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운동과 민생투어 사이

[동행취재] ‘100만 민중대회 성사’ 전국순회 중인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후보로서 온 게 아닙니다. 데모 선동하러 왔습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는 3일 경남 진주에서 농민들을 향해 잠긴 목소리를 쥐어짜며 호소했다. 금산면농민회가 비닐 천막으로 지은 간이 회의실에서 30여 명의 농민단체 간부들이 모인 자리였다. “한미FTA와 비정규직 문제, 투쟁으로 돌파하자 승리하자, 맞는 말이지만 우리가 힘이 없다는 거 위축되어 있다는 거 솔직히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정말로 판을 한번 바꿔야 한다. 진짜 100만이 모이는 판을 만들어보자는 겁니다.”

  3일 오전 삼천포 어시장을 방문한 권영길 후보가 시장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민주노동당 대선특별취재팀(정택용 기자)]


11월 11일 ‘100만 민중대회’ 성사를 위해 권영길 후보가 전국을 순회하며 ‘만인보’를 떠난 지 17일 째였다. 권 후보는 이날 하루 경남 사천과 진주 지역을 누비며 간담회 4개와 행사 1개, 2곳의 시장 방문과 거리 선전전, 길고 짧은 언론 인터뷰를 소화했다. 그야말로 ‘살인적인’ 일정이다.

수행비서는 “이동 중인 차 안에서도 참모진에게 정책 브리핑과 지역 현안 브리핑을 받거나 언론 인터뷰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개인 시간은 전혀 없고, 낮에 15분 정도 토막잠을 자는 것이 전부다”고 전했다. 일정을 모두 마친 밤에도 공약 발표를 위해 ‘공부’를 하느라 하루 4시간 밖에 잠들지 못한다고 했다.

수행팀의 표현대로 ‘총 없는 전쟁’ 중인 권영길 후보는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코디네이터는 “만인보 일정을 시작하면서 허리 사이즈가 2인치 가량 줄었다”고 귀띔했다. 얼굴에 살이 빠져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 코디네이터의 최대 고민이다.

그러나 “사진찍기용 민생투어는 하지 않겠다”며 농민과 노동자를 위해 발벗고 나선 그의 진의는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듯 했다. 이날 오후 권 후보는 진주 시내 차없는 거리와 중앙시장을 돌며 지나가는 시민과 상인, 노점상에게 인사를 건네고 악수를 청했다. 욕심이 지나친 탓일까, 수백 명의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나며 밀도 있는 교감을 나누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3일 저녁 농민단체와의 간담회에서 권영길 후보가 꽃다발을 받고 밝게 웃고 있다. [출처: 민주노동당 대선특별취재팀(정택용 기자)]


“일반 정치인과 제가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6일자 경남일보 인터뷰)”던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TV에서 많이 보긴 했는데, 저 사람이 누구냐”고 묻던 중년의 아주머니는 “평소에나 저렇게 좀 해보지”라며 혀를 끌끌 차고 지나갔다.

종반부를 바라보는 행군이지만 내부 조직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날 오후 진주 지역 일정은 당일 오전이 되어서야 나왔다. 현지 수행원은 약 10명으로, 당 지지율이 비교적 탄탄하다고 알려진 진주치고는 적어보였다. 하정우 당 진주지역위원회 위원장은 “당원들이 기존에 해오던 사업을 후보 중심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진주에서는 민중대회 선전전이 워낙 잘 되어 후보가 굳이 오실 필요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전했다.

권 후보는 “조직도 없고 정비도 안 된 상태에서 후보의 1인 시위와 다를 바 없다”는 당내 비판을 받으며 여의도를 떠났다. 만인보 운동을 진행 중인 권 후보의 현재 지지율은 3%대에서 정체 상태다. “불안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시작했을 때의 헌신과 열정 외에 다른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면 만인보 행군을 시작하는 의미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계속 지던 이 와중에서 권영길의 대선승리가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말재주 피워서 몇 표 더 받는다고 해도, 결국 대세를 바꾸지 못하면 지게 되는 게임 안에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당과 대중조직의 결합력을 높여야 합니다. 이 기본적인 해법이 바로 우리가 가진 유일한 해법입니다. 잔재주 피우지 않고 소처럼 걸어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10월 31일 허재우 금속노조 경남지부 위원장에게 보낸 편지 발췌).” 권영길 후보는 4일 창원통일마라톤대회 출발선에 서서 다시 뛰었다.

  4일 창원통일마라톤에서 함께 뛰고 있는 권영길 후보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출처: 민주노동당 대선특별취재팀(정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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