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탁 민주노동당 대변인이 당 대변인실의 무력화와 의사소통 부재, 한국노총 사과 등을 문제 삼으며 지난 13일 전격 사임했다.

김형탁 대변인은 이날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당 대변인을 사임합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변인직 사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후보 사무실로 옮기라...대변인실 일방 통보로 사라져”

김형탁 대변인은 “대선 시기 대변인은 후보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당내 경선이 끝나기 직전 문성현 대표에게 사임 의사를 밝힌 바 있었다”며 “대표가 사퇴를 만류했고 주변 의견도 엇갈려 사임하지 않고 현재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선이 끝나고 당사의 대변인실이 사라졌다. 당에서 책상을 빼고 후보 사무실로 옮기라고 했다”면서 “사전 협의조차 없이 일방적인 통보 하나로 대변인실을 없애는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김형탁 대변인은 “이미 경험을 통해 정상적인 방식으로 오류가 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결정을 바꾸기 위해 언성 높여 싸우는 것이 부질없게 느껴졌다”면서 “당의 입장을 대변하고 대표를 보좌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했으나 대변인실이 없어지면서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없게 됐고 대표는 이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대변인 역할에 대해서도 “진보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 남의 뒷자태나 평가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당 정책과 실천 계획을 밝히는 데 “그나마 발표한 계획들이 무위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속으로 부끄러울 때가 참 많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경선이 끝나고 곧바로 사퇴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덧붙였다.

한미FTA 대응 부족, 한국노총 사과 실책에 일침

문성현 대표를 향해서는 “민주노총을 함께 했던 후배로서, 나무장대 위에 올라 앉아 참 어찌할 수 없는 모양으로 비치는 대표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안타까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한 청와대 앞 단식 농성을 통해 FTA정국을 만들어내셨는데, 막상 협상이 타결되고 단식을 중단하고 난 이후 대표에게는 아무 일정이 없었다”며 한미FTA 반대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한국노총 사과 건에 대해 “당 대표를 만나 한국노총에 공문과 같은 형식으로 사과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전했으나 이미 공문을 보내기로 결정이 되어 있었다”며 “한국노총 지도부의 정치적 방향과 태도 문제에 대해 노동자이기 때문에 뭉쳐야 한다는 논리로 타협한다면 민주노총을 만든 근거도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사과 이후 지도부의 대응 자세에 있어서도 “사과공문을 보냈을 때나 공문을 철회할 때 태도에서 어느 것 하나 당당함이 없었다”면서 “지도부는 옳다고 판단해 결단을 내렸으면 그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며, 결단을 관철하기 위해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김형탁 대변인은 “무려 4번이나 열리는 최고위원회를 보며 갑갑한 심정을 느꼈을 사람이 어찌 저 혼자뿐이겠냐”고 반문하며 “저의 사퇴가 지도부 책임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하는 것으로 비춰지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보수-진보 구도에서 전략은 없었다”

김형탁 대변인은 “이번 대선 구도는 민주노동당이 실수만 하지 않으면 최소한 3자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었고, 2자 구도를 형성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면서 “우리에게 객관적 구도와 희망은 있었지만 전략은 없었다”고 쓴소리를 했다. “당원들의 의지를 불러낼 실력도 없었고 지도부는 당의 잠재된 역량을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형탁 대변인은 “이번 대선 시기를 당의 대변인으로서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기여하고자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을 위해서나 제 개인을 위해서나 좋겠다”고 밝혔다. 김형탁 대변인은 이른 시일 내 문성현 대표를 만나 사표를 제출할 예정이며, 문성현 대표는 사표를 최종 수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