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실려 갈지 모르니까 돈을 좀 달라고 하시네요”

[연정의 바보같은사랑](13-②) - ‘철거민 탄압 용산구청 처단’ 기자회견

잦아드는가 싶던 비가 용산구청 앞에 도착하자 거세어진다.

9월 19일 오후, 구청 앞에는 용산동5가 세입자 두 분이 얇은 비닐 한 장을 덮고 내리는 빗줄기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받으며 누워있다. 한 분은 오늘 병원에 실려 가셨다 한다. 지난 토요일에 “구청 앞이 편해.”라고 하셨던 분이다.


  용산구청 앞에서 단식노숙투쟁중인 세입자들


“사진 좀 찍을께요. 죄송합니다.”

규찰부장님이 희미하게 웃으며 비닐을 내려 얼굴을 보여주신다.

비닐 위에는 빗물이 고여 있다. (말로 더 설명할 수 없어 사진으로 대체한다.)



용산구청에서 취사도구와 쌀을 빼앗아가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단식이 27일 째다. 용산구청 직원으로 보이는 이가 정문 뒤에서 연신 사진을 찍어댄다. 쓸데없이 화분을 갖다놓은 인도는 우산을 든 시민들이 지나가기에 비좁기만 하다.



기자회견이 시작된다. 모인 인원은 20명 정도로 철거민연대 회원과 해고 노동자들이다. 세입자 분들은 가끔 몸을 뒤척이는 것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확인시켜 준다.

“전쟁터에서도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킨다”며 연대사를 하는 한 해고노동자가 울분을 표한다.



“돈벌레들아!”로 시작되어 “사회발전에 분투하는 언론, 기자들의 취재와 실체보도를 요청합니다.”로 마무리되는 기자회견문 낭독을 끝으로 취재진이 한 명 뿐인 기자회견이 끝난다.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이들이 세입자들의 손을 꼭 잡고 인사를 한다.

“자주 와야 되는데, 못 와서 죄송해요.”

빙그레 웃음으로 대답하는 규찰부장님.
한 분은 손을 잡더니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린다.

“왜 그래? 나 건강해.”


철거민연대 한 회원이 누워계신 부녀회장님의 얼굴에 귀를 바짝 갖다 댄다.

“뭐라고 하세요?”
“언제 실려 갈지 모르니까 돈을 좀 달라고 하시네요.”


“중추가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소서.”

용산구청 건물 정면에 걸려있는 대형 현수막은 마치 농성자들을 조롱하기 위해 붙어있는 것만 같다.

“이거 1번으로 저장하는 거 하실 줄 아세요?”

철거민연대 회원 한 분이 나에게 부녀회장님의 핸드폰을 보여준다. 혹시라도 연대 동지들이 없을 때, 위급한 일이 발생하면 단축번호를 눌러 상황을 알릴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한참을 핸드폰을 이리저리 눌러보았지만, 끝내 1번 저장을 해드리지 못했다. 이 날 내내 비가 왔다. 어디를 가도 마음이 편치 않다. 어떻게든 해드렸어야 했는데...


다음날(9월 20일) 부녀회장님이 납치되어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녀회장님은 농성 중인 세입자들 중 연세가 가장 많은 분이다. 구청 측은 부녀회장님의 행방을 묻고자 용산구청 건물 계단을 올라가는 철거민 동료들을 집어던져 졸도시켰다 한다. 도대체가 사람 집어던지고 버리는 것을 밥 먹듯이 하는 이들이다.

“어떻게 해야 하죠?”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한 내게 전화 받는 분이 묻는다.

‘어떻게 해야 하죠? 어떻게 해야 하죠? 어떻게 해야 하죠?’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태그

용산구청 , 용산동5가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연정(르뽀작가)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용산구민

    내용 잘 읽었습니다. 물론 철거민의 입장에서 글을쓰는것은 알겠으나 너무 편파적인 내용같습니다. 글을 올리기 전에 용산구청의 입장을 취재후 올렸음하네요, 대한민국에는 법이 존재합니다. 구청에서 하루이틀도 아닌데 몇년동안 임대주택을 주지않을시에는 무언가 철거민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닐까요, 지금 시위중인 사람들은 영웅이 아닙니다. 법에서 안돼니까 주지 않는것을 달라는 것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볼때 생때 쓰는것 밖에 안됩니다. 기자분 기사를 쓰기전 자세한 내용을 양측에 확인후 올리시기 바랍니다.

  • 용산구민

    법을 안지키는게 가진자들임니다. 가난했지만 우리는 주민세하나하나까지도 착실하게 낸 구민임니다. 임대아파트는 당연히 세입자에제 주어진 권리이자 정부로부터 재개발내에 거주자즌 주게 되어 있슴니다.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용도 변경을한 구청이 불법을 행한 죄인임니다. 우리 용산구민은 잘 알고 있슴니다.내용을 입력하세요.

  • 용산 지킴이

    용산구청은 세입자들을 내 몰려고만 하지 말고 합의점을 찿아 해결하려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함니다.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는군요. 내용을 입력하세요.

  • 함께

    연정씨~~ 세상은 반드시 인간다운 사람이 살수 있는 그런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이런 가슴아픈 사람들이 이 사회에 많이 있을 것이지만... 연정씨처럼 이렇게 관심갖고 사랑하는 따뜻함이 우리를 기쁘게 해주네요~ 감사해요^^

  • 민중세상

    법이라??? ㅎㅎ 삼성의 홍석현이가 평검사들에게는 1000~1500만원가량을 간부검사들에게는 3000만원 가량을 정기적으로 먹여 관리해 왔다는 사실에 인터넷에 공개됐다 그게 바로 노동당 노회찬 후보의 X파일 공개였다 그런데 검사새이들과 삼성관련자 조사 및 처벌은 전혀 없고 노회찬 의원만 불구속 기소됐다 법?? 용산구민님....당신이 상위 20%라면 이해하겠소만 아니면 당신의 자제분들과 당신의 인권과 이명박과 삼성공화국 사장의 인권이 법 앞에서 평등하다고 생각하지 마시오...법이라??? 법이라??

  • 용산구민

    그러려니 하고 넘길라고 했는데.... 이 한마디 '법을 안지키는게 가진자들임니다' 그럼 법을 잘지키는건 안가진자들 입니까? 이런식으로 흑백 논리로 꼭 계산을 해야댑니까? 편파적인 입장을 가지고 쓴글로 보이는게 사실입니다만 무조건 그렇게 흑백논리로 댓을 단다는 자체가...
    기사라는것은 사실을 알리고 양측의 입장을 고려하여 자신의 편견 없이 기사를 써야 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기사와 그아래의 댓글은
    "용산구청의 무조건 아니다", "가난한 철거민이 옳다"
    이런식의 내용으로 밖에 안보이는 군요....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