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석, "북은 핵폐기 원론적 표명 그칠 가능성"

6자회담 연기..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영향 미칠듯

11일부터 15일까지 미.중.러 3국 핵기술팀의 방북기간 동안 북이 주요 핵시설 설계도면까지 제시하는 등 불능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3국 핵기술팀은 방북 결과보고를 토대로 구체적인 불능화 방안을 확정짓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핵 불능화의 수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6자회담에서 결정하되, '상당기간 내에 복구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조치하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6자회담 본회의에서는 2.13합의의 중간단계 조치인 핵시설 불능화 및 핵 프로그램 신고와 중유 95만톤 상당의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개최 이틀을 앞두고 19일로 예정된 6자회담이 미뤄질 가능성이 전해졌다.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일정이 연기되는 배경에 최근 북의 시리아로의 핵물질 이전 의혹제기와 연관된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어 6자회담 국면에 또다른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다. 이에 대해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오늘 "북한과 시리아 관련 의혹은 현재 누구도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정이 단지 순연될 뿐이고 남북정상회담 전에 6자회담 본회의가 개최돼, 핵 불능화의 구체적 수준 합의를 이루고 대북 지원 조치를 결정한다면 2주 후에 열릴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핵 의제와 관련한 긴장은 한층 누그러지게 된다. 그러나 6자회담이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미루어지거나 6자회담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6자회담과 정상회담의 선순환관계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남북경협의 속도를 낸다는 정부의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된다.

서주석, "북은 정상회담에서 원론적 입장 표명 그칠 가능성"

한편 지난 14일 "제2차 남북정상회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극동문제연구소 제39차 통일전략포럼에서 청와대 안보수석을 지낸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북핵 문제 대응전략 방향'에 대해 "6자회담과 남북관계는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유용한 틀로서 모두 중요"하다고 말하고, "북한 최고지도자의 핵포기 언명시 이를 국제적,민족적 약속으로 간주, 완전한 핵포기를 위한 국제 및 남북관계에서의 자원 동원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주석 연구원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다뤄질 북핵 의제에 대해 "북은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핵 포기 요구에 대해 미국의 대북 압살정책, 주한미군과 한미연합훈련 등 일상적 입장을 재거론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서주석 연구원은 또한 "최근 실무협의 결과 고려시 핵불능화 조치의 연내 이행이 예상되는 만큼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나, 6자회담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대북 지원 등 자체 요구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결과가 미비'하거나 '속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비관적인 입장을 취한 권만학 경희대 교수도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임을 강조하며, 비핵화를 달성하려는 의지를 직접 공개적으로 그러나 추상적으로 밝힌다면, 북한으로서는 향후 북핵 협상에서 보상을 잃지 않고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성의 표시를 전제로 남측에게 근본문제의 해법을 요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최소한 전 세계 언론 앞에 김정일 위원장 육성으로 핵폐기와 연내 불능화 의지를 밝히도록 하고 최대한으로는 합의문 안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6자회담이 남북정상회담 전에 열려 북핵 불능화의 수준이 결정되고,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핵폐기 발언이나 선언이 전제된다면, 평화, 경협, 군사 문제 등 남북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합의 폭은 한층 넓어지게 된다. 그러나 6자회담이 예정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북미간 긴장이 재발될 경우 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6자회담 연기 배경과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태그

북핵 , 한반도 , 남북정상회담 , 불능화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유영주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