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져 나오는 각종 의혹에도 좀처럼 고개를 숙이지 않던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자녀 문제로 또 다시 고개를 떨어뜨렸다. 11일 이 후보는 최근 불거진 ‘자녀 위장채용 탈세’ 의혹과 관련해 “본인의 불찰”이라며 “꼼꼼히 챙기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국민 사과를 한 것으로, 이 후보가 자녀 문제로 공개 사과를 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이 후보는 지난 6월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자녀 위장전입 의혹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이명박, “딸이 결혼도 했는데 별다른 직장이 없어서..”
이 후보는 이날 나경원 대변인을 통해 이번 ‘자녀 위장채용 및 탈세’ 의혹과 관련해 “만약 세금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조치하겠다”며 “이런 문제로 논란을 일으켜 매우 송구스럽다”고 전했다.
이번 의혹을 처음 제기한 강기정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후보가 자신의 회사인 대명기업에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두 자녀(아들과 큰 딸)를 위장 채용하고, 이들의 임금 8천8백만 원 가량에 대한 세금을 탈루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11일 아들의 대명기업 근무와 관련해 “유학을 다녀와서 취직하려는 것을 제가 선거 중이라 특정 직장에 근무하는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되어서 잠시 건물관리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며 “그래서 올해 3월부터 근무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큰딸 채용과 관련해서도 이 후보는 “결혼도 했는데 별다른 직장이 없어서 집안 건물관리나마 도우라고 했고, 생활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정도의 급여를 주었다”며 “다만, 공무원인 남편을 따라 유학 가는 동안 이 부분을 정리하지 못한 잘못이 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신당, “소가 웃을 일”
이처럼 이 후보가 직접 나서 해명을 했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당장 최재성 신당 원내대변인은 “이 후보의 아들이 올 3월에서 7월 사이 외국계 기업에 근무했고, 이 기간에도 (이 후보의) 건물에서 월급을 받았다”며 “이 후보가 얘기한 대로 특정 직장에 근무하는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는 해명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강기정 의원은 “(이 후보의 아들이) 올 3월부터 현재까지 이 후보 건물 직원으로 매달 250만 원을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큰딸에 대한 이 후보의 해명에 대해서도 최 대변인은 “(이 후보) 큰 딸의 남편은 고위 공무원”이라며 “대한민국 고위공무원을 둔 아내들은 아버지의 빌딩 관리를 통해 생활비를 조달하는지, 소가 웃을 일”이라고 일축했다.
최 대변인은 이번 의혹에 대해 “이런 행위들은 지금은 졸부도 하지 않는다”며 “이 후보는 딸과 아들이 미성년 시절부터 증여나 상속에 대비한 근거 축적의 일환으로, 이 후보의 사업체나 건물에 등록되어 있지는 않았는지 소상히 밝히고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