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동북아 새 질서 주도적 역할" - 김영남, "전 세계 기대 평양으로"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

평양을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지난 7년 간의 교류 협력에서 우리는 신뢰를 쌓는 법을 배웠다”며 “그것은 바로 개성공단, 철도와 도로 연결,금강산 관광처럼 서로 만나서 합의하고 합의한 것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평양 시내 목란관에서 주최한 환영 만찬에서 “6.15 공동선언 이전까지 남과 북은 신뢰를 증진시키는 노력없이 화해와 평화를 이야기해왔다. 합의는 많았지만 실천이 따라주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함께 번영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며 ”우리 하기에 따라서는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통합의 질서를 만드는 데도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나는 그동안 남북 간에 신뢰를 쌓는 일이면 어려움을 무릅쓰고서라도 최선을 다해왔다”며 “그러나 신뢰를 해치는 일은 최대한 절제하고 막아왔다”고 역설했다.그러면서 “말 한마디라도 상대를 존중해서 하고 역지사지 하려고 노력했다”며 “어떤 경우에도 대화와 협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고,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한반도 평화와 화해 협력의 원칙을 일관되게 말하고 협조를 구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김 상임위원장은 환영만찬사에서 “지난 7년 전 북남 수뇌상봉과 6.15공동선언은 우리 민족의 통일의지를 만방에 과시한 세계사적 사변이며, 6.15공동선언의 정신은 우리민족끼리의 화해와 단합, 통일과 번영이 길을 비는 민족 공동의 기념비”라고 말했다.

그는 “북남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야 하는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오늘의 시대상, 우리 민족 성원 모두의 숭고한 사명”이라며 “지금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와 전세계의 기대와 관심이 이곳 평양으로 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찬은 남측 방북단 전원과 북측 내각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7시부터 2시간20분 동안 열렸다.(평양=공동취재단)


노 대통령 환영만찬서 '즉석 건배'로 분위기 고조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 방문 첫 날인 2일 저녁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주최한 공식 환영 만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을 기원하는 건배사를 했다.

이날 만찬은 평양 중심가에 위치한 목란관에서 오후 7시에 시작됐다. 원래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었던 김 국방위원장이 또 다시 깜짝 참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부 있었으나 나타나지 않았다.

만찬을 주최한 김 상임위원장은 만찬사에서 "이제 우리 앞에는 북남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조국 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야 할 성스러운 과제가 있다 "며 "조국 통일과 민족의 번영을 위해 이 잔을 들 것을 제의한다"고 건배를 제의했다.

뒤이어 노 대통령은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달렸다.불신의 감정이 남아 있으면 털어내자"며 "민족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건배를 제의한다"고 화답했다.

남측 수행원들과 북측 관계자들이 테이블별로 섞여앉아 시작된 만찬장의 분위기는 처음에는 차분했다.분위기가 달아오른 건 만찬이 시작된 뒤 1시간 30분여가 지난 오후 8시 35분쯤이었다.

먼저 김만복 국정원장,김장수 국방장관,김정길 대한체육회장,배기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등이 앉은 테이블에서 북측 관계자들과 함께 큰 소리로 "위하여"를 외치며 건배를 했다. 구본무 LG 회장 등 기업인들도 함께 일어났다. 그 뒤를 이어 문정인 연세대 교수,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등이 앉은 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나 "위하여" 함성과 함께 건배를 했고,남측 특별수행원들과 북측 관계자들이 섞여앉은 다른 테이블에서도 여기저기 일어나 경쟁하듯 "위하여"를 외쳤다.

건배 연호가 잦아들 즈음 헤드테이블에 앉아 있던 노 대통령이 갑자기 술잔을 들고 사회를 보는 자리로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지는 가운데 생긴 갑작스런 일이라 긴장감마저 조성됐다.

노 대통령은 "오늘 저녁에 여러분들이 각 테이블에서 건배하는 것을 보니 신명이 좀 나는 것 같다"며 "나머지 테이블은 따라 하자니 그렇고 안 하자니 기분이 안 풀리는 것 같으니 다 같이 기분을 풉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한 간에 평화가 잘되고 경제도 잘되려면 빠뜨릴 수 없는 일이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하시고, 또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건강해야 한다"며 "좀 전에 (제가) 건배사를 할 때 두 분의 건강에 대해 건배하는 것을 잊었다"고 했다. 만찬장은 일순 고요해졌다.

노 대통령은 "신명난 김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영남 상임위원장, 두 분의 건강을 위해 건배를 합시다"며 "위하여"를 선창했다. 그러자 만찬 참석자들도 모두 뒤따라 일어나 "위하여"를 외친 뒤 박수를 쳤다. 자리로 돌아온 노 대통령은 환한 얼굴로 맞는 김 상임위원장과 잔을 다시 한번 부딪쳤다.만찬장에는 때마침 '반갑습니다'라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노 대통령이 김 국방위원장의 건강을 기원하며 건배를 제의한 데 대해 일부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 언론에서 문제삼지 않겠느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노 대통령과 김영남 위원장은 이날 두시간 넘게 진행된 만찬에서 쉼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양측의 배석자들과 거리가 있어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만찬은 2시간10여분 만인 오후 9시10분에 끝났다. 김 상임위원장은 노 대통령 내외를 만찬장인 목란관 로비에서 배웅했고,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은 노 대통령의 차량이 대기하고 있는 곳까지 따라와 "편히 쉬시라"고 배웅했다.

