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치권은 특검, 시민사회는 통제 나서야

특검 발의.. 삼성권력 해체, 지배구조 개선을 넘어

오늘 정치권은 삼성특검을 발의한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폭로 첫 기자회견을 한 지 보름이 지난 시점이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지난 6일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를 위한 불법행위와 검찰수사를 대비한 사건은폐, 불법 비자금 조성, 불법 로비, 불법 계좌 등 크게 네 가지를 들어 삼성을 고발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이 고발 당시 대검찰청에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여 엄정하고도 신속하게 수사해야 할 것을 요구했으나 검찰은 사건을 특수2부에 최종 배당했다. 대검 산하에 뇌물 수수자를 배제한 특별수사팀이 꾸려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사제단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 등 3명의 뇌물 검사 명단을 발표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이 관리한 검사는 전체의 약 5% 규모이고, 검찰 주요 간부 40여 명이 특별 관리되었다고 고발했다. 검찰 명단 문제는 사실 삼성권력 커넥션의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불법적 지배권 승계, 비자금, 로비 등 삼성권력의 실체도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한편 참여연대와 사제단 등은 14일 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를 갖고 11월 17일 범국민행동의날 행사 등 특검제 도입, 비자금 수사 및 경영권 승계 불법행위 전면 재조사, 이건희 소환, 삼성 개혁 등에 초점을 맞춘 국민적 운동을 제안했다. 그동안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 참여연대와 민변이 중심이 돼 각종 기자회견과 고발, 특검 제안 등이 이루어졌다면, 특검 발의와 함께 지금은 국민적 운동의 확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처럼 삼성자본 문제가 사회화된 배경에는 김용철 변호사라는 내부고발자의 고백이 결정적인 배경이 되었다. 그리고 현재도 앞으로도 국면을 좌지우지할 사람은 김용철 변호사이다. 이는 삼성자본 문제 해결에 있어 하늘이 준 기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김용철 변호사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국면이 일순간에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회인만큼 약점이라 하겠고,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사제단이 김용철 변호사를 품어 안았다면, 지금부터는 시민사회가 그를 품어 안고 그가 흔들림없이 자수 행동을 펼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제 삼성의 불법 행위 고발과 법정 공방이 이루어지는 동안 삼성권력 해체와 삼성자본 문제 해결에 대한 보다 진보적인 대안 논의와 실천이 요구된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사제단의 의지, 민변과 참여연대의 고발이 이루어지면서 삼성권력에 대한 대중적 공분은 분명히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삼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 논의는 양과 수준의 측면 모두 미비한 실정이다. 언론은 삼성의 영향력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진보적 연구자의 발언도 가뭄에 콩 나듯 한다. 사회운동, 인권운동, 좌파운동 단체들도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관망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시민사회 모두가 무엇보다 삼성권력 해체를 직접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 삼성 총수 일가의 불법 입증과 구속 수사를 통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삼성권력의 커넥션 구조를 깨뜨리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이 성과가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에 한정해 수렴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삼성자본에 대한 사회적, 민주적 통제의 힘을 모으고 확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삼성자본은 이미 지구적 수준의 막강 자본이다. 따라서 삼성자본에 대한 사회적, 민주적 통제는 오늘날 자본운동에 대한 포괄적인 저항의 문제와 분리되지 않는다.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 기도, 금융권과 금융감독기구를 장악한 자본과 재경부 관료 네트워크, 경제자유구역, 자본시장통합법, 파병 따위를 관철해온 입법 주체들과 함께 자본운동은 고삐풀린듯 질주해왔다. 삼성자본에 대한 사회적, 민주적 통제는 시민사회와 사회구성원이 이같은 자본운동에 대한 저항의 물질적 힘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무노조 신화를 자랑하는 삼성의 노무관리구조를 깨뜨리는 것도 통제의 중요한 기제가 된다. 이는 삼성에서 노조를 시도하다 좌절했던 많은 노동자들의 고통을 달래는 일이자 동시에 노동조합 설립과 노동자 경영참가를 통한 삼성자본의 민주적 재편을 추동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삼성자본에 대한 사회적, 민주적 통제의 요지는 삼성자본 내부에서 강력한 민주노조운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외부에서 삼성 기업의 반사회적 활동 감시 폭로와 시장주의와 노동유연화에 근간을 둔 자본운동 자체를 제어하는 것이다. 이는 다시 국가 차원의 제도적 규제와 사회운동 차원의 아래로부터의 규제 방안을 구체화하는 과제와 맞물리기도 한다.

10년 전 신자유주의권력의 태동과 함께 생성.작동되어온 X파일, 이제 그 지배시스템의 반사회적 폐해를 수습할 때가 되었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삼성특검 발의를 보면서 지금 삼성권력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고, 또 삼성자본 문제 해결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집중해서 묻고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