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이 당하고 있는 경제 사기극의 진정한 배후

[칼럼] 경제 관료가 파놓은 시장만능주의의 늪

“미국의 민간 석유재벌 ‘걸프’는 한국에 투자한 63년부터 80년까지 17년 동안 투자액의 14배인 4억267만5천 달러를 남겼다. 걸프의 해외투자 사상 일찍이 이런 노다지는 없었다. 기자가 알아낸 63년 6월 25일 한국정부와 걸프가 서명한 기본협정의 도입 원유가격 산정기준을 보면, 걸프는 같은 종류의 원유라도 일본보다 평균 10% 이상 비싸게 한국에 팔았다. 문제는 미국 석유회사의 폭리를 시정하려는 노력이 우리 정부 차원에서 진지하게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걸프 등 미국 석유회사에 대한 견제를 어렵게 한 사람은 당시 중앙정보부장 이후락 등이다. 혼맥과 검은 돈으로 석유재벌과 굳게 유착된 이후락은 미국 석유회사들의 수문장 역할에 충실했다. 걸프가 벌어간 떼돈은 모두 우리나라 소비자들 호주머니에서 나간 것이지 이후락 씨의 스위스 은행 비밀구좌에서 지출된 것은 아니다. 미국 석유회사에 대한 이후락씨의 역할은 ‘미국 이익의 옹호자’란 측면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석유회사와 한국의 국가권력이 유착함으로써 국민경제가 희생됐을 뿐 아니라 미국 석유회사로부터 받아낸 자금은 우리 정치문화를 굴절, 왜곡, 황폐화시키는 데 이용됐다.”

지금은 박정희교 교주가 돼 버린 조갑제가 제정신이었던 1988년에 쓴 [국가안전기획부] 300쪽에 나오는 글이다.

이후락의 큰 아들 이동진(1947년생)은 서정귀 흥국상사(호남정유를 거쳐 LG정유로 바뀜) 사장의 사위였고, 둘째 아들 이동훈(1948년생)은 한화 김종희 사장의 사위로 최근 주먹질로 물의를 빚은 김승연 회장의 매형이다. 셋째 아들은 유공(지금의 SK) 최태원 회장의 사촌매형이 됐다.

론스타는 60년대 미국 석유회사가 해먹은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먹튀’는 한국사회의 오랜 관행이었다.

박정희와 이후락이 해먹은 나라에서 참여정부는 여전히 똑같은 짓을 되풀이하고 있다.

대통령은 낡은 관료들이 파놓은 시장만능주의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이미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고 외치고 있다. “자유시장만이 다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해야 할 가치이고, 그것이 결국 평화와 번영을 이끌 최상의 묘책”이라고 강변한다. 이 명백한 지적, 정치적 사기 앞에 국민은 지난 60년 동안 줄곧 세뇌당하고 질식당해왔다. 대형 할인마트들이 이곳저곳 들어서 영세한 재래시장들을 초토화시켜도, 민간건설재벌들이 자유시장이라는 미명 아래 분양가를 수십 배 뻥튀기해도 침묵해야만 한다. 수입 금지된 척추 뼈가 발견돼 국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아도, 우리는 곧 단행될 ‘자유무역협정’을 위해 그저 어금니 꽉 깨물고 참아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위험한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정치인들의 공약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강성노조를 때려잡아야 한다는 이명박만 그런 게 아니다.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의 통합신당 역시 마찬가지다. 하긴 통합신당의 정책위원회 의장 김진표가 어떤 인물인가. 김진표는 참여정부의 경제부총리로 취임해 맨 처음 한 말이 “법인세 인하”였다. 김진표 같은 작자들이 앞장 선 지난 4년 동안 참여정부는 이회창 후보의 공약을 충실히 이행해왔다.

지난 달 미국 무역위원회(ITC)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완전 이행돼도 미국의 대 한국 수출은 97억~109억 달러 증가하는 반면 한국의 대 미국 수출은 64억~69억 달러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공식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만 되면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가 더 크게 신장될 것이라던 참여정부의 거듭된 발표는 사기극이 됐다. 미 무역위원회는 우리 정부가 그렇게 자랑하던 자동차 시장마저도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은 장기적으로 관세 인하와 비관세 장벽 해소 등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미국 우위를 점쳤다.

이 모든 사기극의 배후는 대통령이 아니다. 집권 철학도 없이 얼떨결에 당선돼, 가는 데마다 독설만 내뱉는 대통령이 배후일 수 없다. 이승만 정권 때부터 부역해온 경제 관료들이 그 배후다.
덧붙이는 말

이정호 님은 공공노조 교육선전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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