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공성,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담아내는 운동으로

[사회운동포럼- 열쇠말2] 사회공공성의 의미와 과제

공공서비스 약화, 극심한 생존권 위협과 사회안전망 해체, 재생산의 위기 등 사회 질서와 개인의 삶이 온통 '시장과 이윤의 포로'가 되고 있는 이때, 사회운동이 이념과 실천의 혁신을 위한 소통과 연대를 어떻게 할까?

이 문제의식에서 사회운동포럼의 열쇠말 ‘사회공공성’ 기획단 활동은 기획되었다. 3개월 동안 진행된 의료, 교육, 철도 등 분야별 워크숍을 마치고, 본 행사에서는 워크숍에서 논의되었던 내용을 사회운동포럼 참가자들과 공유하는 자리로 기획되었다.

  소통/연대/변혁 사회운동포럼 둘째 날인 지난 8월 31일 '사회공공성 투쟁의 의미와 과제’의 워크숍이 진행됐다.

소통/연대/변혁 사회운동포럼 둘째 날인 지난 8월 31일 저녁 7시 성균관 대학교에서 진행된 사회공공성 워크숍은 ‘사회공공성 투쟁의 의미와 과제’란 주제로 철도, 교육, 의료, 사회서비스 영역, 인권운동에서 운동하는 활동가들과의 대화로 시작됐다.

사회공공성이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필요한 때’에 제공되는 것

먼저 사회공공성 투쟁을 각각 어떻게 해왔고, 자신의 운동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관한 이야기부터 나누었다.

현정희 서울대병원노조 조합원은 “병원노동자로서 투쟁하면서 필요한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필요한 때’에 제공되는 것이 공공성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병원노동자인 나는 내 노동에 긍지를 가질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병원노동자 희망터에서 일하는 최경숙 씨는 환자가 5만원을 내는데 간병노동자는 시급 2천원밖에 못 받는 구조를 설명하면서 사회공공성 투쟁과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이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문제임을 이야기했다.

또한 신동호 철도노조 조합원은 사회공공성 투쟁이 철도 노동자의 밥그릇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철도를 공공재로 인식하는 투쟁으로 변화시켜야 하는데 막상 과정이 그리 쉽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학한 전교조 서울본부 활동가는 사회공공성 투쟁 과정에서 쟁취하는 사회 제도는 우리가 꿈꾸는 대안사회를 만드는 출발이 될 것이라면서 변혁운동의 전망에서 공공성 투쟁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사회공공성 투쟁, 당사자 권한 강화에 기초한 접근도 소개

사회공공성 투쟁에 있어서, 노동운동의 경험과는 다른 접근을 시도한 사례가 소개됐다.

최은아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인권운동에 있어서 사회공공성 투쟁은 사회권이 침해되는 구조와 원인에 관심을 기울이며, 인권이 실현되는 삶의 질서를 구조적으로 만드는 운동”이라고 전망했다.

기존의 인권담론이 ‘개인에게 ~권리가 있다’는 선언적이고 규범적인 논의에 머물러 있다면, 사회공공성 투쟁의 전망 속에서는 인권이 실현되는 구조에 관심을 기울이고 인권이 실현되는 삶의 질서를 변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일 때 공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은아 활동가는 노숙인 당사자와 함께 한 ‘주거인권학교’, 동자동 주민과 함께 한 ‘건강권배움터’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사회공공성 투쟁이 당사자 권한강화를 통해 시혜가 아닌 당당한 요구를 통해 인간의 존엄을 되찾고, 정치적 주체로 서는 과정임을 강조했다.

  '사회공공성 투쟁의 의미와 과제' 워크숍에서 김하늬 활동가가 의견을 말하고 있다.

사전 워크숍에서 제기되었던 사회공공성에 관한 평가는 실로 다양했다.

“결국 투쟁 막바지에 가면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교섭으로 귀결되는 것 아닌가”라거나 “생존권 투쟁에 대한 사회적 명분을 얻기 위해 덧붙이는 구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라는 회의적인 평가부터 변혁을 위한 투쟁의 중요한 매개라는 주장까지 그 시작과 끝이 극과 극이다.

또한 '노동조합 상층이나 일부 사회단체 활동가들 외에 현장과 지역의 주체 형성에 실패하고 있다는 진단도 귀 기울여야 한다'거나 '의제 자체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보편성을 가지면서도 정작 투쟁은 해당 영역 노동조합이나 일부 사회단체에 국한됐던 점'도 지적됐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가 무엇 때문인지, 사회공공성 투쟁의 진전을 위해 어떤 한계들을 돌파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워크숍에 참가한 참석자들과 패널들은 과연 어떤 변화 지점을 제안했을까?

연대, 자치, 주체화의 힘으로 만드는 사회공공성

현정희 활동가는 "공공성 투쟁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하며 “더 낮은 곳으로의 연대, 지역운동 등과 결합되면서 여러 영역의 현안을 나열하는 투쟁이 아니라 종합하는 투쟁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호 활동가는 그동안 ‘공공철도’라는 담론을 형성해 왔지만 투쟁이 끝나면 현장 노동자의 고민으로 남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조합원’이 아니라 ‘노동자’로서 설 수 있도록 대중을 주체화하는 투쟁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김학한 활동가는 해당 노동자들의 대중 투쟁, 각 영역들 간의 연대, 의제의 급진화,정치화를 제안했다.

김하늬 민주노동자연대 활동가는 “사회공공성 투쟁은 우리 사회와 운동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는 투쟁”이라며, “대중이 그 질문들을 매개로 상상력을 발동할 수 있도록 대리주의, 지침과 동원, 불안과 공포심에 근거한 조직화 등을 극복하고, 삶과 노동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대중 프로그램을 꾸준히 만들어가자”는 기대를 밝혔다.

최은아 활동가는 “사회공공성 투쟁에 보편적인 인권의 가치를 담아내고, 각 운동의 영역에서 자신의 이해를 인권의 언어로 소통하는 방법"을 강조했다. 아울러 △사회공공성의 의제를 사회적 소수자와 소통할 수 있는 방식 개발 △인권교육을 매개로 한 당사자 권한 강화 △권리를 매개로 한 연대 형성 등을 제안했다.

워크숍의 논의 과정은, '사회공공성’에 대한 많은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네 살짜리 아이를 둔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한 범용 씨는 “생활인으로서 적게 벌어도 살 수 있는 사회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 자리에 왔다”면서 “생산자들의 입장, 활동가들의 고민만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즉 사회공공성 투쟁이 변혁적 전망을 지향하면서도, 현재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장으로부터 운동을 기획하는 의미에서 ‘삶을 담아내고 새롭게 바꿔가는 운동’으로 시작하자는 것이다.

한편, 사회공공성 워크숍을 준비해 온 김하늬 활동가는 "각 영역의 주제나 현안을 갖고 투쟁계획을 토론 한 적은 있었으나 전체운동의 그림을 그리면서 사회공공성을 평가하고,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논의 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대화 속에 녹여진 사회공공성 투쟁의 의미를, 진전된 실천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며, 워크숍은 마무리되었다.
덧붙이는 말

이 기사를 제공해 준, 승은 님은 '인권운동사랑방'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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