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법안, 이민자 학생운동의 활력소(下)

[기고] 美 이민자운동 질적양적으로 성장해

미국 내 미등록이민자(또는 서류미비자)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 될 수 있었던 드림법안이 지난 10월 24일 상원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이민 사회는 이 드림법안을 통해 미등록으로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이나마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이 조차 막혀버렸다. 김용호 민족학교 이민자 권익옹호 코디네이터는 '이민자의 나라'로 불리는 미국이 거꾸로 어떻게 인종억제 정책을 취하고 있는지, 그 모순을 지적하고, 희망의 단초를 이야기 한다. 김용호님의 글은 2회에 걸쳐 실렸다.

드림법안의 등장

포괄적 이민개혁안의 통과가 소원해지자 이민자 사회는 드림법안으로 눈길을 돌렸다. 드림법안은 서류미비자 학생에게 합법 신분을 취득 할 기회를 제공해 대학에 진학하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가장 사정이 급박한 학생들만이라도 해결을 하자는 셈이다. 단체들은 동시에 각 주에서 주민학비 등 주 차원에서 결정 할 수 있는 사안들을 추진하여 9개의 주에서 주민학비(in-state tuition)를 제공하게 했다.

다음은 드림법안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한 사례이다.

1998년에 이민 온 김경숙씨(가명)는 텍사스에서 잡화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변호사 사무실이 이민서류를 잘못 작성하여 남편만 합법적 신분을 유지하고 나머지 가족 -본인과 두 딸- 은 비자가 만료되어 서류미비자가 되었다.

다행히 이 주에는 현행 거주학비 법이 있어 열심히 일하고 딸도 파트 타임으로 일해 저렴한 편인 텍사스주립대학 학비를 낼 수 있는 형편이다. 맏딸은 중학교 3학년 때 와서 대학에서 웹디자인 공부를 시작했으나 신분 때문에 학교 과정의 일부인 인턴 과정을 수료하지 못하고 전공을 계속 바꾸며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동생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와서 현재 건축을 공부하고 있으나 마찬가지로 인턴 과정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원래 5년 걸리는 공부를 9년 동안 해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06년에는 반이민 주민발의안이 통과되어 주민학비혜택조차도 없어져 학비 부담액이 1인당 연간 $5,000 에서 $17,000 으로 오르게 되어 학교를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으나 주변의 도움으로 겨우 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러나 이들 학생은 졸업해도 주 정부의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드림법안 없이는 열심히 공부해 졸업하더라도 취업에 또 다른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이런 서류미비 가정의 이야기는 매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65,000명의 서류미비자 학생들이 겪는 이야기이다. 이들을 위해 드림법안이 필요한 것이다.

일각에선 서류미비자 학생이 드림법안의 수혜를 받아 합법적 신분을 취득하지만 유학생은 혜택을 못 받기 때문에 불공평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서류미비 학생은 기본적으로 본국에 되돌아갈 유학생이 아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왔고 제도적 결함으로 이민 신분이 없으나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주민이기에 구분하여 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것은 군대 옵션에 대한 것이다. 2003년 이후 대학생 말고도 군대에 입대하는 청소년도 드림법안에 해당하게 한 조항이 있는데 많은 저소득 이민자 학생은 대학에 진학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결국 대학이 아닌 군대에 대거 몰려 결국 모병을 위한 법안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사실 많은 서류미비자 학생들은 일을 해도 대학 학비를 충당하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군대로 몰릴 위험성이 높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 때문에 드림법안을 폐기하자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것과 다름없다. 드림법안 통과 이후 이민사회가 청소년들이 군대로 빠지지 않도록 대학에 대한 접근권 향상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더 효과적인 문제 접근 방법일 것이다.

드림법안은 이민문제이기 전에 교육을 받을 권리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포괄적 이민개혁보다 훨씬 더 폭넓은 지지를 받아 왔다. 굳이 미국이 1977년에 서명한 경제·사회·문화적 권리협약(ICESCR) 제13조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청소년들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반론이 없는 사회적 합의이다.

