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민중대회', 민노 구원투수 될까?

"민중대회, 진보세력 돌파구" vs "컨텐츠 없는 '대중동원' 효험없다"

민주노동당과 권영길 후보의 시름이 깊다.

민주노동당 경선이 끝난 지 한 달 반, 선대위가 출범한 지 보름이 지났다. 또 이제 대선은 불과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고 있다. 지리멸렬한 범여권의 이합집산에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논란에도, 권 후보와 민주노동당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소 300만표로 시작한다'던 권 후보의 호언장담이 점점 더 힘을 잃어가고 있다.

단지 지지율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부적으로는 한 달 반 동안 제대로 된 선거 슬로건 하나 만들지 못했다. 민주노동당은 29일에서야 이번 대선의 주 슬로건을 확정했다.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 선대위가 이날 격론 끝에 확정한 주 슬로건이다. 보수정치세력의 틈바구니에서 지지율은 차치하더라도, 자신들만의 기획과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 권 후보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권 후보는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당원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최근 심경을 털어놓았다.

권영길,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국민을 감동시킬 방법 찾을 수 없어"

권 후보는 호소문에서 "9월15일 경선을 마친 이후 10월17일까지 한달이 넘는 시간동안 바쁘지만 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낸 것을 고백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경선을 마치고 일주일에 3-4번씩 방송 토론에 출연하고, 하루에 2-3번씩 라디오 인터뷰를 했다"며 "숱한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지만, 길이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 후보는 "당원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답답한 위기감에 선거본부 전체가 휩싸여있다"며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국민을 감동시킬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고 최근의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털어 놓았다.

"민중대회, 진보세력 돌파구 마련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방법"

'위기'의 권 후보와 민주노동당은 내달 11일에 열릴 예정인 '100만 민중대회'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말 그대로 100만 명이 모이는 '민중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면, 이를 발판으로 이번 대선에서 '300만표'는 가능하다고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권 후보는 지역을 순회하는 '만인보' 일정 속에서 연일 '100만 민중대회'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권 후보는 '100만 민중대회'와 관련해 "당은 물론 우리 진보운동 진영 전체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에 대한 오랜 숙고와 고뇌 끝에 나온 방안"이라며 "100만 민중대회 조직은 권영길의 확고한 의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밀리고 밀려 구석까지 몰린 진보세력의 대 반격의 계기, 그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방법"이라며 "100만 민중대회는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고 민중대회 참여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처럼 '100만 민중대회'에 승부를 걸고 있는 권 후보의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민노 위기, 진보정당 자기 위상 제대로 세우지 못한 탓"

민주노동당의 한 당직자는 "민주노동당의 위기는 진보정당으로서의 자기 위상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는 데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역설적이게도 범여권과 이명박 후보 등이 민주노동당에서 과거에 제시했던 구호와 정책비전들을 제시하고 있다"며 "그런데 당과 권 후보 캠프는 기존의 진보적 정책들을 발전시키며 지켜내지 못했고, 이명박이 대운하 얘기를 하니 '환경을 생각하는 개발'이라는 식의 진부한 구호를 들고 나왔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민주노동당의 위기는 '동원력의 부재'가 아닌 '진보적 컨텐츠'의 부재, 보다 정확하게는 자신들의 컨텐츠를 스스로 지켜내지 못한 데 있다는 지적이다.

"10만 명 모이면, 나머지 90만 표 다 날아간다"

이 당직자는 '100만 민중대회'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권 후보가 정책과 컨텐츠가 아닌 '100만 민중대회'를 그토록 강조하는 것은 내세울만한 자기의 정책기반이 없다는 것의 반증"이라며 "이런 와중에 보이는 것은 대중동원 밖에 없고, 때문에 권 후보는 '100만 민중대회'와 '만인보'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이런 상황(정책기반 부재)에서는 아무리 해도 지지율은 쉽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몇 명이 모이든 민중대회 자체를 성사시키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00만 민중대회'가 과연 권 후보를 살리는 필승카드가 될지, 발목을 잡는 카드가 될 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이 당직자는 "민중대회 개최 자체는 어렵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만약 100만 명이 모인다고 장담을 했다, 10만 명밖에 모이지 않았을 때 나타날 이후 결과는 참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00만이 아닌 10만 명 모였을 때 나머지 90만 표는 날라 간다고 봐야한다"며 "대중에게는 '민주노동당 이것 밖에 안 되는구나'라는 사표론이 더욱 확산될 것이고, 당은 이에 대한 준비가 전무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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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 민주노동당 , 대선 , 100만 민중대회 , 범국민행동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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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

