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일 오후 만수대 의사당에서 북측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를 비롯한 남북간 현안에 대해 포괄적인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만수대 의사당에 북측 최승철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김용걸 만수대 의사당 의례 책임자의 영접을 받으며 도착, 의사당 1층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 상임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남측 공식 수행원들을 소개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권오규 경제부총리 등 남측 수행원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노 대통령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회담장으로 향했다. 회담장 앞에는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등 9명의 북한 내각 책임자들이 도열, 노 대통령 일행을 맞이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회담장 자리에 앉은 뒤 노 대통령에게 “점심 드셨습니까. 이번에 육백리 먼길을 넘어오셨습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넸고, 노 대통령은 이어 “우리 일행을 따뜻이 성대하게 환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노 대통령은 또 “위원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먼길인데, 감회가 새롭다”면서 “느낌은 가까운 것 같다. 이번 방북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재정 통일, 김장수 국방, 변재진 보건복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권 부총리, 김우식 과기부총리, 임상규 농림 장관, 성경륭 청와대 정책실장 순으로 남측 공식수행원들을 정식으로 소개했다.
김 위원장도 바로 옆에 앉은 김일철 인민무력부장,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로두철 내각 부총리, 김용삼 철도상, 라동희 육해운상, 최창식 보건상, 권호웅 내각사무국 참사(남북장관급회담 북측단장), 최승철 부부장, 이경식 농업상 등 내각 각 부문 책임자들을 소개했다.
이어 양측은 4시15분부터 5시 55분까지 각자 준비해온 의제를 놓고 면담에 들어갔다.
먼저 김 위원장이“먼길 오셨으니 먼저 말씀하시라”고 얘기하자 노 대통령이 “우리측 보도를 통해 제가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왔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를 여러분이 대개 아실테니까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는 북측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 먼저 듣고 싶다”라고 먼저 제의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의제를 비롯한 남북간 현안에 대해 50분간 북측 입장을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북측 입장을 아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입장을 얘기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리고 노 대통령이 30분간 남측 입장을 밝혔다. 이후 양측은 몇가지 현안에 대해 상호 입장을 설명하고 이날 면담을 끝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면담은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교감 성격을 갖는다”며 “이날 논의는 정상회담때 참고가 되어서 서로의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면담은 당초 오후 5시까지 1시간 동안 예정됐었지만 실제 회담은 오후 5시55분까지 길어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굉장히 진지하고 솔직하게 얘기하느라 늦어졌다”고 말했다.
당초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은 참석 대상자에 포함돼 있지 않았으나 회담장에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도 김일철 부장이 이 면담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행사 1시간 전에 통보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김일철 부장은 이날 면담에서 별도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이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을 이 자리에 부른 것은 남측의 국방장관이 참석하니까 예우 차원에서 일정을 조정해서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은 대부분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대화만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면담을 마친 후 오후 6시께 만수대의사당 2층 회의실에서 1층으로 내려와 대회의장을 관람했다. 당초 대회의장 관람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예정됐으나 면담이 길어지면서 한 시간 지연됐다.
노 대통령이 남측의 국회의사당에 해당하는 대회의장에 들어서자 여성 안내원이 “여기가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되는 2000석 규모의 대회의장”이라며 “김일성 공화국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추대된 역사적 장소”라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회의장을 한 바퀴 둘러본 뒤 "그렇게 커보이지 않는다"며 "아주 품위있게 잘 만들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측 취재진이 다시 한 번 말해달라고 요청하자 "아주 웅장하고 훌륭한 회의장"이라며 웃으며 답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계단을 올라 회의장 출입문을 나선 뒤 로비에 마련된 방명록에 서명했다. 노 대통령은 방명대 앞에 앉자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뒤 오른손에 만년필을 쥐고 `인민의 행복이 나오는 인민주권의 전당'이라고 적은 뒤 `2007년 10월 2일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서명했다.
노 대통령은 김 상임위원장이 방명대 뒤편에서 자신의 서명을 지켜본 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명록 부분을 보여주자 미소를 지으며 “이런 것은 자주 써야 될 텐테, 그렇죠?"라고 말했고 주변에 서있던 수행원들이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노 대통령은 이어 김 상임위원장과 천천히 로비를 걸어나오면서 “대리석이 아름답다.어디서 나오는 거죠?” “중국 인민대회당보다 큰가요?” 등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대회의장 출입문에 도달하자 남북 양측의 회담 공식수행원이 도열해 노 대통령과 김 상임위원장을 맞았다. 노 대통령은 권호웅 내각 사무국 참사(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에게 “또 보겠군요”라며 웃음을 짓고 악수를 건넸다. 김 상임위원장도 이재정 통일부 장관에 “수고 많았다”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이어 김 상임위원장과 작별인사를 나눈 뒤 대기중이던 벤츠 전용차에 탑승한 뒤 6시10분 숙소인 백화원영빈관으로 출발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당초 이날 오후 평양시내 3대혁명전시관 중 중공업관을 시찰하려 했지만, 북측과의 일정 협의를 거쳐 3일로 연기됐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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