  이민자들이 '이민자들에게 모든 권리를'이라는 슬로건이 적힌 플랑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출처: ANSWER]

학생들이 움직이다

드림법안 캠페인을 움직여 온 것은 고등학생 및 대학생으로 구성된 청소년이며, 이들은 고등학생의 경우 지역 단체와 함께, 대학생의 경우 라티노 동아리 또는 서류미비자 학생 동아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전국 차원에서는 United We DREAM (UWD) 과 Youth Changing A Nation (Youth CAN)의 연합체를 통해 활동을 전개 해 왔다.

나성 민족학교(KRC)와 시카고 한인교육문화마당집(KRCC), 뉴욕 청년학교(YKASEC)와 이 세 단체의 전국 협의회인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NAKASEC)의 경우 꾸준히 서류미비자 학생 합법화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으며 2004년 9월이 드림법안 통과에 있어 결정적인 기간이라는 판단 하에 2주 단식을 전개해 700명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그 결과 드림법안은 법사위원회를 통과해 상원 전체 표결을 목전에 두었으나 뚜렷한 원내 지지자가 없어 표결에 부쳐지지 않았다.

2005년에는 드림법안 지지 서명 받기 캠페인을 벌여 수천 명의 서명을 받았으며, 민족학교의 연장자 활동가 김희복 할머님은 연장자 아파트를 돌며 드림법안 지지서명 400장을 몸소 받아오기도 하셨다.

2006년은 상설 청소년 조직(시카고의 FYSH, 나성의 ORAnGE, 뉴욕의 MIST)을 구성해 드림법안 캠페인의 수위를 한 층 높인 해였다. 이들 청소년 단체들은 각각 지역적 특성에 맞추어 언론 홍보, 서명캠페인, 집회 등의 역량을 개발하고 2007년 의원에게 드림법안 통과 촉구 엽서카드 보내기 캠페인을 추진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krcla.org/dream 에서 서명을 받고 있다.) 지난 2년간 보낸 드림법안과 포괄적 이민개혁 엽서카드가 1만5천장이 넘는다.

또한 2007년 6월은 "만일 드림법안이 통과된다면…"을 전제로 서류미비자 학생의 대학 졸업식을 연극을 통해 시각적으로 연출하는 행사에도 참가했다. 이민자 청소년들의 이러한 노력은 결국 의원들을 움직이도록 만들었으며 2007년 10월 25일 드림법안 통과촉구 운동 사상 처음으로 상원 전체 표결에 부쳐져 과반수를 넘는 100표 중 52개의 지지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 표결은 법안에 대한 최종 표결을 시작하게 하는 절차적 표결인 "토론 종결"(cloture) 표결이었기 때문에 50표가 아닌 60표를 필요로 했고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후퇴는 몇 년간 드림법안 통과에 노력을 기울인 학생들에게 큰 실망감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상원 전체투표라는 막바지까지 전진함으로써 드림법안 통과의 가능성을 보여준 순간이기도 했다.

돌파구를 찾아서

현재 이민자권익 운동은 역량은 풍부하나 결실을 보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2년 간의 전략·전술을 재검토하고 있다. 60-70년대의 민권 운동처럼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을 재개하자는 의견도 있고, 2005년처럼 의회를 설득하는 것에 노력을 집중하자는경향도 있으며, 일반 대중의 마음을 돌려 여론을 되찾는 계획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민자권익 운동이 질적·양적으로 성장했으며 더 효과적으로 운동을전개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2008년 대통령 선거는 그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선두를 달리는 민주 및 공화당 후보들은 누가 더 반이민 경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지를 두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단속과 추방 위주의 논의를 인도적 개혁으로 다시 가져오는 것이 관건이다. 가장 먼저 혜택을 보게 되는 청소년 학생들이 그 선봉에 서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덧붙이는 말

김용호님은 미국 LA 민족학교 이민자 권익 옹호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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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 이주노동 , 이민개혁 , 민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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