    똑바로 했어야지 이런꼴 안나지.
    싸움에서 더더욱 적극적으로 운동을 조직하고 끌고 갔어야 했는데

    왠 희한한 길로 빠져버리니
    그나마 지지하던 사람들도 등 돌리지.
    민노당과 자민통 각성해야 한다.

    더 빡세게 싸움 끌고 가야된다.

  • 당원

    그러게.. 있는 것도 지키지 못하는 당을 볼때마다 참 답답합니다. 코리아연방공화국이다, 100만민중대회다, 진보적성장이다, 열우잔당들이나 문국현과 차이도 없는 수사로 그들과 겨룰려고 하는 발상 자체가 문젭니다.

  • 당원2

    대중투쟁을 그저 대중동원식의 선거방법론으로 생각하는 당직자의 사고가 참 어이없네.
    세련된 정책 좋다! 문제는 세상을 뒤집어 엎을 민중을 의식화 조직화, 전력화하는 것이다.
    의식화,조직화, 전력화는 말로되는 게 아니다.
    크고작은 투쟁의 양적축적 과정이 요구된다.

    변혁운동이란 갖은 우여곡절을 겪기마련인데 동구소련사회주의가 망한 뒤로 수정주의로 기울어진 나머지 운동진영 내에 너무나도 기회주의적 견해가 난무하여 가슴이 아프군!
    지금은 투쟁해야할 때이다.
    대체 무엇으로 한미FTA끝장내고 비정규직 철폐할 것인가?
    투쟁없이 가능한가?
    100만 민중대회는 그 투쟁의 하나다!
    선거도 대중투쟁이 뒷받침없이는 안된다.
    현상과 본질을 가려보시라!
    예전의 김영삼 김대중의 동원정치와 100만 민중대회를 같다고 보면 그건 지극히 비과학적인 견해다!
    노동계급이 앞장서서 농민계급과의 든든한 계급동맹을 형성하고 그 주위에 광범위한 중간개혁세력을 묶어세우자는 투쟁이 100만 민중대회이다!
    해방정국 이후로 노동자계급이 앞장서서 각계각층을 불러모아 한 날 한 시에 한 장소에 대대적으로 투쟁을 전개한 적이 있었는가?
    작년 11월 22일 그 첫걸음을 떼었다.
    올해 100만 민중대회는 그걸 더욱 광범위하고 깊게 전개하자는 거다.
    선거라는 권력교체기에 민중의 힘을 보여주자는 거다.
    그런데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해서 당내에서 민주집중제를 팽개쳐버리고 각기 따로 행동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아 심히 마음 아픔...

  • 민중

    '백만민중대회' 자체를 민주노동당 선거운동, 권영길 후보의 지지대회로 성격을 왜곡하는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동당의 자세도 문제이지만, 똑같은 이유에서 '백만민중대회'를 권영길 후보의 지지도를 높일 것인지의 측면에서만 평가하는 참세상의 기사도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참세상의 토론을 통한 정확한 공식 논평도 아니고 이름도 밝히지 않는 한 당직자의 발언을 통해 무책임하게 이런 식의 기사를 쓰는 것은 부르주아 저널리즘하고 무슨 차이가 있는지, 도대체 민주노동당 흠집내기 이상의 어떤 운동적 의미가 있는지 참세상은 냉철한 평가가 있어야 할 것입니니다.

  • 글쎄요

    익명의 당직자를 인용한 건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백만민중대회를 지지율 측면에서만 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듭니다.사실 당내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기사도 그렇고 내용이 없다는 데 초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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