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파도 끝이 없는 마르지 않는 의혹의 오아시스"
박용진 민주노동당 선대위 대변인이 지난 20일 각종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빗대어 한 말이다.
이 후보가 요즘 처한 상황이 딱 그렇다. 의혹이 터지고, 해명하고, 어설픈 해명이 또 다른 의혹을 부르고. 이제는 범여권뿐만 아니라 보수진영 내부에서조차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들을 제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뇌관은 역시 BBK. 이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과 핵심인물 김경준 씨와의 관련성을 부인하며 주장했던 내용과 배치되는 증거들이 하나둘 씩 나오고 있는 것. 그것도 보수진영에서 말이다.
'조갑제닷컴', 이장춘 전 대사가 받은 'BBK 회장 이명박' 명함 공개
22일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조갑제닷컴'(www.chogabje.com)에는 이장춘 전 외무대사가 이 후보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명함을 찍은 사진 한 장이 공개됐다.
공개된 명함에는 이 후보의 직함이 '회장/대표이사'라고 되어 있고, 명함 하단에는 'BBK투자자문회사·LKeBank·eBANK증권주식회사'라는 회사이름이 명기되어있다. 또 명함에는 이 전 대사가 이 후보를 만난 장소를 직접 기록한 '서초구 서초동 영포빌딩 1층 동아세아연구원'이라는 자필 메모가 적혀있다.
그간 대통합민주신당은 이 후보의 이름과 직함이 새겨진 홍보물과 명함 등을 근거로 이 후보와 BBK의 관련성을 주장해왔다. 또 지난 21일 김경준 씨 부인 이보라 씨도 이 후보의 개인비서 이진영 씨의 진술을 인용해 문제의 명함의 존재를 주장했다. 그러나 그간 한나라당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위조 또는 사용하지 않고 폐기된 명함"이라고 일축해왔다.
때문에 이번에 이 전 대사로부터 공개된 명함은 그간의 이 후보 측 주장을 완전히 뒤엎는 물증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특히 이 전 대사는 조 전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2001년 5월 30일 오후 2시30분 서초구 영포빌딩에서 이명박 씨를 만나 명함을 받았다"며 "당시 이명박 씨는 '이런 일을 한다, 인터넷 시대여서 인터넷 금융업을 한다'면서 명함을 줬다"고 당시 정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 전 대사는 명함 공개 이유를 묻는 조 전 대표의 질문에 "이명박 후보의 'BBK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거짓말을 한국의 보수우파가 믿는 바람에 온 나라가 거짓말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며 "진실을 알고 있는 이들조차 침묵하고, 보수언론은 진실을 모를 리가 없는데도 이명박 편을 드는 바람에 공범이 돼 버렸다"고 밝혔다.
그는 "(명함 공개를)며칠 동안 고민했다"며 "그러나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개인적 친분과 공적 의무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가 미국에 있었다"던 1999년 10월, "고려대 경영대 특강"?
한편, 이 후보 측 주장과 달리 이 후보가 1999년 10월에도 한국에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매일경제> 기사가 네티즌들 사이에 알려져 한나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신문은 1999년 10월 4일자 동정란에서 "이명박 전 국회의원은 (10월)5일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최고경영자과정 수강생을 대상으로 특강한다"고 보도했다.
한나라당은 그간 이 후보와 BBK의 연관성을 부인하며, 김경준 씨와의 첫 만남 시기를 강조해왔다. 한나라당은 도미한 이 후보가 한국에 돌아온 시기는 1999년 12월이고, 이듬해 1월과 2월 사이 BBK 대표 김경준 씨를 처음 만났다고 밝혀왔다. BBK가 만들어진 이후 한국에 들어와 김경준 씨를 만났기 때문에, BBK 설립에 관여할 수 없었다는 게 한나라당 그간 주장의 요지다.
그러나 뒤늦게 알려진 이 기사로 이 후보 입국 시기와 관련된 한나라당 주장이 거짓이었던 게 증명된 셈이다.
단순히 이 후보의 입국 시기가 아니라 의혹은 꼬리를 물고, BBK와의 관련성에 대한 한나라당과 이 후보의 그간 주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그야말로 이 후보가 '의혹의 오아시스'에 갇힌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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