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계약서' 논란 가열.. "이명박 BBK 주식 매도"

한겨레, 이명박-BBK 관련성 입증하는 이면계약서 공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BBK와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결정적 단서로 알려진 이면계약서 일부가 공개됐다. 23일 <한겨레>는 BBK 의혹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 씨의 누나 에리카 김으로부터 관련 계약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 계약서가 진본으로 밝혀질 경우 이 후보가 BBK를 실소유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입증되게 된다.

한겨레, "이명박, BBK 주식 61만 주 LKe뱅크에 매도" 계약서 공개

<한겨레>가 입수해 보도한 계약서는 총 4건으로, 이 중 한개는 한글로 나머지 세 개는 영문으로 작성됐다.

이중 '주식매매계약서'라는 제목의 한글계약서는 2000년 2월 21일 작성된 것으로, 첫 장에는 이 후보와 김경준 씨의 도장이 찍혀있다. 계약서에는 BBK 투자자문 주식회사의 주식 61만주를 49억9천999만5천원에 매수매도 계약을 체결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매수인은 '(주)LKe뱅크 대표이사 김경준'으로 매도인에는 '이명박'으로 적시되어 있다. 즉 개인 이명박이 법인 LKe뱅크에 BBK의 주식을 팔았다는 내용이다.

신문은 이 계약서에 대해 "이 계약으로 LKe뱅크가 BBK의 모회사가 되고, 당시 LKe뱅크의 지분 99.99%를 소유했던 이 후보는 BBK까지도 사실상 지배하게 된다"며 "김 씨도 LKe뱅크 공동대표였지만 주식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보도된 이면계약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BBK 주식은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던 이 후보 측 주장은 거짓으로 밝혀지는 셈이다. 또 이 후보의 BBK 실소유 여부에 대한 그간 이 후보 측 주장 역시 단 번에 허물어지게 된다. 반대로 이면계약서가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위조된 서류라면, 궁지에 몰려 있는 이 후보는 기사회생하게 된다.

"LKe뱅크-e뱅크증권중개-LKe뱅크 순환 출자"

나머지 3건의 영문계약서에 대해 <한겨레>는 △이명박·김경준씨와 에이엠파파스(A.M. Pappas)가 맺은 '주식매입계약서' △이명박·김경준·에리카 김·크리스토퍼 김과 LKe뱅크가 맺은 '주식매각 계약서' △이명박·김경준과 LKe뱅크가 맺은 '주식청약 계약서'로 모두 50쪽 분량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이들 계약서의 경우 모두 2001년 2월 21일자로 되어 있고, 계약은 주식매입계약, 주식매각계약, 주식청약계약 순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주식매입계약서는 A.M.Pappas라는 회사가 이 후보와 김경준 씨에게 100억 원을 지급하고 LKe뱅크 지분 52%를 사들이는 내용이다. 그간 A.M.Pappas가 BBK 주가조작 사건에 동원된 자금의 돈세탁을 위해 만들어진 유령회사라고 알려져 있다.

매각계약서는 이 후보·김경준 씨·에리카 김 등이 100억 원으로 e뱅크증권중개의 증자에 참여한 뒤 종결일(영업시작 3년 뒤)에 자신들의 e뱅크증권중개 지분 전체를 LKe뱅크에 100억 원을 받고 되파는 것으로 돼 있다고 신문은 밝혔다. 이에 따라 이 후보가 대주주로 있는 LKe뱅크는 e뱅크증권중개의 지분도 100% 소유하게 된 것.

마지막 청약계약서에 대해 신문은 "LKe뱅크가 e뱅크증권중개의 모든 지분을 획득하는 날, LKe뱅크는 이 후보와 김경준 씨에게 각각 41만6천666주와 41만6천667주의 신주를 다시 발행한다는 내용"이라며 "신주의 발행 가격은 100억 원이며, 두 사람이 각각 절반씩을 내게 돼 있다. 결국 100억 원은 다시 LKe뱅크로 돌아가는 구조"라고 밝혔다.

이 3개의 계약서에 대해 신문은 "이 후보와 김경준 씨가 LKe뱅크 주식을 A.M.Pappas에 팔아 얻은 주식매각대금으로 e뱅크증권중개를 만들고, e뱅크증권중개 대주주들이 다시 LKe뱅크의 주식을 사는 순환출자 구조가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한나라, "주식이 없는데 어떻게 매도하냐"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2000년 2월 21일 당시 BBK의 주식 60만주는 제3자 소유였기 때문에 이 후보가 매도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BBK 주식을 소유한 '제3자'에 대해 "BBK가 1999년 9월 29일 증자하며 e캐피탈(주)라는 회사가 주식 60만주를 소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한나라당은 이면계약서에 찍힌 이 후보의 도장과 관련해 "이 문건에 날인된 도장은 당시 이 후보의 인감이 아니다"고 도장 위조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한편, 김경준 씨 어머니 김영애 씨는 이날 오전 입국해 서울중앙지검에 '이면계약서' 원본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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