만찬장의 헤드 테이블에는 노 대통령 좌우에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김 상임위원장이 앉았고, 북측 관계자들로는 최창식 교육상(남한의 교육부장관),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박관호 평양시 인민위원장, 최태복 당 비서, 로두철 부총리, 박순희 여맹위원장, 라동희 육해운상, 김용남 철도상, 권호웅 내각 참사가 자리했다.

남측에선 지관스님,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 성경륭 청와대 정책실장, 이재정 통일부장관, 김우식 과기부총리, 변재진 보건복지부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등이 앉았다.

만찬 메뉴는 게사니구이(수육과 비슷한 요리),배밤채(배와 밤을 채 썬 것), 오곡찰떡,과줄(쌀과자),김치,잉어배살찜,소갈비곰(갈비찜 종류),꽃게 흰즙구이,송이버섯완자볶음,대동강숭어국과 흰밥이었다.후식으로는 수박과 성천약밤구이가,만찬주로는 고려개성인삼주와 들쭉술ㆍ룡성맥주ㆍ동양술(고량주의 일종) 등이 곁들여졌다. (평양=공동취재단)

김영남 위원장 환영만찬사

노무현 대통령 내외분과 여러분들의 평양 방문을 다시한번 환영합니다.

오늘 우리는 동포애의 정을 안고 뜻깊은 자리를 같이하였습니다. 지난 7년전 북남 수뇌상봉과 6.15공동선언은 우리 민족의 통일의지를 만방에 과시한 세계적인 사변이었습니다.

6.15공동선언의 정신인 '우리민족끼리'는 화해와 단합, 통일과 번영의 길을 비는 민족 공동의 기념비입니다.

6.15이후 지금까지의 북남관계 발전은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의 정당성과 생활력을 뚜렷이 확신해주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앞에는 북남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 나가야 할 성스러운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이 정확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오늘의 시대를 사는 우리 민족 성원 모두의 숭고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족을 중시하고 힘을 합치는 여기에 통일과 번영의 미래가 있습니다.

지금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와 전 세계의 기대와 관심은 이곳 평양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번 북남 수뇌상봉이 조국통일을 열망하는 온 겨레의 새 희망과 기쁨을 주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조국통일과 민족의 번영을 위하여, 노무현 대통령 내외분과 여러분들의 건강을 위하여, 잔을 들 것을 제의합니다. 감사합니다.

노대통령 환영만찬 답사

존경하는 김영남 상임위원장,
그리고 북측 인사 여러분,

반갑습니다. 우리 일행을 위해 이처럼 귀한 자리를 마련해주시고 따뜻한 환영의 말씀을 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었습니다. 평화와 공동번영에 대한 우리 겨레의 염원을 담아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참으로 감개무량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창밖으로 펼쳐진 북녘의 산과 강, 논밭의 모습도 그 어느 것 하나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사람은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지만 우리 강토의 모습은 여전히 하나였습니다.

무엇보다 가슴 뭉클했던 것은 북녘 동포 여러분의 뜨거운 환영이었습니다. 한 민족 한 핏줄임이 거듭 실감이 났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남녘 동포들이 보내는 각별한 우정의 인사를 전합니다.

귀빈 여러분,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오늘과 같이 만나서 대화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동안 남북 간에 신뢰를 쌓는 일이면 어려움을 무릅쓰고서라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그러나 신뢰를 해치는 일은 최대한 절제해 왔습니다.

말 한마디라도 상대를 존중해서 하고 역지사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대화와 협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국제사회를 향해서도 한반도 평화와 화해협력의 원칙을 일관되게 말하고 이해를 구해 왔습니다.

6.15 공동선언 이전까지 남과 북은 신뢰를 증진시키려는 노력 없이 화해와 평화를 이야기해 왔습니다. 합의는 많았지만 그만큼 실천이 따라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7년간의 교류협력에서 우리는 신뢰를 쌓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것은 바로 개성공단, 철도와 도로 연결, 금강산 관광처럼 서로 만나서 합의하고, 합의한 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찾아 함께 실천해 나간다면 더 큰 신뢰를 쌓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뢰의 증진은 한반도 평화를 공고히 하고 민족 공동번영의 미래를 여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저는 이번 정상회담이 그런 미래를 앞당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지금 간절한 마음으로 회담을 지켜보고 있는 7천만 겨레에게 큰 희망을 선물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민족의 장래를 내다보면서 진실된 마음으로 대화하고 조금씩 양보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자리를 함께하신 여러분,

이제 역사는 힘과 대결의 시대에서 평화와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반도에도 화해와 협력이 역사의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분단은 우리 힘으로 막지 못했지만,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함께 번영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하기에 따라서는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통합의 질서를 만드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불신의 감정이 남아 있다면 지금 이 순간 털어냅시다.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불신의 골도 하루 빨리 메워 나갑시다. 평화 정착과 공동번영의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갑시다.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김영남 상임위원장께 거듭 감사드리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민족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는 건배를 제의하겠습니다. 건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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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 남북정상회담 , 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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