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합당·후보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민주당과 이인제 후보가 신당을 맹비난하며, '마이 웨이'를 선언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 후보와 신당 측은 협상 결렬을 공식 선언하지 않으며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어, 이인제 후보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후보는 2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어제 통합 협상 결렬과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나와 민주당은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끝내 중도개혁세력의 재통합과 후보단일화를 이루지 못했다"며 "이는 신당과 정동영 후보가 국민 앞에서 선언한 합의를 헌신짝처럼 차버렸기 때문"이라고 신당 측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이상 신당과의 재통합이나 후보단일화는 불가능하게 되었다"며 "지금부터 독자적으로 중도개혁정권을 세우는 일에 헌신하겠다"고 통합 협상 결렬과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한번 배신자는 또 배신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신당을 향해 "민주당을 또 배신하니 기분이 좋냐"고 쏘아 붙였다. 그는 또 "신당과 같은 양심파탄 정당에게 어느 국민이 믿고 표를 주겠냐"며 "국민과 약속을 파기한 대가는 상상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당과 통합은 된다" 여운
민주당의 이 같은 격앙된 반응과 달리 정동영 후보와 신당 측에서는 협상 결렬을 공식 선언하고 있지 않아, 여전히 통합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낙연 신당 대변인은 이날 민주당과 통합 협상 결렬과 관련해 "오늘의 상황은 아쉽지만, 민주개혁세력은 힘과 정성을 모아야 한다"며 "그 방법이 몇 가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희망을 버리고 않고 있다"고 재차 협상 여지를 뒀다.
정 후보도 이날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민주당과의 통합)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통합은) 된다고 생각 한다"고 양당 간 물밑협상이 아직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협상이라는 게 막바지에는 밀고 당기고 진통이 있기 마련"이라며 양당 통합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이인제, "신당과 통합, 재론할 여지없다" 강경
그러나 정 후보의 바람과 달리 민주당과 이인제 후보는 현재로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회견문을 낭독한 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재협상 여지가 없냐'는 질문에 "지난 12일 국민 앞에서 한 (합당.단일화) 선언을 신당과 정 후보가 갈기갈기 찢어버렸다"며 "재론할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합당이 아닌 후보단일화라도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이 후보는 "통합 없는 후보단일화는 있을 수 없다. 국민 앞의 약속을 헌신짝 차버리는 신의 없는 집단과 무엇을 하겠냐"고 반문하며 "끝난 이야기"라고 못 박았다.
이 후보의 이 같은 반응은 언론을 의식한 단순한 표정관리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당장 후보단일화를 위해서는 대선 후보자 등록 시한인 오는 26일 전에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이후에는 단일화가 아니라 둘 중 하나가 후보를 사퇴하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
이 후보도 "시간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신당 측에서 최초 합의대로 통합하자고 뒤늦게 알려온다면 수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현재까지)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고, 신당의 진정성도 확인된 것이 이 시간까지 없다"며 "통합 단일화를 하려면 (후보)등록 전 까지 다 되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과 이인제, 독자적으로 대선 완주.. 가능할까?
후보단일화는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고, 이제부터는 독자적인 세 결집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이 후보와 민주당의 인식인 것 같다. 26일 전에 통합이 불가능하다면, 그 이후 전개될 협상을 대비한 생존전략을 구사해야한다는 것이 이 후보의 속내인 듯하지만 이도 만만치 않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는 "낡고 부패한 수구세력의 집권을 막고 중도개혁정권을 세우기 위해서라면 언제나 모든 중도민주개혁세력에게 문호를 활짝 열어놓을 것"이라고 다른 경로를 통한 중도민주개혁세력 연합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 후보가 얘기하는 수구세력인 한나라당, 그리고 신당을 제외하고 나면 현실에서 존재하는 '중도민주개혁세력'의 범위는 지극히 협소해진다.
그나마 충청 기반의 국민중심당 정도가 민주당의 파트너로 거론된다. 이 후보도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 등과 연합이 유효하냐'는 질문에 "여전히 유효하다"고 구애의 눈길을 숨기지 않았다.
'마이 웨이'를 천명한 이 후보와 민주당이, 신당과 아무런 연을 맺지 않고 독자적으로 이번 대선을 완주하게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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