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난 최소 300만표".. 심상정, "대표선수 바꿔야"

13일 토론에서 '정파투표' 논란 둘러싸고 공방 벌이기도

민주노동당 대선 결선 투표를 앞두고 권영길, 심상정 후보 간 '맞장토론'이 13일 개최됐다. 한강방송 실내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날선 공방을 벌였다.

두 후보 모두 각자가 '당혁신과 본선승리를 위한 적임자'라고 주장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권 후보는 자신의 통합력과 대중적 인지도와 지지율 등을 내세웠고, 심 후보는 서민경제 전문가로서의 이미지와 당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권영길, “내가 본선 나가면 최소 300만표로 시작” 본선경쟁력 강조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권 후보는 모두발언을 통해 "243표 차이로 결선 투표에 가게 된 만큼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아깝겠다는 소리"라며 "49% 대 26%로 1차 경선을 마쳤다"고 심 후보와의 득표차를 부각시키며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권영길에게 보내주신 49%의 지지는 이번 대선 승리하라는 당원들의 지상명령이었다"고 밝힌 뒤 심 후보를 향해 "심상정 후보에게 보내준 26%의 지지는 당의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결선 승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날 권 후보는 심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앞서고 있는 자신의 대중적 인지도와 지지율을 언급하며, 본선경쟁력 강조에 초점을 맞췄다. 권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정동영-권영길 그리고 이명박-손학규-권영길 구도에서 나는 10%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내가 본선에 나가면 최소 300만 표로 출발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심 후보를 향해 "심 후보가 안타깝고 마음이 쓰리겠지만, 함께 길거리 나가서 시민들을 만나 반응을 보면 (나에 대한 지지도와 인지도를)알 수 있을 것"이라며 "선거에서 표를 누가 많이 얻냐가 본선경쟁력"이라고 주장했다.

심 후보의 강점으로 평가되고 경제정책과 관련해 권 후보는 "교과서적 경제정책"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거리에 나가서 정책을 설명하면 국민들이 10초 만에 알아들어야 하는데, 심 후보의 세박자경제론은 그렇지 못하다"며 "그래서 나는 경제정책을 노동자 밥그릇 채워주겠다, 서민 빈 지갑 채워주겠다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심 후보의 경제정책이 '좋기는 한데, 너무 어려워서 호소력이 없다'는 게 권 후보의 주장이다.

권 후보는 이어 "심 후보의 서민경제는 민주노동당이 창당 때부터 내세워왔던 것"이라며 "오히려 문제는 어떻게 표를 많이 얻을 것인가, 국민들이 누구에게 많이 표를 찍겠냐는 것"이라고 거듭 자신의 대중적 지지도를 강조했다.

심상정, “지지율 50%, 절반이 민주노동당 대표선수 바꿔야 한다고 생각”

대중적 지지율을 앞세운 권 후보의 공세에 대해 심 후보는 "권 후보가 나 보다 인지도 높고, 지지도도 좀 높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심 후보는 "이번 선거의 핵심은 민주노동당이 정체의 지지율을 선택하냐, 도약의 지지율을 선택하냐에 있다"며 "권 후보의 인지도가 85%를 넘는데, 지지율이 2%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민주노동당이 권영길 시대를 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받아쳤다.

권 후보의 1차 경선 득표율(49%)과 관련해 심 후보는 "권 후보는 민주노동당 10년의 얼굴인데, 이번 1차 경선 결과를 거꾸로 뒤집어보면 이제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의 대표선수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그는 "1차 경선은 권영길 대세론에 대한 평가를 한 선거였다"며 "그런 점에서 권영길의 대세론은 꺾였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책에 대한 권 후보의 지적과 관련해 심 후보는 "국민들이 대통령에 요구하는 것은 경제 철학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하는 촘촘한 프로그램"이라며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물어보는 데 (권 후보 식의) 철학으로 답변하는 것은 맞지 않다. 이제는 민주노동당의 경제철학을 넘어서서 실제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이번 대선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나서야 한다"며 "경제를 내세운 이명박 후보에게는 서민경제에 강한 심상정을 내세워야 한다"고 자신의 본선경쟁력 우위를 강조했다.

‘정파투표’ 논란 둘러싸고, 권영길-심상정 격돌

한편 이날 토론 막바지에는 '정파투표' 논란을 둘러싸고 두 후보가 거세게 충돌하기도 했다.

발단은 심 후보가 한 언론사와 행한 인터뷰. 심 후보는 지난 1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권 후보는 당 발전의 퇴행적인 정파투표와 연계했다"며 "나의 변화와 혁신은 그런 낡은 정파 구도를 깨고 정체된 현재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곧 권영길 시대의 극복을 의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권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심 후보에게 "권영길을 바꾸는 것이 변화와 혁신인가"라고 물으며 "당의 50%의 사람들이 나를 지지했는데, (심 후보가) 이 사람들을 정파선거를 따라간 맹동주의자라고 비난하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심 후보는 "권 후보의 지지자들 모두가 정파투표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가 문제 삼는 것은 권 후보가 낡은 구도의 대세에 의존했다는 것이고, 특정 정파의 대표로 당의 통합력을 훼손한 것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 후보는 "민주노동당과 같은 대안정당에 정파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그 정파는 족보나 연줄에 의존해 다수파로 당을 장악하는 낡은 정파가 아니라, 컨텐츠를 중심으로 한 정파여야 한다. 당이 이 낡은 정파에서 컨텐츠 정파로 거듭나는 것이 변화와 혁신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 후보는 ‘정파투표에 의존했다고 생각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그것을 설명할 가치가 있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당원들이 권영길이 어떻게 걸어왔는지 다 알고 있다. 권영길이 퇴행적인 정파투표와 연계되어 있다는 것은 당원들에 대한 비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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