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씨 부인 이보라 씨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BBK 실소유 여부를 입증할 결정적 단서로 알려진 이면계약서 원본이 아닌 그 사본을 공개하자, 대통합민주신당은 다소 맥이 빠진 모습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새로울 게 없다"며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당, "이면계약서 존재 여부 중요한 것 아니다"

최재성 신당 원내대변인은 21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면계약서가 있든 없든, 지금까지 제시된 근거로 봤을 때 이 후보가 BBK 주가조작 및 횡령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초점이 이면계약서 진위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고 나섰다.

그는 이면계약서 진위논란으로 검찰 수사가 지연되는 것을 경계한 듯 "후보등록 이전에 검찰이 최소한 중간수사 결과를 국민에게 보고하려면 진위 논란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며 "후보등록 이전에 밝힐 수 있다면 있다고, 아니라면 시간 부족해서 실계약서의 진위공방을 매듭지을 수 없다고 검찰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검찰을 압박했다.

최 대변인은 당초 예정된 에리카 김 대신 김경준 씨 부인 이보라 씨가 기자회견에 나온 것과 관련해서도 "기자회견을 에리카 김이 했느냐 이보라 씨가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신빙성이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나라, 이 후보의 BBK 실소유주 의혹 과학적 반박해라"

그는 이 씨의 이날 기자회견 내용과 관련해 "주목할 것은 이진영 씨가 미 대사관에서 한 증언에서 이 후보의 명함이나 브로셔가 진짜이고, 사진도 브로셔를 만들기 위해 찍었다는 내용"이라며 "더욱 주목하는 것은 이 후보 친형이 관련된 다스 사장인 김성호 씨가 '김경준을 만나기 전에는 다스 누구도 김경준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증언"이라고 밝혔다.

BBK에 거액을 투자한 다스 사장조차 김경준 씨를 몰랐다면 투자는 이 후보를 보고 이뤄졌고, 이는 BBK와 이 후보와의 관련성을 반증하는 대목이라는 게 최 대변인의 설명이다.

최 대변인은 "모든 것이 위조됐다는 한나라당 주장은 검찰에서 입증될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한나라당은 BBK 실소유주가 이 후보라는 근거에 대해 과학적 반박을 해야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전형적인 지연전술, 치졸한 후보등록일 피해가기로 인식 할 수밖에 없다"고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한나라당, "새로운 사실 아무것도 없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날 이보라 씨의 기자회견에 대해 "한마디로 코메디"라며 "새로운 사실이 아무것도 없고, 그동안 여권이 주장하던 것과 같다"고 일축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 후보가 BBK를 소유했다는 증거도, 후보가 주가조작 및 횡령에 가담하였다는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 후보의 결백이 오히려 입증되었다"고 주장했다.

나 대변인은 명함과 브로셔 관련 이 후보 개인비서 이진영 씨의 진술에 대해서는 "명함과 브로셔는 위조되거나, 존재는 하였으나 폐기된 서류라고 이미 언급하였다"며 "김경준이 만들었을 수 있으나, 사용되지 않았다"는 해명을 되풀이 했다.

나 대변인은 기자회견에 에리카 김이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위조남매로서 한국으로부터 범죄인 송환을 받을 것이 두려워서 숨어 버렸다"며 "이면계약서의 존재만 언급하면서 연기를 피울 것이 아니라 즉각 공개하든지 아니면 법의 심판을 차분히 기다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