평생교육노조 사무국장, 김종호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정책국장이 각 노조의 조직화 현황과 사례를 발표하고 허유경 민주노총 서울본부 미조직비정규사업차장, 이승철 사회진보연대 활동가, 유현경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국장이 과제와 전망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비정규직 조직하기, 왜 어려울까? - '전략조직화 사업'의 한계

절박한 상황에서 내몰리다시피 하며 벌어진 비정규직 개별 사업장의 투쟁과 이에 연동되는 조직화가 한계에 봉착하자 나온 고민이 '전략적 조직화'다. 그러나 민주노총 차원의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전략조직화 사업'에 대해선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허유경 차장은 "전략조직화는 신규활동가 몇 명을 현장에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조직 유지·관리 위주의 사업에서 미조직 조직화, 정규직 대공장 남성 중심에서 비정규 중소영세 여성노동자까지 포괄하기 위한 조직 문화 환경의 변화와 혁신이 함께 진행되어야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모든 노력을 합해 가용할 수 있는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승철 활동가는 비정규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간제 노동자의 조직율이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며 '조직화 집중현상'을 지적했다. 또 비정규직 노조의 중요성이 높아진 데 비해 '사업의 중심이동'은 없었다며 민주노총의 예산배정문제나 전체 조직차원의 체계적인 역량집중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모든 역량을 집중해 투여하는 사업이 아니라 여타의 '부문사업화'되는 경향"이라는 비판이었다.

유현경 정책국장은 '내부 투쟁 과정이 없는 외부적 조직방식', 즉 "노조활동 내부를 건드리지 않고 비정규직 조합원의 숫자를 늘리는 조직 전략"과 "노동조합 활동의 전반적인 혁신과 변화를 동반하지 못함"을 전략적 조직화의 문제점으로 들었다. 일례로 노동조합 임단협 시기에는 비정규직 조직화는커녕 모든 활동이 올스톱되며, 기 조직된 노동자들의 이해관계에만 얽매여 있는 산별노조의 경우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토론에 참석한 박준형 활동가는 "전략조직화 사업에 '전략'이 없다"며 "기존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해오던 것과 별로 다르지 않더라"는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비정규직 조직화, 어떻게 할까? - '역량 총집중'과 '정치화'

김종호 전비연 정책국장은 "기 조직된 산별노조에서의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론 10만 명이 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전교조에서 가입시키는 것,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산별노조로의 조직화 등의 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이승철 활동가는 '임단협 중심의 활동'이나 '정규직노조 및 진보정당의 대리주의와 극단적 선도투의 공존'등 비정규직 운동이 기존 정규직노조의 폐해를 답습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지역사회운동과의 긴밀한 결합 △계급대표성의 재구성과 복원 △노동자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 등 "노동조합 운동의 활동전형을 바꿔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현경 정책국장은 "산별노조로의 전환 후 조합원과 조직대상의 범위는 넓어지고 인력과 재정은 적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집중과 선택'의 전략, 정규직노조의 재정을 분배하는 문제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기존 노동조합의 대공장 정규직 중심의 활동에 대해 반성적 평가를 전제하며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조직화가 많이 진척되어 있는 공공, 사내하청 등 대규모 비정규직의 '정치화'"와 "현장의 문제로 자기를 가두지 않는 정치적 의제 중심의 업종별 지역별 조직화"의 방안이다.

김승환 건설노조 정책국장은 모든 직종이 서로 연결돼 있는 건설현장의 사례를 소개하며 "비정규직 주체들의 절박함과 공동투쟁, 산별노조나 전국적 네트워크 등 전국적 관점에서의 조직확대, 중앙의 지도지원 등 박자가 맞아야 돌파가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토론 참석자인 박준도 활동가는 사회운동포럼의 주제인 '소통/연대/변혁'의 차원에서 비정규운동을 보았다. "비정규운동이 중심이 되려면 자기규정과 요인을 찾고 반신자유주의 운동으로의 전화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뉴코아-이랜드 투쟁 등에서 '소통'과 '연대'의 가능성을 보았지만 '변혁'의 면에선 다소 미진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비정규운동이 사회변혁과 반신자유주의를 저절로 보증한다는 생각을 경계하고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시사점을 남겼다.

이번 토론에서 당초 제시된 세 가지 토론 주제 중 '비정규직 조직화의 난점과 과제'에 대해선 여러 고민들이 공유됐으나, '민주노조운동에서의 비정규운동의 위치와 전망', '비정규직 조직화와 산별노조'에 대한 토론은 시간적 제한으로 충분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다. 각 단위의 투쟁 등 사정으로 기간제 비정규직과 사내하청 비정규직 주체가 참석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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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자들 당신들은 그동안활동했던 현실에서 변한것이 무엇인가요? 당신들역시 예전의 생각에서 관성화되어 있지는 않은가요? 남을 비판하기 이전에 스스로를 먼저 평가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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