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의 배후는 언론과 정부다

[기고] 대통령 집무실 전력 끊어도 멀쩡한 프랑스 공공파업

지난 13일 밤 8시부터 프랑스의 철도와 지하철, 버스가 멈췄다. 14일에는 전력과 가스 등 에너지부문 7개 노조도 파업에 들어갔다. 오는 20일엔 공무원노조, 29일엔 사법노조가 파업에 들어간다. 운수노동자 파업으로 떼제베(TGV)는 하루 700대 가운데 90대만 다녔다. 파리의 지하철은 10%만 다닌다. 이번 파업은 지난달 18일 하루짜리 경고파업과 다르다. 무기한 파업이다. 이번 파업엔 전기, 가스, 철도, 교사가 주력이다. 지난달 경고파업 때 사르코지 대통령의 제2집무실에 전력도 끊겼다. 파업대오는 지난 95년 3주 동안 계속된 총파업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공공부문 수 십 개 노조에서 50만 명 정도가 파업한다.

우리도 철도와 화물이 16일 파업을 예고했다. 우리 철도노조와 화물연대는 모두 합쳐 3만5000명이다. 우리 언론은 연일 ‘시민 불편’을 외치며 아직 들어가지도 않은 파업 때리기에 바쁘다. 지난달 대통령 집무실에 전기 공급을 끊은 프랑스 노동자 누구도 잡혀 갔다는 소리를 못 들었다. 우리 같으면 어땠을까. 상상할 필요도 없다. 공권력으로 진압하기도 전에 언론의 뭇매에 기진맥진한 철도와 화물노동자들이 갈 곳은 없다.

프랑스 공공 파업의 이유는 연금 개악이다. 중앙일보 지난 10일자 사설에 따르면 한국의 철도노동자 파업 이유는 해고자 복직, KTX 승무원 직접고용, 구조조정 중단이다. 잘린 사람 복직시켜 달라거나 곧 잘릴 사람을 살리겠다는 거다. 프랑스 노동자는 현재의 생존이 아니라 미래의 생존(연금)을 위해 파업했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는 당장의 생존을 위해 파업한다.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해고자 복직, 구조조정 중단 등이 “협상 범위를 벗어난 무리한 요구”라고 폄훼했다. 해고자 복직이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건 육법전서 어디에도 없다. 노동조합법에 노사 교섭대상은 “노동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과 관련된 사항”이라고 나와 있다. 해고보다도 더 심한 근로조건 박탈이 어디 있나.

중앙일보 사설은 철도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절차를 밟고 있고 노사는 중재안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이번 파업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못 박았다. 노동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명백한 오보”다. 철도노사의 중재기간은 지난 1일부터 오는 15일까지다. 중앙노동위원회가 15일 안에 어떤 중재안을 내밀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난 5월 부산지하철 파업때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중재기간 마지막 날 ‘조건부 중재’ 결정을 내렸고, 노조는 3일간 합법파업을 벌였다. 2004년 보건의료노조의 병원파업도 마찬가지로 합법으로 이뤄졌다. 바로 지난달 10일부터 6일 동안 계속된 서울대병원 파업도 합법이었다. 필수공익사업장에서 파업예고만 하면 불법이라는 보도는 우리 언론의 오랜 고질병이다. 중앙일보는 오는 15일 중노위의 결정을 예단했거나, 노동법 절차를 모르는 무지이거나 둘 중 하나다. 노동위원회는 최근 파업 기간이나 강도를 조정하는 조건부 중재를 내려 합법파업의 공간을 열어 주곤 했다. 노동위원회가 노조 편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한국의 ‘직권중재제도’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정면으로 가로막는다는 국제사회의 오랜 비난 때문에 요즘은 군사정권 때와 달리 신중하게 결정한다. 제발 제대로 알고 쓰라.

기자실 폐쇄는 기자를 향한 간접살인이다. 당장 목 자르는 건 아니지만 취재의 핵심을 가로막아 결국엔 밥숟가락을 놓게 될 것이다. 그래서 언론은 연일 ‘기자실 대못질’이란 과격한 단어까지 사용해 지면을 도배질한다. 그 도배질에 밀려 더 낮은 이의 더 절박한 사연들이 지면에서 빠진다. 독자를 향한 일종의 파업, 아니면 태업인 게다. 십분 이해한다.

그렇다면 언론은 기자만큼이나 공익적인 철도와 화물 노동자의 파업도 아닌, ‘파업 예고’를 불법이라고 매도하면 안 된다. 참사가 난 대구지하철은 1인 승무제였다. 불은 전동차 맨 뒤에서 두 번째 칸에서 났다. 뒷 칸에도 기관사가 타는 2인 승무였다면 소화기로 쉽게 불을 껐을 거다. 이번 철도노조의 주요 요구엔 1인 승무제 저지도 들어있다. 더욱이 철도공사는 1인 승무제를 일방 시행하지 않겠다고 노조와 합의해놓고 지난 1일 강행처리했다. 당연히 철도노조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한국경제신문은 ‘철도노조, 기관사 감금 등 불법자행’(2일자 10면)이라고 보도했다. 기자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처럼 철도노조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파업한다.

중앙일보 사설은 “철도를 세우고 화물수송을 막는 것은 국가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썼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없애고, 노동법에서 파업이란 단어를 빼라는 게 더 솔직하다.
덧붙이는 말

이정호 님은 공공노조 교선실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