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내년 총선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선출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민주노동당이 오는 17일 열리는 중앙위원회에서 이를 결정할 지 주목되고 있다.
권영길 후보는 지난 1일 포항 지역 동국대 비정규직 조합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장애인에게 마음을 연 것처럼, 그 이전에 여성들에게 정치 진출의 기회를 대폭 보장한 것처럼 비정규직 노동자가 국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진보정당 대선후보로써 책임 있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선출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박용진 선대위 대변인은 “장애인(1번), 여성(홀수 순번)처럼 비정규직에 할당을 부여하거나, 투표방식 자체를 전환해 비정규직이 당선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고 전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구체적인 실현 방식이 없어 당내 대논쟁이 불가피하고 후보로서도 쉽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도 “당에서 이를 수용한다면 소위 ‘민주노총당’이라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 중심 정당 이미지를 깨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비정규직 비례대표 추진을 위해서는 선출권을 가진 중앙위원회에서 이를 결정하고 관련 당규를 개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제안이 나온 지 1주일이 지나도록 당내 반응은 잠잠하다. 김형탁 대변인은 “현재까지 최고위원회에서 후보의 제안을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고, 당내 여론도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권 후보의 제안이 당과의 사전 교감 없이 개인 의지에서 이루어진 탓에, 당내 혼란이 정리되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기존 방식인 할당제를 적용하더라도 중앙위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당내 중론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각 정파별로 비례대표 후보들이 줄을 서 있는데 이들의 기득권 포기도 만만치 않은 문제고, 11월 11일 민중대회 이후 비정규직을 조직한다고 해도 17일 중앙위까지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김형탁 대변인은 “제안이 실현되려면 이번 중앙위에서 결의해야 한다. 선출 방식까지는 정하지 못하더라도 이번에 논의를 시작하지 않으면 사실상 물 건너간다고 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한편 권 후보의 제안에 대한 비정규직의 시각은 냉담하다. 오민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다분히 정치적 발언”이라고 일축하며 “실제 관철 의지가 있다면 비정규직이 후보와 당 대표에게 제안한 대선 관련 간담회부터 수락해야 할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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